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적 큐레이션 : 선별과 배치의 패턴이 소리 없이 산업의 구조를 재편성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중략) 암시적 큐레이션은 새롭게 창출된 고급 서비스 영역과 관련이 있다. 전문적인 수준을 요하는 깊이 있는 지식 활동을 말한다. 또한 이것은 과잉 선택권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탈제조 경제 및 새로운 형태의 소매업 모델, 즉 실물 제품이 아닌 지식, 취향, 전문 지식이 자산 기반을 구성하는 영역 역시 암시적 큐레이션의 대상이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 196(전자책)
"이때 중요한 것은 큐레이션의 방향이 왜곡되지 않는 것입니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큐레이션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큐레이터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지식입니다. 제 경우 커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고 고객에게 더 좋은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p. 207-208(전자책)
이제 사람들은 큐레이션의 옷을 입은 경험에 지갑을 열 것이다. 큐레이션 없이는 그저 단조롭고 특색 없는 커피만이 계속 나올 뿐이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 208(전자책)
저녁 식사를 하러 갈 때 메뉴 보기가 많으면 반갑지 않다. 결국 우리는 큐레이션이 완료된 경험을 원하는 것이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 210(전자책)
스포티파이는 보유한 음원에 대한 큐레이션 작업에 들어갔다. 사이트 디자인을 새롭게 바꿔 이전보다 훨씬 눈에 잘 띄도록 했다. 또 전문가를 고용해 각 장르별, 분위기별, 상황별, 특정 시간대별(아침 출근시간대 및 10대의 하우스 파티 등)로 적합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었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 218(전자책)
스포티파이는 매주 월요일마다 고객의 청취 행태를 분석해 맞춤 플레이 리스트를 제공하는 '디스커버리 위클리'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의 세밀한 취향까지 반영한 이 목록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졌으며 색다른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기도 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플레이 리스트 랩 캐비어(Rap Caviar)는 현재 21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 220(전자책)
모든 음악은 각 매장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가가 일일이 선별했다. 이 같은 인력 큐레이션의 수준은 앰비 내부의 기술로 인해 더욱 높아졌다. 기술과 인력을 함께 이용함으로써 앰비의 모든 고객은 최상의 고객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전문가의 손을 거친 결과물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경쟁 업체가 획일화된 패키지 형태의 음원을 제공한다면 앰비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장별 특색을 반영한 목록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창립자 체인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기계 중심의 큐레이션을 통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특히 각각의 큐레이터의 수고를 훨씬 덜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하지만 음악은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큐레이션 작업을 컴퓨터에게만 맡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또 목록 순서, 브랜드별 가이드라인, 매장의 분위기 등의 요소를 반영하는 것까지 컴퓨터 작업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동시에 앰비의 음악 전문가는 모두 해당 분야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입니다. 하루하루 오직 음악에만 몰두하는 최고의 전문가죠."
앰비의 큐레이션 작업에는 매장 공간이나 브랜드 등의 요소가 광범위하게 반영된다. 그렇다면 특정 음악이 특정 공간에 적합한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브랜드 관점에서 어떤 고려사항이 반영돼야 할까? 앰비의 큐레이션 작업은 단순히 욕설이 포함된 음악을 걸러내는 여과 과정이 아니다. 음악의 전체적인 느낌을 살펴보면서 과연 해당 곡이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지 깊이 있게 파악한다. 이에 대해 체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누구든지 아주 그럴듯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나 매장에 어울리는 음악을 정확하게 찾아내 가공하고 배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좋은 큐레이션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가 필요합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사용하게 될 고객이나 매장의 구체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브랜드 가치, 고객의 인구통계학적 특징,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 구체적인 지역, 거래 유형, 가격대, 경쟁 업체, 원하는 분위기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특성을 모두 파악한 후에 현대 음악과 전통음악, 친숙한 대중음악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적절히 배치해야 합니다."
앰비가 내세우는 포인트는 명확했다. 음악의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의 역량 및 전문가의 선별 작업, 최신 과학 기술자의 전문 역량을 이용해 최고의 큐레이션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 업체나 음악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저 원하는 음악을 선별해 매장에서 틀면 그만이다.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앰비의 지향점은 다르다. 그것은 바로 '제대로 된' 음악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오늘날 음악은 끊임없이 큐레이션 과정을 거친다. 예전에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에서 그쳤다. 이후 녹음 기술이 등장하면서 구입한 앨범을 순서대로 나열하거나 선별해 정리하곤 했다. 그 다음 세대는 믹스 테이프를 만들어 친구들과 나눴다. 이제는 플레이 리스트를 공유한다. 또 예전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었다면 오늘날의 우리는 DJ가 선별하는 음악을 듣는다. 아무런 기준 없이 곡목을 나열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옛날 음악 등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음악을 선택한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p. 222-223(전자책)
좋은 큐레이션은 새롭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나쁜 큐레이션은 그저 고객이 원하는 것을 검증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 개별 맞춤화된 알고리즘 방식을 뒤로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큐레이션 영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좋은 큐레이션은 가치를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 226
(알고리즘 방식의 큐레이션 = 확증편향의 위험)
대개 고강도 큐레이션은 명시적 큐레이션을, 저강도 큐레이션은 암시적 큐레이션을 의미한다.
