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의 기술

- 나의 심리 상담 일기 6

by 김뭉치

상담은 언제나 그간의 근황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번 심리 상담 역시 2주 간의 근황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상담 선생님께서는 그간 내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를 읽었다고 했다. 선생님께 독서가 숙제가 됐을까 봐 괜히 죄송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숙제라뇨? 전혀 아니었어요. 책을 썼다는 걸 알게 됐을 때부터 너무 보고 싶었는데 산적해 있는 일 때문에 못 봐서 오히려 아쉬워하고 있었는 걸요.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오가더라고요. 먼저 같은 경험과 아픔이 있는 다른 상담자들에게 이 책을 권해야겠다, 참 좋은 책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는 애도 과정에 꼭 필요한 책이에요. 더 좋은 점은 술술 읽히는 데다 중간에 끊고 싶지 않을 만큼 흡입력이 있다는 거예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텐데 용기 내어 이렇게 좋은 책을 내 주어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의 독서 후기는 감동스러웠다. 선생님이 내 책을 통해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보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볼 때 나와 같은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무척 도움이 될 책이라는 말씀이 그러했다.


"윗세대 어른들의 잇따른 자살로 인해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늘 걱정하며 살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를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은 이제 그만 놓아도 될 것 같아요. 그분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에요. '입장차'라는 게 있죠. 그분들과는 입장이 다른 거예요. 그분들의 죽음엔 환경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주변인의 잇따른 자살로 나 역시 어떠한 유전적 요인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에게 그분들과 나는 환경적 요인 자체가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나에게는 단단한 지지체계가 있지 않았냐고, 그 지지체계가 끝까지 나를 지켜줄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존재,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과 거리 두기가 되는 때는 보통 3년이 지난 뒤라고도 말씀하셨다. 나의 경우, 글을 쓰고 책을 펴내며 좀 더 빨리 애도 과정이 이루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안정된 채 살 수 있는 것 같다고.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그 사람, 그 존재의 무게라는 게 있잖아요. 그 존재의 무게로부터 놓여나 가벼워지는 데에는, 경험해본 바로는 7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 역시 어머니를 잃었을 때로부터 7년 정도가 지났을 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어떤 분은 7년간 주위 사람 아무도 당신 어머니의 죽음을 모르게 했다네요. 7년이 지난 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야기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엄마 죽음의 그늘이 옅어지는 데 4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나는 그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아님 계속 그 그늘 안에 있고 싶은 걸까. 아직도 드라마를 보다, 책을 읽다 어머니와 관련된 서사가 나오면 그 서사에 내 서사를 겹쳐가며 꺽꺽 울곤 한다. 4년의 시간이 더 지나면 울음으로 표상되는 고통스러운 후회도 멈추게 될까.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보다는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 라고 생각하면 좀 더 가벼워져요. 과거에 일어난 일을 계속 붙들고 가는 것보다는요. 과거의 나를 똑바로 바라보아야 해요."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한 시간 동안 나는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각각의 나들은 떨어져 있지 않고 한데 모여 있다. 그러나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아주 끈끈하게 들러 붙어 있다. 4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르면 과거의 나와 거리 두기가 가능해질까. 과거의 나가 더 가벼워지면 현재의 나, 미래의 나도 좀 더 가벼워질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상담 선생님을 믿고 나는 그 길을 가 보려 한다. 이 모든 게 가벼워지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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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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