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람을 미워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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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붕어

때때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마음 정리를 위한 여행이었는데, 기어코 따라왔던 사람. 내 걸음에 맞춰서 걷는 것도 모자라, 내 눈을 하나하나 살피며 반박자 늦게 반응하는 표정들.

지긋지긋하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철거머리 족쇄처럼 나를 옭아맸는지.


이해가 안 갔다.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좋아하는 자기 자신에 취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이 밀어냈던 걸지도.

집착의 광기가 나 못지않아서 나를 투영해 보았으므로 미웠고 거부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가장 회피하고 싶은 부류는, 내가 숨기고 있는 혐오스러운 모습을 똑같이 갖고 있는 사람이다. 동족혐오라고 하지 않는가.


마치 도플갱어를 만난 듯 철저히 피하고만 싶었다. 치졸하게 그 단면만 보고서 본연의 사람을 바라보지 않는 어리석음도 물론 있었지만,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 그땐 맞았고 지금은 틀린 것처럼.


다시 마주하게 되었을 때, 문득 감정의 동요가 일었다. 왜 나는 똑같은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왜 나의 치부를 안아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 역시 나처럼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바인걸 왜 인정하지 않았을까.


살며시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조금씩 미소가 올라왔다. 씰룩이는 내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멀어졌던 거리를 좁혀오며 저만치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반가움에 울컥하고, 그에게서 나를 만나게 되었음에 감사하던 그 장면이 떠오른다.


잊히지 않고 지금 같은 날에, 이따금씩 떠올라 안개처럼 어지러운 머릿속을 조용히 헤집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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