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몽상록

화재

- 2021년 4월 6일 화요일의 꿈

by 김뭉치

아는 언니네 집에 놀러 갔다. 언니네 아파트는 해가 잘 들지 않았다. 우리는 아파트 내부뿐만 아니라 복도까지 기웃기웃거리며 여기저기 구경을 다녔다. 언니는 아이를 업고 있었고 아는 오빠도 우리와 함께였다.


갑자기 나는 조명을 사야 한다고 느꼈다. 아는 오빠는 아파트를 좀 더 탐방하겠다고 해서 언니와 나는 근처의 조명 가게로 향했다. 아파트 입구를 나와 조명 가게로 반 정도까지 갔을까. 갑자기 아이를 업고 있는 언니가 너무 힘들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 언니, 아가도 있는데 나 혼자 다녀올게.

- 그럴래? 안 그래도 애가 자꾸 보챈다. 후딱 다녀와.


그렇게 나는 나 혼자 조명 가게로 향했다. 그런데 곧이어 뒤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폭발음이었다. 놀란 나는 뒤를 돌아봤고 멀찍이 앞에 있던 언니도 뒤를 돌아보는 게 보였다. 언니네 아파트가 큰 화재로 불길에 휩싸이는 중이었다. 아파트 위로 검은 연기가 마치 토네이도처럼 휘몰아치며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 도망가라고 외쳤다. 언니도 나도 뛰었으나 언니는 아파트와 가까이 있어 불길 안에 내처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조명 가게까지 간 뒤에야 나는 긴 울음을 울며 비로소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내 옆에는 마치 현실의 언니 같은 언니의 유령이 아가를 업은 채 내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우리는 그 뒤로부터 오랜 시간 기나긴 길을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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