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좀 잔인했다

02

by 박붕어

그때의 나는 좀 잔인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있더라."

우리 앞에서 그렇게 말하던 모습에,

미안함과 짠함과 야속함이 공존했다.


분명히 나 들으라고 얘기한 건데,

왜 이리 담담하게 읊조리는 거지.

찔리고 긁혔다.


그래놓고 나를 데려다주길 바라는 게,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

그마저도 잠시였다.


누군가에겐 을이면서 또 여기선 갑이 되는 내가,

그걸 알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뻔뻔함이,

참 잔인했다. 그리고 많이 어렸다.

작가의 이전글나를 닮은 사람을 미워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