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화양영화 12화

냄새의 사회학

- 지하철과 영화 <기생충>

by 김뭉치

어제 야근을 하고 삼겹살집에서 팀 회식을 했다. 퇴근하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영화 <기생충> 속 기택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손잡이를 잡을 수 있는 곳으로 가 서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내 앞에 앉아 있던 남성분이 코를 쥐는 게 아닌가. 내가 너무 놀라서 그 남자분을 쳐다봤더니 갑자기 코를 긁는 척하셨다. 그러나 코에서 손을 떼지는 못하고 계속해서 코 근처로 손이 가는 모습을, 나는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손의 모습은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나는 자존감이 급강하했고 지하철을 탄 게, 삼겹살 냄새를 풍기는 게, 팀 회식을 한 게, 야근을 한 게 죄스러웠으며 급기야 나 자신이 죄스러웠다 그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테고 심지어 나의 눈치를 보는 듯했으나 기택이 되어 버린 나 자신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가 코를 쥔 원인이 내게 있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그 원인이 나임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아아. 기택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박 사장의 말에 연교가 그게 대체 무슨 냄새냐고 물으니 박동익 사장이 그걸 왜 모르냐는 듯 내뱉은 말이 생각난다.


그 왜 지하철 타는 사람들한테서 나는 냄새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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