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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Oct 04. 2023

빨리 감기, 건너뛰기, 요약본 보기의 시대

1. 오늘은 어떤 책 함께 읽어봅니까?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다. 빨리 감기, 건너뛰기, 요약본 보기가 우리의 문화 소비 습관을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다루는 책이다. OTT 시대, 우리가 영화를 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저자 이나다 도요시는 요코하마 국립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영화배급사 가가 커뮤니케이션(현 가가)에 입사했다. 그 후, 키네마 순보사에서 DVD 잡지의 편집장, 출판 편집자를 거쳤다. 저자는 아오야마 가쿠인대학에서 2학년~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학생들의 콘텐츠 시청 습관을 조사했는데, 학생 중 87.6퍼센트가 ‘빨리 감기’ 시청 경험이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 책은 여기에 콘텐츠 제작자, Z세대 마케터 등의 인터뷰와 설문조사 내용을 덧붙여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국내 번역본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 콘텐츠에 대한 책이라 대중과는 거리가 좀 멀어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저 역시 앵커 님과 청취자 여러분께 질문을 던지며 답을 갈음하고 싶다. 다음 중 몇 가지에 해당되나?


1) 대화에 끼기 위해 인기 있는 콘텐츠를 본다

2) 대사 없는 일상적인 장면은 건너뛴다.

3) 1시간짜리 드라마를 10분 요약 영상으로 해치운다.

4) 영화관에 가기 전 결말을 알아둔다.

5) 인터넷에 올라온 해석을 찾아보며 콘텐츠를 본다.

6) 처음 볼 땐 빨리 감기로, 재밌으면 보통 속도로 다시 본다.

7) 원작을 최대한 각색 없이 그대로 옮겨야 본다.

8) 빌런은 사절. 착한 캐릭터만 나오길 원한다.


이 중 6개 이상 해당된다면 '영화를 감상'하는 분이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분이다. 특히 이 책을 읽어야만 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분들이다. 이 책은 기술이 미디어 소비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파헤친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즐겨 보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3.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아닌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라, 정말 그러네요?

맞다. 우리는 지금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고 있지 않나.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몇 시간씩 앉아서 볼 시간이 없다. 그런데 봐야 할 작품은 너무 많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영상 작품을, 가장 값싸게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p. 18)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짧은 시간 안에 재미있게 즐길거리를 찾는다. 그래서 빨리 감아 보고, 건너뛰며 보고, 너튜브에서 요약본을 찾아보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더 이상 영화를 ‘작품’이라고 부르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대신 ‘콘텐츠’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거다. 저자는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오락을 ‘콘텐츠’라고 총칭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해 보라며 이제는 “작품을 감상한다”보다 “콘텐츠를 소비한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4. 어째서 그렇게 하면서까지 내용을 빠르게 알고 싶은 걸까요?

지인과의 대화에 낄 수 있고, 결말까지 알았다는 만족감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SNS 시대라 언제 어디서든 친구와 온오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말 그대로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언제든 연락할 수 있고, 늘 어떤 반응을 요구받는다. 그렇다고는 하나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손쉽게 분위기가 살아나는 데는 ‘그거 봤어? (혹은 그거 들었어?) 재미있더라. 꼭 봐!’가 유용하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혹은 음악 등의 콘텐츠를 화제로 삼는 것이다. 이런 화제를 무시하면 대화에 끼지 못할 뿐 아니라 후폭풍이 따른다. 소위 말하는 ‘읽고 씹기’는 ‘그 화제에 관심이 없다’라는 적극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화제가 된 작품은 가급적 보고 감상을 말해야 그룹의 평화가 유지된다.”(P. 104)


5. 생각해 보면 이 외에도 미디어를 시청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요?

맞다. 첫째, ‘반복해서 보기’다. 새로운 걸 보는 데는 체력이 필요하다. 처음 접한 작품을 따라가지 못해서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게 귀찮고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잘 알고 있는 걸 반복해서 보는 걸 즐긴다. 둘째, 시간 낭비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볼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판단한 후에 보는 이유다. 그래서 너튜브 요약 영상이 뜨는 거다. 효율의 시대에 콘텐츠 소비 역시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인 거다. 또 믿을 만한 지인의 추천을 신뢰한다. 티켓값도 워낙 비싸졌기 때문에 확실히 재미있다는 작품만 극장에서 보고 싶어 한다. 코로나19가 트리거가 된 것도 있다. 가성비의 시대, 다들 모험을 하기 싫은 거다. 미디어와 스토리텔링의 미래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김미향 콘텐츠 미디어 랩 에디튜드 대표·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4월 20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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