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셋째주, 뭉치의 한 문장
"정신은 어린아이인 채로 몸만 어른이 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솔직하고 제멋대로의 성격에 생활 능력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유일하게 요리 실력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상당한 솜씨였다고 한다. '호화로운 가난의 미학'이 생활신조일만큼 빠듯한 형편에도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겼으며 또한 미식가였다.
『홍차와 장미의 나날』의 저자 모리 마리에 대한 소개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빠듯한 형편에도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겼으며 또한 미식가였다." 이건 내 얘기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날개엔 "돈은 없어도 마음만은 귀족"이라고 모리 마리를 소개하는 카피가 박혀 있다.
1918년, 열여섯이 된 마리는 대상인의 아들이자 프랑스 문학자인 야마다 다마키와 약혼한다. 당시에는 다마키도 마리를 좋아해서 "나는 발견했다(유레카)"라고 새겨진 약혼반지를 건넸다고 한다.
- pp. 5~6
싱크대도 공용으로 써야 하는 셋방의 침대 위를 은접시와 유리병으로 장식해 유럽으로 변신시키고, 흔한 올리브색 천에서 보티첼리의 회화를 연상할 수 있었던 정신적 귀족. 풍요했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비관에 빠지는 일 없이 자기만의 미의식으로 세운 왕국에서 우아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천진하고도 강한 사람. 어쩌면 아버지를 잃고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아이들과도 떨어져 지내야 했던 마리의 성년 이후의 인생도 그리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결코 진흙탕으로 만들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남들에게는 진짜 사금이 아니라 구리나 운모라 하더라도, 이 정신적 귀족은 틀림없이 공상의 세계에서 찬란한 금빛을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모리 마리를 부러워해야 할 진짜 이유다. 모쪼록 마리라는 특별한 미학자가 구축한 이 우아하고 행복한 셰게를 한껏 즐겨주시기 바란다.
- pp.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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