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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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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Dec 01. 2019

콘텐츠와 그 사회적 영향력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독자들은 이제 더 이상 책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책은 그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양질의 정보는 각종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해외에서 바이럴되었던 디자인 아티클을 번역해 매주 보내주는 ‘REASIGN’, 브랜드 및 트렌드 스토리를 엄선해 보내주는 ‘생각노트’, 매일 아침 하루 동안 알아야 할 비즈니스 뉴스를 보내주는 ‘the hustle’,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시사 메일링 ‘뉴닉’, 스타트업의 한 주 뉴스를 보내주는 ‘스타트업 위클리’, 자기만의 시각으로 책을 큐레이션 한 마리아 포포바의 아티클 ‘Brain Pickings by Maria Popova’, 매일 받는 경제 뉴스 요약 노트 ‘Morning Brew’, 음악과 이야기를 보내주는 ‘oddity station’, 창작자 커뮤니티로서의 고민을 담아내는 ‘안전가옥’, 사실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해 보여주는 ‘북저널리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퍼블리’가 나의 메일함을 빼곡히 채운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신간은 사지 않을지라도 이렇듯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장점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없어도 된다.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디지털 콘텐츠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김미향 <기획회의> 편집팀장이 <기획회의> 482호 특집 “신간이 안 팔린다?”에 쓴 「독자는 구독 중」이라는 글의 일부다. 그는 30대 초반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읽을 ‘디지털 콘텐츠’가 많기에 책을 읽지 않는다. 정말로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 출판계에서는 ‘1무 9패’의 논리가 작동되고 있다고 말한다. 10권의 책을 펴내서 1권은 겨우 초판을 넘기는 것이 1무이고, 나머지 9권은 초판을 소화하지 못했으니 9패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정말 많은 출판사와 신간이 탄생한다. 2010년에 3만 5626곳이었던 출판사는 2018년 말에 5만 9306곳으로 늘어났고, 2010년에 4만 291종이었던 신간 발행종수는 2018년에 8만 1890종으로 늘어났다. 10년 사이에 신단 발행종수는 두 배로 늘어났다.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시스템이 강화되었다.

2010년대 출판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나중에 연구자들의 더욱 세밀한 정리가 나오겠지만, 매년 30〜50개 이르는 올해의 키워드와 대표 키워드를 발표해온 <기획회의>의 10년간 특집을 모으면 소략한 역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2010년대를 마감하는 시기에 <기획회의> 500호가 발행되는 경사가 겹쳐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2010년대 출판의 역사를 키워드라는 임팩트가 강한 앵글로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송인소식>으로 시작한 <기획회의>는 지난 20년 10개월 동안 단 한 호도 쉬지 않고 어김없이 출간되었다. 이런 역사를 가진 잡지는 나라 안팎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수많은 잡지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잡지의 존재 이유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중략)

<기획회의>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필드(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팩트’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왔다. 이런 정보야말로 현장 종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교양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무수한 새로운 필자와 저자를 탄생시켰다. 그들은 그들만의 생각을 보여줬다. 나와 다른 생각, 즉 생각의 차이가 바로 상상력이었다. <기획회의>를 읽으면서 상상력을 키워온 이들이 많았다. 출판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서 <기획회의>를 참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획회의>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오리지널 정보를 생산하는 이보다는 기존 정보를 재가공해 내놓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주목받는 세상에서 잡지의 위상은 달라졌다. 수많은 올드 미디어가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이다. 광고 또한 몇 년이 지나면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그런 시대에도 굳건하게 설 수 있는 잡지로 변모하지 않으면 <기획회의>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조만간 <기획회의>는 완전히 탈각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한결같되 새로운 잡지가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

(중략)

<기획회의> 500호 발간을 기념해 특별 단행본 세 권을 내놓는다.『한국 출판계 키워드 2010-2019』뿐만 아니라 류영호의『출판 혁명』과 『한국의 논점 2020』도 함께 내놓는다. 『출판 혁명』은 21세기 벽두에 이루어진 출판의 크고 작은 혁명들을 정리했다. ‘독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출판의 새로운 시도들’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간 사례들을 정리한 것이라 출판 기획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한다.『한국의 논점 2020』은 격동이 예상되는 내년을 다양한 각도로 예측해보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기획회의>의 500호 발행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신 출판인들과 독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그들의 애정이 있었기에 <기획회의>는 행복한 역정을 걸어올 수 있었다. 2020년에도 변함없는 애정과 함께 비판과 질정도 함께 부탁드린다.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국 출판계 키워드 2010-2019』서문 중에서        


『한국 출판계 키워드 2010-2019』, 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19-11-21


2014년부터 저도 참여한 『한국 출판계 키워드 2010-2019』가 출간됐습니다. 약 10여 년의 출판계 이슈들을 모두 점검해볼 수 있는 귀한 책입니다.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과거를 돌아보고 준비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출판이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트렌드를 선도하거나 또는 따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트렌드세터라면 누구나 이 책 한 권쯤은 책상 위에 꼭 두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



『한국 출판계 키워드 2010-2019』는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서 발표한 2010년대  주요 키워드를 연도별로 갈무리한 책입니다.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만이 아니라 콘텐츠와 그 사회적 영향력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6858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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