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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Mar 05. 2023

대혼란의 시대가 찾아왔어♪

- 《대혼란의 시대》


1. 오늘 소개할 책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도 출신의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가 환경 불평등에 관해 쓴 책《대혼란의 시대》다. 기후위기와 환경 불평등에 관한 책은 많지만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독특하다. 첫째는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를 비서구적 관점에서 담았다는 점이고 둘째는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인간 존재를 새롭게 그리는 우리의 상상력 복원에 있다. 고시는 이 책에서 녹슨 무기로 무장한 인문학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을 고민하도록 촉구한다.      


2. 제목이 ‘대혼란의 시대’인데,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을 빗댄 건가?

정확하다. 고시는 이 책에서 “우리는 정말로 ‘대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미래 세대 역시 당연히 그렇게 여길 거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 시대의 문화가 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데 실패한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기후 변화의 규모와 위력을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을 문학·역사·정치 차원에서 탐구한다.     


3. 아미타브 고시, 우리에겐 낯선 이름인데 인도에선 유명한 작가인가?

그렇다. 첫 장편소설 《이성의 순환(The Circle of Reason)》으로 프랑스의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영국이 식민지 인도에서 철수한 때부터 어느 인도인 가족과 영국인 가족의 뒤엉킨 역사를 다룬 서사적 내러티브 《섀도 라인스(The Shadow Lines)》로는 인도 최고 문학상 샤히타아카데미상을 받았다. 또 의학 스릴러라 할 만한 《캘커타 염색체(The Calcutta Chromosome)》로 아서 C. 클라크상을 수상했다. 5년의 현장 취재와 치밀한 고증을 거쳐 제국주의 침략, 식민지 지배, 양차 세계대전, 독립과 독재를 중심으로 인도와 미얀마의 역사적 격동을 조명한 대서사시 《유리 궁전(The Glass Palace)》은 영국에서만 50만 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200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인터내셔널 e-book 어워드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있다. 2018년 미국 작가 리처드 포드(Richard Ford)에게 영예가 돌아간 제8회 박경리 문학상의 최종 후보에 들었다.     


4. 그렇다면 이런 유명 소설가가 기후 위기가 곧 상상력의 위기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폭풍우나 기이한 토네이도는 장르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고시는 이처럼 주류문학(?)이 기후변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현상을 1부에서 조명한다. 2부에서 저자는 탄소 경제의 세계사를 살피며 비서구인의 관점에서 화석 연료와 세계사의 관계를 조망하고 아시아가 기후변화의 주인공이자 피해자이면서 방조자이기도 하다고 밝힌다. 저자는 3부에서 개별화한 상상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소설이라는 프로젝트가 굳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재생하는 식이 될 필요는 없다. 픽션―소설뿐 아니라 서사시와 신화까지 포괄한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가정법으로 세상에 접근하는 것, 세상을 마치 그것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인 양(as if) 그려내는 노력이다. 다시 말해, 대체할 수 없는 픽션의 빼어난 능력은 바로 여러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능력이다. 다른 형태의 인간 생존을 상상해보는 것이야말로 정확히 기후 위기가 제기하는 과제다. 기후 위기는 세계를 오직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끝내 집단적 자멸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똑똑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대신 세계가 어떻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면?

이 책은 구구절절한 수치로 기후 위기와 환경 불평등을 설명하지 않는다. 문학, 역사, 정치 다방면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상상할 수 있게 돕는다. 마치 환경/생태 분야의 《사피엔스》 같달까. 그동안 판에 박힌 천편일률적인 기후 위기, 환경 불평등 책에 질린 분들에게 신선하고 독창적인 환경/생태 책으로 《대혼란의 시대》를 추천한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1월 31일(화)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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