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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진실을 마주할 준비, 되셨습니까?

- 「사라진느」

by 김뭉치

사라진느의 두 발음 철자는 S와 Z이다. 그리고 이 소설 「사라진느」의 등장인물인 사라진느와 잠비넬라의 이니셜 역시 S와 Z이다. 그래서 롤랑 바르트는 이 소설을 분석한 책 《S/Z》를 펴내기도 했다. Z는 거울에 비친 S라는 점을 떠올려 볼 때, 사라진느와 잠비넬라의 이야기는 한 몸처럼 붙어 갈 거란 걸 알 수 있다.


《S/Z》, 롤랑 바르트 지음, 김웅권 옮김, 연암서가, 2015


'사라진느'라는 이름을 들으면 독자는 자연스레 여성 캐릭터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허나 사라진느는 남자다. 반면 사라진느가 완벽한 여성이라고 생각했던 잠비넬라 역시 남자였다. 사라진느의 환상 속에서 잠비넬라는 더없이 이상적인 여성이었지만 그는 사라진느의 거울에 비친 판타지에 불과했다. 「미지의 걸작」 역시 「사라진느」와 궤를 같이 한다. 화가 프렌호퍼는 자신의 이상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이상 속에서 살지 못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을 택하는 사람이다.


《사라진느》,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7


사라진느와 프렌호퍼는 마치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조커처럼 끊임없이 거울 속의 세계를 추구한다. 그러나 거울 너머의 세계는 절대 현실이 될 수 없으며 그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그들의 삶은 비극으로 전환되고 만다. 우리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거울 속 세상은 어떠한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거울 속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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