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계단 꼭대기에서 침대 겸용 소파 매트리스를 발견한 적이 있다. 낑낑대며 매트리스를 녹색 카펫이 깔린 계단까지 밀었는데 무게 때문에 매트리스가 계단 아래로 미끄러졌다. 그 순간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이건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인데! 빠른 속도로 떨어진 매트리스는 반대편 벽에 구멍을 내 버렸다. 부서진 하얀 석고 덩어리, 거친 나무 선반에서 떨어져 나온 들쭉날쭉한 파편을 보는데 어찌나 놀랍던지.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벽 뒤에 빈 공간, 비밀 세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때까지 색을 덧칠한 겉모습 이면에 무언가가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전부 삶의 표면만 보고 있다.' 이것이 나의 성장기를 지배한 생각이 되었다.
- p. 28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