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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Feb 10. 2019

편집자가 본 <로맨스는 별책부록>

- 세 가지 Q&A

요즘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출판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편집자들 사이에서 최근 핫한 드라마다. 드라마 속 출판사는 얼마나 현실과 가까울까. 4회까지의 방영분을 토대로 살펴봤다. 



Q1. 업무지원팀은 잡무전담반?

A1. No. 드라마에 묘사된 업무지원팀을 보고 솔직히 경악했다. 출판사 내부의 그 누구도 업무지원팀을 잡무전담반 정도로 취급하지 않는다. 물론 지원팀이니 최대한 지원을 해주는 건 맞지만 자신의 잡무는 보통 자기가 알아서 한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 극중 고 이사는 업무지원팀 신입인 강단이에게 미팅 때 입을 옷 드라이까지 맡기는데, 고릿적이라면 몰라도 저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물론 어디에선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화가 난다. 



Q2. 표지 디자인이 정말 중요한가?

A2. Yes. 솔직히 이 드라마 1회를 보고 너무 무서웠다. 강단이는 차은호의 집에 숨어 사는데 누가 봐도 가택침입 아닌가. 아무리 아는 사이라도 소름 끼친다. 오죽하면 가택침입을 소재로 한 <숨바꼭질>이라는 공포영화까지 나왔겠는가. '드라마니까' 하며 무릎을 찔러가며 참았지만 그 외에도 사각관계를 만들기 위한 거듭된 우연, 개연성 없고 억지스러운 전개에 통탄했다. 경단녀, 왕따 문제 등 좋은 소재를 가지고 왜 때문에 전개가 그렇게밖에 흘러갈 수 없는 건지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출판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는 좋았다. 그게 4회까지 보게 만든 힘이었다. 


“자, 이 책 표지 좀 봐  뭐 느끼는 거 없어?”
"..."
"이 책 한 권이 우리 책 다 죽이잖아. 맨날 처박혀서 원고만 보면 뭐 해. 요즘 사람들 책 표지 보고 구매한다니까?”
“아유. 책이 뭐 액세서리도 아니고, 무슨.”
“액세서리야. 들고 다니는 책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시대라고!’


교보문고에서 도서출판 겨루 대표와 편집장이 나누는 대화다. 출판계에서는 갈수록 표지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냐, 디자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출판인들이 많다. 그래서 편집장과 대리의 대화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아이, 나 근데 왜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지? 책은 책이잖아? 너무 장사하려고 만든 것 같지 않아?”
“에이, 뭘 또 그렇게.”
“알아. 한 사람이라도 더 읽히고 싶은 기분. 좋은 책이니까. 나도 그래.”


Q3. 신간이 나오면 잉크 냄새를 맡나?

A3. 케바케. 『일의 희로애락』이라는 책이 막 출간됐을 때 겨루 대표는 신간의 잉크 냄새를 맡는다. 편집장은 매번 책 나올 때마다 그래야겠냐고 묻는다. 그러자 대표는 말한다. 


"어제까진 이 세상에 없었던 거잖아. 오늘 딱 우리 앞에 나타난 거잖아. 얼마나 신기해. 얼마나 예뻐. 우리가 만든 거야."


신간이 나올 때마다 잉크 냄새를 맡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표의 말은 딱 우리가 책을 만들 때의 마음이다. 우리의 희로애락이 여기에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사람에게라도 더 읽히고 싶은 기분으로 오늘도 독자를 연구하고 판매를 고민한다. 언제나, 들고 다니는 책은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 외에 대형서점에서 독자가 함부로 책을 보면 출판사만 고스란히 손해를 입는다는 포인트를 장면으로 넣어준 것도 좋았고, 물류창고에 자리가 없어 폐지 처리를 하는 장면을 넣어준 것도 고마웠다. 우리는 항상 나무에 미안해하며 책을 만들고 그 책이 독자에게 미처 전해지지 못했을 때 책과 함께 슬퍼한다. 극중 마케팅 팀장님은 실제 출판계에 있을 법하게 느껴져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고 이사가 강단이의 헤드카피를 자신의 것인 양 내놓는 신이 있는데, 나 역시 비슷한 일을 경험해봤다. 그러나 이런 건 비단 출판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인성 문제라고 본다. 어딜 간들 저런 일이 없겠는가.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5회와 6회를 몰아 보련다. 출판인들에겐 책 얘기가 더없이 재미있고 애틋한 것 같다. 그래서 책 읽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고 예뻐 보인다. 도서출판 겨루 대표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으아. 아름답다. 그래. 남잔 카페에 왔으면 책을 읽어야지."


으아. 아름답다. 그래. 남잔 카페에 왔으면 책을 읽어야지.


어쩌면, 책 만드는 건 미련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삼년 동안 글을 쓰고, 
육개월간 오타를 찾는 사람들. 어떤 책은 겨우 백 명도 읽지 않을 걸
알면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 세상이 급변하며 휘청일 때, 
무너지지 않는 건 이런 사람들이 버텨주기 때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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