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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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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Oct 09. 2023

한글날 추천도서


《동사의 맛》김정선 지음 l 출판사 유유 l 가격 14000원



오늘은 한글날이에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고 널리 퍼뜨려 모두게 알게 한 일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이 책은 한글날을 맞아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를 더 깊게 이해하고 풍부하게 표현하도록 도와줘요.  작고 가벼운 책이지만 재미와 유익함은 어떤 책보다 크지요.


저자는 20여 년간 출판 외주 교정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교정지와 씨름했어요. 오랫동안 남의 글을 손보고 다듬는 일을 해 왔으니 사람들이 헷갈리는 동사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쓴 거지요.


예를 들어 저자는 헷갈리기 쉬운 ‘뒤쳐지다’와 ‘뒤처지다’에 대해 이렇게 말해요. “낱말의 뜻을 살피면 그다지 헷갈릴 일도 없다. ‘뒤쳐지다’는 ‘뒤치다’에서 왔고, ‘뒤처지다’는 ‘처지다’에서 왔다. 그러니 물건이 뒤집혀서 젖혀질 때는 ‘뒤쳐지다’라고 쓰고, 자꾸 뒤로 처질 때는 ‘뒤처지다’라고 써야 한다”고요.


295쪽에서는 우리가 ‘퉁치다’로 잘못 쓰는 말의 표준어도 알려줘요. 바로 ‘한통치다’이지요. 나누지 않고 한곳에 합치는 걸 말하는 동사로는 ‘한통치다’를 써야 한다네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전류의 한글 관련 책들과 달리 ‘동사 에세이’라는 점이에요. 그래서인지 동사들이 마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지요. 91쪽의 문장들은 이 책의 그런 특징을 잘 보여줘요. “사전을 보면 모든 낱말이 분명한 제 뜻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다른 낱말에 기대고 있을 뿐 그 자체로는 이도 저도 아니다. 낱말들이 서로를 눌러보고 눌러들어 주지 않는다면 어떤 낱말도 제 뜻을 가질 수 없을 테니까. 삶 또한 그렇지 않을까.”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동사들조차도 그 맛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글쓰기 방법이에요. 다음은 ‘들이다’와 ‘드리다’의 맛을 설명하는 233쪽의 문장들이에요. “사람은 들이고 방은 드린다. 아침에는 밥에 뜸을 들이고 저녁이 되면 가게를 드린다. ‘드리다’에는 요즘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 담겨 있다. 가령 머리를 땋아 댕기를 물릴 때도 드린다고 하고, 집에 벽장이나 문을 새로 꾸미거나 마루나 방을 새로 만들 때도 드린다고 한다. 가게 문을 닫을 때도 드린다고 하며 곡식을 까부를 때도 드린다고 한다.”


한글을 사랑하고, 더 풍부한 표현력을 갖추고 싶은 이들, 동사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요. 이 책은 한글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동시에 한글의 매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거예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언어를 더 즐겁게 탐험해 보세요.



김미향 콘텐츠 스타트업 에디튜드 대표·작가



2023년 10월 9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0/08/20231008013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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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사고뭉치조직단 출간작가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저자큐리에이터(큐레이터+크리에이터).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책을 읽고 쓰고 기획하고 만들어 냅니다. * 글쓰기 워크숍 & 강연 문의 = editude.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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