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SRT
차 타고 다닌 이후로 기차 탈 일이 잘 없다. 더욱이 혼자 기차 타는 일은 정말 드물다. 그래서 오늘 혼자 기차를 타고 오가니까 너무 좋다!
기차를 타면 추억과 낭만을 떠올리게 된다. 젊은 날, 내일로와 유레일을 타고 뛰어다녔던 기억들. 하루에도 몇 번을 갈아 탄 팔팔했던 체력과 창밖을 내다보며 낯선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던 초롱초롱한 눈빛. 지금은 아스라한 색감에 취하지만, 그때는 선명했던 시선이라 산골짜기의 집 지붕까지 기억할 수 있었다.
내일로 중 어떤 날, 논산이었던가 자대배치받는 훈련병들이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가 아무렇게나 기차를 배정받아 떠나는 모습이 떠오른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져서 웃프고 짠하더라고. 사회와의 단절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한 눈에 보였다. 나라를 열심히 지켜줬겠지?
KTX를 꽤나 자주 타고 다녔던 20대 한 챕터에는 서울역과 부산역이 애증의 공간이었다. 만남과 이별의 장소이면서 현타를 오게하는 곳이라, 참 싫었던 기억도 난다. 그럼에도 지름길을 잘 알게 되어서 초스피드로 기차를 타러 가곤했다. 그때부터 달리기에 흥미를 가졌던 것인가?! 굿! ㄱㅅㄱㅅ!
이러나 저러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간만에 기차를 타니 즐겁고 재밌다. 등받이의 잡지를 보는 것도, 옆자리에 어떤 사람이 탈지 긴장되는 것도, 성심당 박스를 들고 타는 부러운 사람들도 퍽 즐길거리가 된다. 창 밖의 레일을 보면서 부산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사람을 떠올린다. 괜히 더 보고싶은 마음도 스믈스믈 올라온다. 빨리 가서 만나자. 내 사랑하는 목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