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저트 월드』
『디저트 월드』를 『디저트 월드』 식으로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접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접혀 있다”는 표현은 이 책에서 사용된 맥락에 비추어볼 때 설명할 수 없는 것, 기억할 수 없는 것 등을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이 “접혀 있”음에서 나온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오마주로 보이는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중첩되어 있고, 매년 할로윈 때마다 토끼남자를 만나는 미스터 L의 이야기다. 미스터 L이 살고 있는 곳은 “디저트 월드”. “높은 곳”에 사는 토끼남자는 죽어가는 L을 살게 해주는 대신 매년 할로윈 때마다 맛있는 디저트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온다. L은 364일을 토끼남자를 위해 맛있는 디저트를 찾고 만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하며 보낸다.
L이 토끼남자를 만나 몽블랑, 당근케이크, 마카롱, 자허토르테, 오렌지쿠키, 레드벨벳컵케이크, 라즈베리타르트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건 몹시 지루하다. 또 L이 토끼남자에게 접힐까 무서워 벌벌 떨면서도 기어코 해내는 재미있는 이야기 또한 별로 재미가 없다. L이 토끼남자에게 말하는 도시괴담은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곳 출신인 토끼남자는 그 이야기를 몹시 재미있어하고 디저트 월드의 디저트 또한 맛있게 먹는다.
그러나 정작 내가 재미있었던 건 디저트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맛있게 반죽한 작가 김이환의 솜씨였다. L을 포함해 캐릭터들은 “디저트 월드”와 “높은 곳” 곳곳에서 살아 움직인다. 틈만 나면 “죽여버리고 싶어”를 연발하는 토끼남자의 여자친구 루비와 실크해트를 쓴 잭 등 스쳐지나가는 조연도 허투루 만든 기색이 없다.
나는 꿈처럼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느 날 꿈을 꾸면 깊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 고양이가 된 L의 친구 닥터의 웃음소리를 표지판 삼아 티테이블에서 트럼프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접힌 것을 펴고 펼쳐진 것은 접으며 나만의 컵케이크가게를 차리게 될 지도.
정성을 들인 편집과 여름날의 뜨거운 파이 같은 이야기.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