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즐기는 사람이 가장 많이 기도하는 법

- '당통의 죽음' 중에서

by 김뭉치

마리옹 : 어느 날 아침 오더니 내 숨이 막히도록 키스했어.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았는데, 얼마나 겁이 났는지 말도 못해. 그러다 날 풀어 주더니 웃으면서 말했어. 까딱 잘못했으면 어리석은 짓을 할 뻔했다, 그리고 네 옷 잘 간수해라, 필요할 테니, 언젠가는 이 옷도 해질 거다, 자기는 때가 되기 전에 내 흥을 깰 생각은 없다, 내가 가진 유일한 것이 이 옷이다라고 말이야. 그러고 나서 나가 버렸어. 나는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이번에도 몰랐어. 그날 저녁 나는 창가에 앉아 있었어. 무척 예민해져서 주위 모든 것에 유난히 신경이 쓰였어. 파도 같은 저녁 노을에 넋을 놓았지. 그때 길에서 한 무리 사람들이 달려왔어. 아이들이 앞장서 뛰어오고 여자들은 창 밖으로 내다보더군.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그 사람을 들것에 싣고 지나가더라고. 달빛이 그의 창백한 이마를 비춰 주었어. 곱슬머리는 물에 젖어 있었어. 물에 빠져 죽은 거였지. 난 울지 않을 수 없었어. 그때가 내 삶이 딱 한 번 단절된 순간이었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요일과 평일이 구분되지. 엿새 동안 일하고 일곱 번째 날에는 기도를 해. 사람들은 해마다 생일을 맞아 가슴이 설레고, 새해엔 일 년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 난 그런 건 전혀 몰라. 난 시간을 구분하지도 못하고, 바뀌지도 않아. 내 생활은 언제나 한결같아. 끝없는 그리움과 자제, 이글거리는 불길과 격정뿐이었어. 어머니는 화병으로 돌아가셨어. 사람들은 내게 손가락질 해 댔지. 말도 안되는 짓이야. 누구든 즐기기 위해 사는 건 다 마찬가지니까. 육체를 즐기든, 성화를 보고 즐거움을 느끼든, 꽃이나 아이들 장난감으로 즐기든 마찬가지야. 가장 많이 즐기는 사람이 가장 많이 기도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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