(중략)
고강도 및 저강도 큐레이션 역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저강도 큐레이션은 인터넷을 통제 가능한 곳으로 만들며 콘텐츠 검색 역시 용이하게 한다. 고강도 큐레이션은 단순한 검색 기능을 넘어선다. 주관적인 질문에 답을 하며, 심지어 질문자 스스로도 질문하고 싶어 하는지 몰랐던 질문에까지 답하기도 한다. 자동화 시스템은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 인터넷 정보에만 의존해 일종의 정보 편식을 하게 되면서 이용자들이 점점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히고 있는 현상을 설명한 개념-옮긴이)
현상을 초래하는데 여기에 사람의 손길이 가미되면서 이 같은 문제는 일시에 해소된다.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말한 이른바 '검색의 방'을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검색의 방이란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추적해 이들이 선호하는 것만 따로 모아 놓는 방으로 이를 통해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지만 결국 이용자는 검색의 방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고 만다. 기계식 선별 기술의 경우 잡다한 선별 결과가 모여 있는 일종의 '게토'를 만들어낸다면 고강도 큐레이션은 이 게토 영역 내에서 하나의 결과만을 최종적으로 선별해낸다. 예측할 수 없고 복잡하며 다소 이상스럽게 여겨질 법도 한 사람의 취향이 결국 일정한 형태로 정렬된 웹의 특성을 넘어서는 셈이다.
산업화 선택 모델에서 큐레이션 선택 모델로 이양을 목격한 것처럼 우리는 현재 큐레이션층이 고강도화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각종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이제 큐레이션의 비중이 높을수록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같은 상향식 변화, 즉 이용자에게 더 많은 큐레이션 경험을 제공하는 이 변화는 인터넷 산업의 장기적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p. 253-254(전자책)
오늘날의 각종 산업이 제기하는 질문은, 큐레이션 생태계에 막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미 탄탄한 기반을 다진 경우라면 지금의 지위를 어떻게 공고히 할 수 있을지, 또 큐레이션 생태계를 어떻게 다각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또 전혀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기존의 생태계 구조 가운데 어떤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할 수 있다. 각 경우에서 정확한 답을 구하는 것이 오늘날 모든 산업의 주요 과제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 299(전자책)
큐레이션의 본래 의미가 "보살피다"인 것처럼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돕기 위해 방법을 고안해내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매우 독특한 산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종 매거진의 경우 상당히 넓은 폭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사실 이들의 역할은 애당초 큐레이터의 그것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 등장한 <스택매거진(STACK Magazine)>은 전체 매거진을 대상으로 큐레이션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수많은 종류의 매거진 가운데 이용자가 취향에 따라 선택한 것을 집까지 발송해준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p. 294-295(전자책)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여러 가지 자동화 방식을 이용했다고 해서 그 건물을 '기계가 건축했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큐레이션 역시 기계식과 수동식의 혼합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우리는 여전히 주관적인 기호에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자동화 과정이 필요없다고 해서 사람 손에 의해 이뤄지는 추가적인 여과 과정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감성은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 251(전자책)
음악가이자 비평가인 데이빗 번(David Byrne)은 영국의 정치 및 학예 주간지 <뉴스테이츠먼(New statesman)>에 기고한 글에서 이와 유사한 생각을 드러냈다. (중략) "다소 편향되고 왜곡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기준에서 아주 조금만 벗어나 생각해도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알고리즘 기반의 집합적이고 기계적인 방식보다 훨씬 이색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게 되면 이 과정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기계식 논리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새로운 개념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인력 중심의 큐레이션은 일종의 포틀래치(potlatch, 인디언 사회의 과거 의례 중 하나로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과 선물을 나누어 주는 풍습-옮긴이)이자 사회적 유대를 쌓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와 마찬가지로 번역시 큐레이션의 가치는 알고리즘 방식이나 집합적 결과가 아닌 오직 사람에게만 있는 고유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pp. 249-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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