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 대한 꿈을 꾸었다. 날개를 활짝 편 거대한 공작이 걷고 있었다. 눈동자 안에는 몇 겹의 눈동자가 더 박혀 있는 듯했고 공작이 날개를 흔들 때마다 분진이 떨어졌다. 강렬한 붉은색과 초록색은 나의 눈을 멀게 만들 것 같았다. 나는 두려워서 오들오들 떤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붙박인 듯 서 있었다.
이른 아침, 지하철역으로 걷다 비둘기들이 토사물을 쪼아 먹고 있는 광경을 봤다.
태국 치앙마이의 어느 광장은 새 떼로 가득해 나는 남편과 길을 돌아 걸었다.
딱따구리에 대한 책을 추천받고 딱따구리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딱따구리를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주말 독서모임 때 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새의 공포, 새가 주는 무서움에 대해 나는 이야기했다. 딱따구리 캐릭터에 대해서도 찾아봤다. 우디 우드페커. 어릴 때 좋아했다.
히치콕의 <새>.
저녁. 열린 창문 틈으로 새 떼들이 미친 듯이 지저귀는 게 들렸다. 무슨 일 있나.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등학교에서 북 토크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토크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뭉치, 밖에 못 나오게 해. 새가 있어"라는 문자가 주최자에게 도착했다. 주최자는 문자를 보여주며 나와 동생에게 숨으라고 했다. 나는 동생과 엎드려 얇은 천을 우리 위에 두른 채 책상 밑에 숨어 있었다. 이윽고 독수리처럼, 또는 어릴 때 꿈에 등장했던 공작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새가 교실로 들어왔다. 학생들은 혼비백산해 도망쳤다. 마치 영겁 같은 찰나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 뒤 새가 부리로 우리를 쪼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천으로 새의 눈을 가린 채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집히는 대로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집어 새를 향해 던졌다. 새는 상상의 동물처럼 발톱마다 입이 달려 있었다. 입이 달린 발톱. 입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가득 차 있어 금방이라도 나와 동생을 물 것 같았다. 내가 던진 것은 새를 맞추지 못했다. 나는 오들오들 떨며 괴물을 마주한 채 뒷걸음질 쳤다.
"무서워" 말하며 남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창 밖에선 새들이 미친 듯이 지저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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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