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이 아니라 방식으로서의 애도

by 김뭉치

아침부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두 통이나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좀처럼 받지 않는 나였지만 그날 오후 세 번째 전화가 걸려왔을 때는 이 번호의 주인은 나를 알 거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최뭉치 씨 아니냐고 했다. '번호를 착각했나 보구나.'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잠깐만요. 김, 그래, 김뭉치 씨 전화 아닙니까?" "누구세요?"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화기 저 편의 남자는 큰외삼촌이었다. 아주아주 어릴 때 큰외삼촌을 본 뒤로 외삼촌의 목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20여 년도 전에 봤던 외삼촌의 서글서글한 인상이 떠올랐다.


외삼촌에게도 20여 년 전의 내 모습만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었다. 외삼촌은 집안의 귀염둥이 1호였던, 나는 미처 기억나지 않는 나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해주었다. 또 외할머니와 엄마와 외삼촌이 나를 얼마나 귀애했는지, 그 시절이 우리에게 얼마나 좋은 시절이었는지 말해주었다. 나는 삼촌이 여자친구와 함께 둘째 이모 댁에 머물던 시절을 기억한다고 했다. 노랗게 머리칼을 염색한 풍만한 체형의 언니였다. 삼촌은 어떻게 그런 것까지 기억하냐며 부끄러운 듯 웃었다. 지금, 삼촌은 혼자다.


삼촌은 잠을 잘 이루질 못한다고 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환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린다고 했다. 싸우는 꿈을 꾸다 실제로 유리창을 깼는데 돈이 없어 유리창을 수리하지 못했다고 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로 하루하루를 버티는데 그마저도 힘들다고 했다. 악랄한 꿈들이 삼촌의 잠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교회 목사님께 이런 얘길 하고 상담을 요청했지만 그 목사님도 이제 삼촌에겐 두 손 두 발 다 든 것 같았다. 삼촌은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엄마의 집안에 뿌리를 깊게 내린 우울의 근원이 무엇일지, 나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다들 마음속에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우물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나는 쉽사리 그들에게 말을 건넬 수 없다. 큰외삼촌 역시 치료가 절실해 보였지만 차마 말을 하진 못 했다.


전화기 너머의 삼촌은 엄마가 돌아가신 걸 얼마 전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걸 알고 삶이 너무 무거워져서 그래서 더 힘들다고 했다. 엄마의 이야기를 하며 "유일하게 나를 사람대접 해준 착한 우리 누나를 하 나님이 왜 데려가신 거냐"고 목사님께 울며 매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삼촌은 45분 동안 전화기 저편에서 오열했다. 듣는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애써 울음을 참았다.


삼촌은 엄마 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한다고 했다. 바보처럼 착하기만 했던 누나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었다고 했다. 그게 왜 마지막 대화가 돼야 했던 건지, 모든 것은 삼촌의 탓이라고 했다. 그런 삼촌의 전화를 내가 따뜻하게 받아주는 게 참으로 고맙다고 했다.


(중략)


꿈을 꾸고 나서도 큰외삼촌에 대한 엄마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엄마처럼 품이 너르지 못한 나는 살아생전 엄마를 괴롭혔던 삼촌이 밉다. 애도의 방법은 각자 다양하겠지만, 애도는 삶의 한 방식으로서 드러난다. 큰외삼촌은 오늘도 엄마를 떠올리며 긴긴 불면의 밤을 후회와 자책과 눈물로 지새울까. 나는 잘 모르겠다. 아직 마음의 키가 다 자라지 못한 내겐 그저 엄마가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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