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뭉치의 웃기는 대학원 면접
2018년에 접어들면서 올해의 결심으로 두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나는 그동안 미뤄왔던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건 현재진행중이고), 두 번째가 대학원 진학이었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 교수님들이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졸업 직후 취업을 위해 썼던 자기소개서에 이 기록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엔 대학원에 가서 뭘 공부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고,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빨리 취직하길 원하셔서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취업노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에디터로 일한 지 8년차에 접어드니 올해는 공부가 좀 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저것 연구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싶고 무엇보다 이론적 베이스를 탄탄히 하고 싶었습니다.
출판 현장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님들과 일하다 보니 저 자신의 한게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 순간 내가 무지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유식한 사람이고 유식한 사람은 진리에 있어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는 더닝 크루거 효과를 그냥 한번 떠올려 봅니다. 하하)
그래서 올해 초부터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습니다. 과를 정한 뒤엔 어디로 갈지 커리큘럼을 체크해보고 상담도 받아보고 주위 지인들에게 물어도 보면서 일정을 살폈습니다. 그렇게 착실히(?) 준비를 하고 드디어 오늘, 신새벽부터 일어나 요란하게 준비한 뒤 아침 일찍 대학원으로의 먼 길을 떠났습니다.
대기실엔 네 분이 계셨는데 제가 제일 마지막 순서였어요. 아, 저 분들이랑 동기가 되겠구나 싶은 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대학원측에서 준비해주신 비타500을 먹으며 비타민도 한껏 충전한 채 면접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하필이면 제일 마지막 순서라 가뜩이나 긴장됐던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더군요. 면접 순서가 처음과 마지막만 아니길 빌었거든요.
제 차례가 되어 면접실로 들어갔을 땐 세 분의 교수님이 인자하게 저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그래, 이제 자기소개부터 지원동기, 학업계획을 물어보시겠구나, 성실히 답하고 좋으신 분들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고 긴장하지 말자, 속으로 되뇌이는데 가운데 계신 교수님께서 자상하신 목소리로 제게 물으셨습니다.
"면접 보기 전에 한 가지 먼저 묻고 시작하고 싶은데요. 혹시 저희 과가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 두 군데에 있다는 걸 아십니까?"
그 순간 동공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주말에 수업을 듣는 대학원으로 고르고 골라 지원한 거였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는 건 특수대학원이죠. 그런데 어제 조교가 보낸 문자에 '일반대학원'이라고 명기돼 있던 것과 제가 들고 온 수험표에도 역시 '일반대학원' 다섯 글자가 똑똑하게 쓰여 있는 걸 보게 된 겁니다. 어제도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일반대학원에서도 주말에 수업을 진행하나 보네 하고 넘어갔거든요.
교수님들께서는 이런 민망한 일을 저지른 저를 애써 위로해주시며 다음 학기에 꼭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씀해주셧습니다. 하아. 만약 제가 다음 학기에 그 대학원에 가게 된다면 아마 전 그 과의 전설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고)뭉치'로 길이길이 회자될 것 같습니다.
두 달 전에 갑작스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뒤부터 사고가 아예 정지해버린 듯 실수 연발입니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보니 이미 1차 전형은 일정이 모두 끝난 상태였고 합격자 발표까지 이뤄진 후였어요. 부랴부랴 2차 전형에 접수한 건데 그게 일반대학원이었던 겁니다. 원서접수비만 7만 5000원에, 이 무더위에 남편까지 끌고 학교에 갔던 저로서는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시어머니께서 선물해주신 발찌까지 잃어버린 저로서는 더더욱 저의 뭉치짓을 용서할 수가 없어 손발이 벌벌 떨리더군요.
괜찮다는 남편과 쓸쓸히 돌아오는 길, 그래, 앞으로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심경으로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차가 막혀 집까지는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지만 신나게 노래 부르고 쭈글이처럼 끊임없이 조잘대며 다음 학기까지 열심히 등록금을 모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뭐 그리 심각할 것 있나요?
어차피 뭉치짓은 내일도 계속될 텐데요.
전국의 모든 뭉치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면접 보러 가서 면접 못 본 김뭉치도 웃고 있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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