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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Mar 01. 2019

20대의 미디어

- 마감 중 만난 문장들

실제로 해외 팬들에게 여러 K-팝 그룹과 BTS를 외모와 퍼포먼스만으로 비교했을 때 차별점이 뭐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꾸미지 않은 일상을 수시로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스타의 일상을 ‘거의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팬덤의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이었다. BTS는 그걸 마이크로 미디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얻는다. 이 과정에서 팬과 스타의 관계는 좀더 개인적인 것으로 전환되는데, 21세기의 특징은 바로 이 감정의 깊이에 미디어가 중요하게 관여한다는 점이리라.


물건(=음반)이 팔리지 않는 대신 라이브 공연과 뮤직비디오가 다른 가능성을 열어줬다. 라이브 공연이든 뮤직비디오든 음악을 다르게 경험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다. 음악이라는 청각적 자극이 보고/듣는 시청각적 경험으로 전환되었음을 뜻한다. 음악에 대한 경험은 점점 더 입체적으로 바뀌는 중이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중요한 건 콘텐츠다. 이때 콘텐츠는 ‘자기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시대에도 이것은 중요했지만, 현재처럼 모두가 자신의 미디어를 가진 시대에 ‘목소리’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이 ‘자기만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과 콘텐츠는 상호보완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유통 플랫폼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위해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 동시에, 주요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를 위해 수익 배분, 마케팅, 관리 등 모든 면에서 기술적 지원을 높이고 있다. 플랫폼의 입장에서 그 둘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모두 중요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29살인 동료는 자기 또래를 ‘행복의 기준을 피버팅(pivoting)한 세대’라고 표현했다. 몸의 중심축을 한쪽 발에서 다른 쪽 발로 이동시키는 뜻의 피버팅은 비즈니스 분야에서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보자면 현재 2030세대는 결혼을 포기한 게 아니라, ‘결혼이란 무엇인가’를 되물으며 ‘관계’의 개념을 재설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돈 버는 방법이 취직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좀더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원이든 프리랜서든, 자기 일은 알아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저성장시대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과연 어디를 향할까.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그 방향이기 때문이다


- 차우진 음악평론가, 「밀레니얼 세대의 미디어는 어디로 향하는가」, '20대는 누구인가', <기획회의> 483호 이슈(2019년 3월 5일 발행)



편집후기


오래전부터 차우진 음악평론가의 팬이었다. 잡지에서 그의 글들을 하나하나 오려 스크랩하기도 했다. 편집자가 되어 좋은 점 중 하나는 '성덕' 될 수 있다는 거다. 이번 호에 차우진 음악평론가의 글을 받아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심지어, 글이 참 좋았다. 이러시면 성덕의 심장은 더욱 성덕성덕해지는데.


요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이 소비사회의 중심에 서 있으니 이들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은 더욱 늘어난다. 그러나 꼰대들의 어설픈 20대 분석에 20대도 아니지만 속이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 20대 팀원을 붙잡고 너희 정말 그러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그 질문 너머에는 너희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너희는 진정 감수하고 있는 거냐고, 너희 사실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체념하고, 한없이 가볍고, 보수적인 게 아니지 않냐는 물음이 함축돼 있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음악을 중심으로 20대의 20대의 미디어를 분석하며 20대를 긍정한다. 제약과 한계 안에서 개인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고, 타자를 배려하는 감수성이 충만하고, 경험과 실증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작은 성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라고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며 30대인 나도 적잖은 위로를 받았다. 20대들이 꼰대들에 지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들에겐 그들만의 저력이 있으니.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제각기의 '우리' 식으로 잘 살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러면 좋겠다.


방탄소년단, 유튜브 다이아 버튼 수상 자축 ⓒ BTS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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