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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Oct 23. 2022

먼지 차별

-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1. 오늘 소개할 책은?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다수가 정해 둔 틀에서 조금 다른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곧잘 ‘구분 짓기’를 한다. 이러한 구분 짓기는 차별과 불평등 현상을 초래한다.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는  일상생활에서 들은 말들 중 잊히지 않았던 표현들에 담긴 속뜻을 찾아 탐구하는 언어에 관련된 책이다.       


2.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차별의 언어에는 무엇이 있을까?

 “틀딱, 가사를 절다, 명품 몸매, 흑형, 다문화, 지잡대, 사내놈, 주인아줌마, 벙어리장갑…” 등이 떠오른다. 청취자들도 이 중 자주 했던 말, 종종 듣는 말이 무엇인지 찾아보라.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미묘한 차별을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이라고 부른다. 마이크로어그레션은 ‘아주 작은(Micro)’과 ‘공격(Aggression)’의 합성어다. 미세하지만 공격성을 띠고 있는 차별 언어나 행동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먼지 차별’이라고도 한다.


3. ‘먼지 차별’이라고? 흥미로운 단어다.

그렇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먼지 차별’ 표현들을 나이, 장애·인종, 경제 조건·지역, 학력·학벌·직업, 성별 등의 기준으로 분야별로 구분해 그중 열아홉 개 말을 골라 담았다.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를 읽다 보면 무심코 한 말이 다른 이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이 세상엔 편견과 차별을 담은 말들이 우리 생각보다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김청연 지음 l 출판사 동녘 l 가격 1만3000원

   

4. 이런 먼지 차별 표현들, 실제로 정말 많을 것 같다.

부끄럽지만 이런 먼지 차별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중 ‘이혼가정’이 화두로 떠올랐어요. “보통 새아빠가 그러는 경우가 많다더라?” 하며 친구들을 돌아보는데, 한 친구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는 걸 발견했다. 그 친구가 이혼가정의 자녀였다. 친구에겐 다정한 새아빠가 있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이혼가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게 달갑진 않았을 거다. 아뿔싸, 그 사실을 깨닫고 후회했을 때는 이미 늦었지 않나. 한 번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순 없으니까. 이 사건 이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뱉는 말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절절하게 느꼈다. 부끄러움으로 남은 이 일을 통해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쓰는 말들 전부를 하나하나 돌아보게 되었다. 나 같은 경험이 있는 청취자분들이라면 이 책이 더 잘 읽힐 뿐만 아니라 뼈아프게 다가올 거다.      


5. 그렇다면 청취자가 이 책에서 뭘 얻어갈 수 있을까?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내가 쓰는 말이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는 거다.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의 저자도 같은 얘길 한다. 차별과 배제의 언어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고 조심하는 일은 분명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만일 ‘그 말’을 듣는 사람이 나라면, 또는 내 가족이라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하고. 혐오의 언어를 지양하는 건 결국 상대를 배려하는 일이다. 더 이상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오해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를 통해 언어 감수성을 키워 보시라.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10월 6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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