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Oct 10. 2023

다정한 기술이 보여주는  선한 영향력

《이토록 다정한 기술》변택주 지음 l 출판사 김영사 l 가격 1만6800원


기후위기, 생태파괴, 빈곤문제, 노인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그 실천 방안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저자는 기존의 시스템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요.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이지요.


한뎃잠을 자는 이들이 떨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 못지않게 삶을 누릴 수는 없을까? 죄짓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와 변화를 거치며 지속가능성을 높여오고 있는 움직임들을 소개해요. 이러한 움직임들을 살피다 보면, 기후위기, 생태파괴, 빈곤문제, 노인문제 등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법이 ‘나’가 아닌 ‘우리’가 되어 함께 희망을 지어나가는 것임을 깨닫게 되지요.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건널목 카드’는 어르신과 장애인을 보듬는 따뜻한 기술이에요. ‘건널목 카드’란 늙거나 장애가 있어 걸음이 느린 사람들이 마음 놓고 건널목을 건널 수 있도록 푸른빛 불이 켜지는 시간을 더 늘려주는 신호등 연장 카드인데요. 어르신이나 장애인처럼 여리고 힘이 달리는 이들만 받을 수 있는 카드랍니다. 신호등에 붙어 있는 단말기에 카드를 대면 건널목 길이에 따라 푸른빛 불이 켜지는 시간이 짧게는 3초에서 길게는 13초까지 늘어나 필요한 사람들은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길을 건널 수 있지요.


슈퍼마켓 알버트 하인의 채소밭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해요. 농부가 채소를 거둬들이듯, 손님들은 먹고 싶은 나물이나 채소를 직접 따서 바구니에 담으면 되는데요. 채소를 딴 손님은 손에 묻은 흙을 싱크대에서 씻고 계산대에 무게를 달아 값을 치러요. 직접 딴 채소를 바구니에 담은 손님들은 텃밭을 가꿔 거둔 것 같은 재미가 쏠쏠하지요. 밭에서 따서 바로 음식에 얹어 먹으니 시들어서 버려지는 채소도 한결 줄일 수 있고요.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환자들이 쉽게 자신의 통증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통증 픽토그램’, 시각장애인을 위해 깨알로 점자를 새긴 ‘윔피 버거’,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읽을 수 있는 문자 ‘브라유 노이에’. 안경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언제든지 마음대로 도수를 바꿀 수 있는 안경 ‘어드스펙스’와 ‘튜너블 안경’, 파킨슨 병 환자의 손 떨림을 막아주는 장갑 ‘자이로 글로브’에 관한 이야기도 있어요.


이처럼 이 책에서는 삶에서 큰 불편을 겪거나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최적의 기술을 개발하여 사람들을 돌보고 구하는 사례들이 아흔여 가지나 소개되어 있어요. 이러한 기술들은 좀 더 다정한 세상을 꿈꾸게 만들지요.


요즘 기술이 환경을 파괴하고,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를 양극화시킨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요. 그러나 기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어요. 이 책이 그 방증이지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거예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그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힘을 얻고 싶을 때 읽으면 좋아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6월 26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6/25/2023062501599.html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알라딘 http://asq.kr/XE1p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한글날 추천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