낙엽의 재미

낭만에 대하여

by 박붕어

한 번쯤은 예쁜 낙엽을 주워서 책갈피를 만들거나 편지를 써보리라는 아날로그의 낭만을 꿈꿔본 적이 있을 거다.
바스락바스락 부서지는 소리를 듣겠노라고 일부러 낙엽을 모아두고 뛰어보는 동심이 있을 거다.
창밖에 흩날리는 봄날의 분홍 벚꽃잎보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가을나무들이 기다려져, 언젠가는 통창으로 바꾸리라는 결심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낙엽에 대한 낭만은 7080 라이브 카페에 계실 당시의 청년들이라고만 생각했으나, 7세도 가질 수 있는 낭만이었다. 저녁산책 하는 길, 구태여 예쁜 낙엽 찾겠다고 목을 쭈욱 빼고 몇 가지들을 주워오더라. 귀엽고 특별한 이파리들을 골라서 편지 쓰겠다는 낭만에 심쿵하기도 하고, 로맨티시스트가 되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도왔다. 꼼지락거리더니 가장 맘에 든다는 나뭇잎에다가 부모님 전상서를 올리는구나! 오호, 효자여!

추석 달밤, 한가위의 유래라며 추측하길, 옛날 사람들 집에는 가위가 하나라서 한 가위라고 한 거 아니야?라는 미취학의 언어유희에 그런가 보다 하며 꺄르르 맞장구를 쳐준다. 낙엽 줍는 밤산책 길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비가 그쳐 주어 고맙다. 얄부리한 노란 낙엽 위에 깊은 사랑의 편지를 쓸 수 있어서도 고맙다.

아직 더 떨어질 낙엽들이 많이 있으니 길게 길게 즐기자.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할 가을빛 낭만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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