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 《좋은 도둑들》

by 김뭉치

이 책은 영국 BBC의 아동‧청소년 엔터테인먼트 TV 프로그램인 ‘블루 피터’가 수여하는 아동‧청소년 도서에 대한 문학상인 ‘블루 피터상’, 2005년부터 전해 출간된 어린이·청소년 서적과 세 권 이상 관련 도서를 출간한 작가 중 선정해 수여하는 ‘워터스톤즈상’ 등을 수상한 영국 작가 캐서린 런델의 장편소설이에요. ‘가족’과 ‘사랑’이라는 뻔한 주제를 재기 발랄한 문장력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뻔하지 않게 그려내 영국에서는 이미 1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답니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는 책이기에 영국 청소년들이 마음을 빼앗겼을까요? 이 책의 주인공인 ‘비타’는 영국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어요.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아빠가 전사했기 때문입니다. 비타는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를 절어요. 그래도 비타는 씩씩합니다. 애정이 넘치는 할아버지의 따스한 지도 아래 팔매질의 명수가 되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비타가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빈털터리로 집에서 내쫓길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집은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말이에요. 이제 비타가 할아버지의 애정에 보답할 차례입니다. 엄마와 함께 뉴욕에 있는 할아버지를 보러 간 비타는 할아버지의 소중한 집과 추억을 직접 되찾아 할아버지에게 돌려주고자 하죠.


캐서린 런델 지음 l 김혜진 옮김 l 출판사 천개의바람 l 가격 1만3800원



하지만 혼자서는 사기꾼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비타는 친구들과 뜻을 모아요. 말과 개, 새까지 길들일 수 있는 서커스단 조련사인 ‘아르카디’, 혼자 공중 곡예를 깨우친 공중 묘기의 달인 ‘새뮤얼’, 한 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의 소유자 ‘실크’와 함께요.


이 책은 캐릭터 묘사가 일품입니다. 저자 캐서린 런델은 아르카디를 생기 넘치고 발랄한 분위기 메이커로, 새뮤얼을 침착하고 과감한 리더로, 실크를 매사 까칠하고 퉁명스럽지만 유능한 인물로 그려 놓았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비타는 어떻냐고요? 비타는 사기꾼과 싸우고자 하는 굳센 마음과 특유의 신중함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성격의 소유자랍니다. 비타는 말해요. “하지만 우리가 짐을 싸서 영국으로 돌아가 버리면, 소로토어가 이기는 거잖아. 그런 부류의 사람이 늘 그런 것처럼, 그 사람이 또 이길 거야. (중략) 딱 한 번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래. 나는 싸우고 싶어. 나는 싸울 거야!”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무기로 비타는 공포를 이겨내고 모험에 나섭니다.


할아버지의 집 허드슨 성이 있는 192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비타와 친구들이 이미 도둑맞은 물건을 되찾아오는 ‘도둑질’에 나선다는 설정이 재미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내는 일이 아닐까요?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7월 25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7/24/20220724013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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