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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l 14. 2019

밀실에서 즐기는 웹툰의 경제학

- 19금 웹툰 및  플랫폼 리뷰

최근 웹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해 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 수락하려 했지만 원작 웹소설이 남성 판타지의 19금이라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수위와는 관계없이 여성향 19금이었다면 지금쯤 웹툰 각색에 한창이었을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19금 콘텐츠인 <SNL 코리아>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시대다. 드라마에서 키스신만 나와도 가족들 모두 얼굴을 붉히며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던 시절이 아니란 말이다. <SNL 코리아>는 보수화된 한국에서 19금 콘텐츠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낸 콘텐츠다.


출판계에서는 2011년 미국에서 출간된 E. L. 제임스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2012년 시공사에서 번역 출간되며 화제를 일으켰다. ‘19금’ 딱지가 붙어 있는 이 책은 급기야 전자책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19금 소설을 지하철에서 나 보란 듯이 읽을 수는 없지만 태블릿으로는 그 누구의 눈총 없이 당당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엔 한국에서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며 ‘그레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19금 콘텐츠도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다.  


19금 콘텐츠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낸 <SNL KOREA>(좌)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19금 웹툰 역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9금 웹툰은 웹툰시장 안에서도 비즈니스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데, 콘텐츠를 돈 주고 사 본다는 인식이 적은 한국 향유자들의 지갑도 열게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웹툰의 태생 자체가 무료 콘텐츠였다는 걸 떠올려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현재의 웹툰을 만든 것은 대형 포털사이트들이다. 트래픽을 높이고 방문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그들이 활용한 것이 웹툰이다. 웹툰은 무료로 연재하고 대신 광고 노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그들의 사업 모델이었다.


그러나 19금 웹툰은 뉴미디어 디지털 매체로서 혼자서 여러 번, 은밀하게 즐길 수 있다는 대리만족의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향유자들로 하여금 유료 결제를 하게 만든다. 우리가 웹툰을 포함한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가장 큰 이유가 흥미, 즐거움 등의 오락 기능인 것을 떠올려 보면 이는 더욱 자명해진다.


(중략)


19금 웹툰 콘텐츠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은 레진코믹스다. 지난해만 469억 원의 매출을 올린 레진코믹스의 성공 이유는 성인 독자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웹툰의 주향유층인 10대보다 구매력이 높다. 이들은 지불 의향도, 지불 능력도 있다. 레진코믹스가 기치로 내걸고 있는 것이 ‘성숙한 독자들을 위한 웹툰 서비스’다. 2015년 기준 레진코믹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전체 웹툰의 20% 정도가 19금 웹툰이다. 이 콘텐츠들은 대개 유료로 결제해야만 볼 수 있다. 애초에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는 타 플랫폼과의 경쟁력을 갖춰야 했기 때문에 레진코믹스에서는 타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19금 웹툰을 킬러 콘텐츠로 활용했다. 이후 레진코믹스의 뒤를 이어 본격 성인 웹툰 플랫폼을 표방한 탑툰이 등장한다.


(중략)


19금 웹툰의 소재는 로맨스, 고어, 판타지 등으로 다양하다. 오늘 리뷰할 웹툰 「고스트맨」은 복수극이다.

고스트라이터를 소재로 한다. 스승 박강주의 뒤에서 고스트처럼 살던 주인공 윤정후는 결국 고스트라이팅 때문에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박강주 작가의 신작 작업을 대신해주다 정작 본인의 글은 쓰지 못한다. 어렵사리 그 글을 출간할 기회가 와도 박강주 작가와 문체가 너무 비슷하다며 거절당하기 일쑤다. 이것만으로도 화가 나는 일인데 정후의 스승은 정후의 문장만 빼앗은 것이 아니었다. 정후가 사랑하는 여인도 빼앗았다. 모든 걸 빼앗긴 정후는 착하기만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지독하게 변한다.  「고스트맨」은 프롤로그에서 이미 이 모든 줄거리를 털어놓는다. 따라서 이후부터는 쉽게 읽힌다는 것이 강점이다.


「고스트맨」, 허스키놈 글, Chemi 그림, 투믹스, 2016, 완결


어딘가 모르게 『은교』(문학동네)가 연상되기도 한다. 『은교』에선 제자의 소설을 스승이 대신 써 주지만 「고스트맨」에선 스승의 소설을 제자가 대신 써 준달까. 다만 성인 웹툰이라고 해서 자극적인 성애 묘사만 주를 이루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슈가 되고 있는 ‘고스트라이터’라는 소재와 맞물려 주인공 정후의 캐릭터 변화가 흥미 요소다. 극화가 대량생산되면서 이제는 전문 스토리 작가들이 존재하지만 예전에는 만화 스토리 작가들 대부분이 고스트라이터였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주제 자체도 흥미롭다. 총 36회로 분량도 길지 않은 편이라 짧은 시간에 몰입해서 완결까지 볼 수 있어 성취감도 있다.  


한편「고스트맨」이 연재된 플랫폼 투믹스는 ‘성인을 위한 프리미엄 웹툰 플랫폼’을 표방한 곳으로, 2016년 기준 20대 회원 비율이 54%에 육박했다. 레진코믹스나 탑툰처럼 성인들을 타깃으로 웹툰을 서비스하며 특히 남성향 웹툰이 많은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19금 웹툰 외에 점차 서비스하는 웹툰의 장르를 다양화하며 비성인 향유자들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략)


결국 이 지면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19금 웹툰 「고스트맨」의 내용이 아니다. 「고스트맨」을 포함한 현재 19금 웹툰이 어떤 방식으로 향유자들을 끌어들이고, 만족시키고, 새로운 UX를 제시하느냐다. 이건, 비즈니스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 기고한 웹툰 리뷰입니다. 

원고 전문은 2019년 7월 20일 이후 <기획회의> 492호 '리뷰' 지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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