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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Sep 22. 2018

도서관, 내일을 말하다

-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 제6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라남도와 순천시가 후원하는 제6차 책 생태계 비전포럼이 2018년 8월 30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순천만국가정원 국제습지센터 입체영상관에서 열렸다. 이번 6차 책 생태계 비전포럼의 주제는 ‘도서관, 내일을 말하다’로, 국민 문화생활의 거점 공간인 도서관의 미래 비전 수립과 정책 실행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 곽승진 충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이정수 서울도서관 관장, 송현경 <내일신문> 기자, 김기영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주제 발표자로 나섰으며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과 박소희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안문수 순천시립도서관 도서관운영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서가 책이다

먼저 ‘새로운 도서관을 상상한다’라는 주제로 발표의 포문을 연 곽승진 충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농업사회, 산업사회, 지식정보사회, 4차산업혁명을 거치며 시대별로 도서관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왔다고 이야기했다. 곽 교수는 미래에는 전통적 도서관이 스마트도서관으로 바뀔 것이라며 이 스마트도서관은 전통적 도서관의 모델에 메이커스페이스와 라키비움Larchiveum(Library, Archives, Museum을 합한 말로, 이들 기관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통합형 기관)을 더한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보기술로 환경이 변화하면서 자율주행차로 책 상호대차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며 로봇이 장서점검을 하고 태블릿PC 및 노트북 대출반납기가 설치될 것이라 예측했다.


현재 도서관은 빅테이터 사업을 통해 사서의사결정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출장서 분석 및 도서관 이용률 시간대를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저자 강연회 및 체험행사나 연체자 관리를 하고 있다. 또 미대출 장서를 발굴해 테마 서가를 구성하거나 장서 회전율 증가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기존의 통합도서관시스템(Integrated Library System : LIS)에서 도서관 서비스 플랫폼(Library Service Platform : LSP)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근간은 사서에 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도서관’ ‘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도서관’ ‘생태적 개념을 적용한 도서관’ 콘셉트의 미래 도서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정수 서울도서관 관장은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에 포함해서 통계를 내는 지금과 같은 구조 하에서는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질적 성장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사서에 대한 부족한 인식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성장을 가로막은 가장 큰 요소라고 지적해 도서관의 새로운 지평을 열 사서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사서는 지성, 문명, 미래를 위한 설계자인 것이다.      


내일의 도서관을 위해 

송현경 <내일신문> 기자는 ‘시민이 바라는 내일의 도서관’이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했다. 이미 ‘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기획 시리즈로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했던 송 기자는 적극적으로 도서관 관련 기사를 쓰기로 유명하다. 이번 포럼에서는 공원과 함께 도서관을 건립한 사례로 수원의 호매실도서관, 일월도서관, 파주중앙도서관을 소개했다. 시민이 만드는 도서관의 예로는 성북구 월곡꿈그림도서관(시민 참여형 도서관 정책 만들기), 성북구 아리랑어린이도서관(공간 만들기),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주만 참여 예산의 활용)을 소개했다. 시민이 바라는 서비스로는 자료 상담, 통합, 생애주기별 서비스, 지역 서비스를 꼽았다. 특히 생애주기별 서비스는 청소년, 노인, 정년 이후 등으로 나누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역과 소통하는 성북구립도서관들의 ‘동행원탁’ ‘마을인수다’, 송파글마루 도서관의 ‘책 처방 우체통’, 용인 느티나무도서관의 ‘마을포럼’ ‘사회를 담는 컬렉션’ 등은 지역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다. 송 기자는 2011년 월스트리트 시위 현장의 도서관을 예로 들며 도서관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더불어 사회에 대한 도서관의 인식도 환기시키면서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기영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책 생태계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도서관 비전 세우기’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성인은 ‘스스로 읽고 싶어서’가 가장 많기는 했으나, ‘독서의 목적’에 ‘새로운 지식과 정보’, ‘교양·상식 쌓기’가 많았음을 고려하면 ‘스스로 읽고 싶다’는 생각의 근원이 과연 독서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였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있다”는 2018년 2월 23일 「"소설이 좋은데 싫어요"…우린 왜 책을 읽나?」(<프레시안>) 기사를 언급하며 도서관 자료에 대한 요구, 공간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수요는 결국 도서관 장서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특히 도서관 사서의 장서 선정 능력은 이용자의 요구 및 출판물의 특성에 기반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대한 지역사회 인식 변화와 출판계와의 연대에 있어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마지막으로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위한 여정’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도서관의 미래를 논했다. 장 연구원은 우리 현실을 고려한 측면에서 성평등, 교육의 포용성과 형평성, 자생력 있는 인프라 구축, 불평등의 완화, 포용적이고 안전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보 제공 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판의 위기독자의 실종 속에서

주제 발표 뒤 이어진 토론에서는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이 도서관 서비스의 질적 성장과 사람 문제, 지방분권과 지역 격차의 문제, 인구학적 변화와 도서관의 대응, 도서관의 사명과 미래 비전이라는 주제로 현재 도서관이 당면한 문제들과 미래의 도서관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안 처장은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고 한 랑가나단의 도서관학 5법칙을 인용하며 미래의 도서관은 ‘성장하는 도서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소희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은 스가야 아키코의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에 대해 언급하며 역시 미래의 도서관은 과연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안문수 순천시립도서관 도서관운영과장은 순천의 사례를 중심으로 지방분권 시대의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졌다. 순천은 2018년부터 걸어서 5분 거리에 도서관을 설치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으며 현재 시립도서관 8개, 거점도서관 6개, 중소규모의 도서관 2개, 작은도서관이 64개에 달하는 도서관 도시다. 안 과장은 지역 공공도서관의 전문사서는 지방분권 또는 각 관종별 사서들의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보조 인력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더불어 수행하며 프로 의식을 견지하고, 지방분권이나 4차산업혁명 등 새로운 사회적 흐름에 부응해 정보를 축적하고 제공하며, 지역의 발전과 함께 가는 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이용자 대면 업무를 개선하고 잘 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특정 주제 전담 사서제를 대비하여 연구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예정된 시간 세 시간을 훌쩍 넘기며 진행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이번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도서관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시간이었다. 올해는 책의 해이지만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의 말대로 “국민의 독서율이 하락하고, 가계의 도서구입비는 감소하며, 시민의 도서관 이용률은 떨어지고 있는” 해이기도 하다. 마치 백조처럼 겉으로는 정체된 듯 조용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출판의 위기, 독자의 실종 속에서 도서관계는 바쁘게 발을 움직이고 있다. 이용자와 함께하는 도서관계의 밝은 미래는 그 힘찬 물질 속에 있을 것이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472호(2018. 9. 20 발행)에 게재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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