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무한한 상상의 힘이죠

by 김뭉치

이 책은 ‘전염병’을 테마로 한 소설들 모음집입니다.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등 이 앤솔러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국내 SF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처럼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아놓은 것을 앤솔러지(Anthology)라고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 SF 앤솔러지는 멸망(Apocalypse), 전염(Contagion), 뉴 노멀(New Normal) 챕터에 각각 두 편의 소설들을 묶어 놓았습니다.


이 책의 첫 번째 챕터는 ‘멸망(Apocalypse)’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꿈꾸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김초엽 작가의 「최후의 라이오니」는 멸망한 문명을 탐사해 자료와 자원을 채취하는 로몬족 ‘나’가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인해 닿게 된 3420ED에서 선천적 결함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마침내 깨닫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듀나 작가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은 ‘전염병 아포칼립스’ 소설입니다. 바이러스 등 전염병으로 인한 인류멸망을 그린 작품인데요. 특히 작가의 문장력이 압권입니다. 드라마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고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때, 곁에 두고 읽어볼 만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초광속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 낯선 행성에 뿌리내린 인류를 보여주는데요 공전과 같은 주기로 자전하여 펄펄 끓는 낮과 꽁꽁 어는 밤만 존재하는 이 행성에서는, 중간 여명 지대의 바다 위 섬처럼 뜬 고래 등에서만 사람들의 생존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고래병의 유행으로 삶의 기반인 고래가 죽어 나간다는 것. 소설 속에선 죽은 고래를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나’의 모험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더 나아가 지구와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한 은유, 인간으로 인해 병에 걸려 죽어 가는 지구로도 치환해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코로나19든 기후위기든 모두 우리 인간이 살아온 삶의 축적이자 반영물이니, 이제야말로 우리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를 바꿀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jpg 《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김초엽 외 지음 l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l 가격 1만3000원



이 외에도 전염(Contagion) 챕터에서는 정소연 작가의 「미정의 상자」, 김이환 작가의 「그 상자」를 통해 팬데믹 시대 일상의 관계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함을, 뉴 노멀(New Normal) 챕터에서는 배명훈 작가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와 이종산 작가의 「벌레 폭풍」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인류의 희망을 엿볼 수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급작스러운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제 마스크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지요. 게다가 이전처럼 자주 만날 수 없는 고립감은 사람들에게 답답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재난과 그 이후를 다룬 이야기는 꽤나 매력적입니다. 이 책을 통해 무한한 상상과 희망의 힘을 제대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8월 29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8/28/20220828015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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