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자리를 뜬 날

06 | 지나간 장면들 : 고요한 퇴장

by 박붕어
부지런히 수련 잘 하고 갑니다.

요가를 끝내고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차를 마신다.

주섬주섬 가져온 간식도 꺼내본다.

좋았던 기분을 표현하고,

그날의 아사나에 대해 한 마디씩 보탠다.


고요와 침묵의 한 챕터가 끝나면

흘러나왔던 음악이 뭐였는지 또 틀어보다가,

웃음소리와 함께 동작도 다시 반복해 본다.


모두가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떠들고 있다.

나도 그 속에 있었지만, 마음은 또 다른 데에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살펴본다.

나를 보지 않는다.

그 시선 없는 틈을 따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말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

소리 내어 인사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발걸음을 옮기면,

모임은 이어지고 나는 혼자만의 자리로 가면 된다.


문 밖으로 나서며 들리는 소리들은 여전히 즐겁지만,

그 안에 섞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조용히 떠나는 순간,

나는 마음속 숨을 고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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