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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Nov 21. 2022

‘좋아요’와 ‘해시태그’ 너머에 있는  공간의 가치

- 《인증샷 바깥의 공간》

요즘 SNS를 보면 공간 피드를 보고 부지런히 ‘좋아요’를 누르거나 같이 갈 사람의 계정을 ‘태그’하는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홍수같이 쏟아지는 공간 포스팅을 보고 나면 어쩐지 그곳들에 가지 않으면 시류에 뒤처질 것 같은 조급함이 몰려올 때도 있지요.


어떤 공간들엔 직접 찾아 가 보기도 했을 거예요. 그렇게 시간 내어 찾아간 공간에서 여러분은 무얼 느꼈나요?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간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에 바쁜 모습을 보았을 겁니다. ‘인증샷’과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서 말이지요.


이 책은 공간 안내서입니다. ‘좋아요’와 ‘해시태그’ 너머에 있는 공간의 가치를 들여다보지요. 이 책의 저자는 2016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좋은_공간을_널리_이롭게’라는 ‘홍익공간’ 해시태그와 함께 수천 곳의 공간을 소개해 온 건축디자이너입니다. 난해하고 어려운 건축 언어 대신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으로 7년 가까이 기록해온 공간의 가치를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보여줘요.


그렇다고 저자가 인증샷을 찍는 걸 마냥 비판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오늘날 우리가 손쉽고 재빠르게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SNS에 퍼져 있는 인증샷과 인생샷 덕분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다만 저자는 찍었으면 이제 제대로 공간을 ‘느껴보자’고 말해요. 찍고 올리는 행위에 그치지 말고, 방문한 공간을 보다 더 풍부하게 감상하고 경험해보자는 거지요.


《인증샷 바깥의 공간》문형근 지음 l 출판사 궁리 l 가격 1만4800원


여러분이 공간을 “잘 경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저자는 몇몇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SNS에서 주목받고 있는 공간들을 선별하고, 공간을 이용하는 목적에 따라 나눈 뒤 공간들을 샅샅이 뜯어봐요. 문화적 소양을 쌓기 위해 전시를 관람하는 ‘복합문화공간’, 넘쳐나는 커피 시장에서의 소비 공간인 ‘카페’, 새로운 식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인 ‘다이닝’, 숙박의 공간인 ‘호텔’을요.


공간은 이론이나 수치가 아닌 ‘감각’으로 설명되는 영역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좋은 공간을 경험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계속해서 좋은 공간을 경험해야 앞으로 기업이 더 많은 공공공간을 마련하고, 지자체에서 더 수준 높은 문화공간을 지을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래요.


책장을 덮기 전, 저자는 사실 공간을 경험하는 데에 정답은 없다며 이 책 또한 정답지가 아니라고 말해요 그러니 이 책을 가이드 삼아 앞으로 어떤 공간을 가든 그곳에서 자기만의 서사를 완성해낼 수 있기를, 인증샷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공간의 가치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11월 21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1/21/20221121000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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