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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an 10. 2023

불안과 대립의 사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이 책은 계층 격차와 다문화 문제로 신음하는 영국사회의 밑바닥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알려 줘요. 일본에서 태어나 1996년부터 영국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겪는 실제 사건들을 관찰하고 들려줘요.


명문 가톨릭 초등학교에 다녔던 저자의 아들이 “공립학교 랭킹 최하위, 밑바닥 동네의 밑바닥 중학교”라 불리던 학교에 입학하게 돼요. 그 학교는 영국의 지방도시이자 공영주택지가 모여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요. 겉보기엔 그냥 ‘가난한 동네’지만 실은 공영주택에 거주하는 사람과 공영주택을 구입한 사람, 구입한 공영주택을 최신 유행에 맞게 리모델링한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는 곳이에요. 자연히 그 동네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에도 무상 급식 대상자와 중산층, 이민자와 원주민, 백인과 유색인종이 섞여 있지요.


이런 학교에서 몸집이 작을 뿐만 아니라 “옐로에 화이트인”(백인 노동계급 아빠와 일본계 엄마를 둔 영국인 아이) 아이는 인종차별과 빈부 격차, 폭력을 맞닥뜨리게 돼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민자와 유색인종을 배척하는 건 백인뿐만이 아니었어요. 또 다른 이민자들이 주축을 이루었지요. 식당에서 음식을 훔쳐 먹은 친구를 향해 폭력을 가함으로써 타이르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혐오 발언을 일삼던 아이는 ‘쿨하지 않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고요. 피해자는 언제까지나 피해자가 아니었고 가해자 역시 무조건 가해자가 아니었던 거지요.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브래디 미카코 지음 l 김영현 옮김 l 출판사 다다서재 l 가격 1만4000원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하고, 집단 따돌림은 계속되고, 해진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야 하는 현실은 변함이 없어요. 그럼에도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책 속 아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도 있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거든요. 도입부에 자신이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라며 우울해하던 저자의 아들은 책 후반부에 이르러 스스로를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그린”이라고 말해요. 전에는 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불안했고, 인종차별 같은 일을 겪어서 기분이 어두운 ‘블루’였다면 이제는 미숙이나 경험 부족의 상태인 10대의 색 ‘그린’이라는 거지요.


이처럼 10대의 색은 고정돼 있지 않아요. 계속해서 변할 거예요. 불안하고 대립하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여러분의 색을 희망으로 물들이는 건 무엇일까요?  저자의 아들은 “스스로 남의 신발을 신어보는” 자세, ‘공감(empathy)’이라고 말해요. 이제는 학업 능력만큼이나 중요해진 엠퍼시(empathy) 능력, 이 책을 통해 키울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1월 9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3/01/09/5NQU4C43LBCXDF6A6JM42WHE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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