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몽상록

후회

- 2021년 4월 7일 수요일의 꿈

by 김뭉치

먹고 싶은 걸 사 먹고 가지고 싶은 걸 아무렇지 않게 가질 수 있는 수준까지 돈을 벌고 있다. 원래 엄청나게 비싼 걸 가지고 싶다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인지 스스로의 경제 수준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다.


어느 날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신나게 놀고 나서 나를 포함한 총 세 명이 큰 방에 누워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지 않던 나는 불현듯 엄마 생각을 했다. 며칠 전에 엄마가 돈이 부족하다며 전화를 주지 않았던가. 그때 나는 엄마에게 돈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엄마가 한사코 거절했다. 엄마는 지금 있는 돈으로 어떻게든 해 보고, 해볼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그때 빌려달라고 말하겠다 했다. 엄마는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었다.


'그때 엄마한테 바로 돈을 보내야 했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지금 당장 엄마에게 돈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으니 일단 계좌로 십만 원을 보내고 엄마가 모르는 것 같으면 차차 이십만 원, 삼십만 원씩 금액을 늘려 보내자, 고 결심했다.


휴대전화를 켜면 불빛에 친구들이 깰까 봐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문득 엄마의 모습이 상상됐다. 빨래를 널 공간도 없어 좁은 방 안에 억지로 빨래를 널고 있을 엄마... 구멍 난 옷은 기워 입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조금만 옷이 상했다 싶으면 바로 버려 버린다. 엄마와 너무 대조되는 삶 아닌가.


'그래, 이제 옷 소비는 그만하고 엄마에게 용돈을 드리는 거야!'


휴대전화로 엄마의 계좌번호를 입력했는데 '없는 계좌'라는 팝업이 떴다. 순간 의문에 휩싸였다. 다시 한번 계좌번호를 확인했는데도 또다시 '없는 계좌'라고 한다.


'왜 이러는 거야, 대체...'


그러다 문득 깨달음이 밀려왔다.


'아... 우리 엄마는 돌아가셨지... 그리고 이 모든 건 꿈이구나...'





깨달음과 동시에 알람이 울렸고 현실의 나는 눈가가 젖은 채로 잠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뭔지 모를 석연치 않은 감정이 밀려왔다. 후회와 우울감을 안은 채 나는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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