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가가 하는 일

by 김뭉치
다른 열성적인 신입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연필을 놀리는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경력의 사다리를 오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승진과 급여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가 되자 가장 중요하게 언급된 건 다름 아닌 확보 실적이었다. 법률 회사에서 우량 고객을 데려오는 레인메이커 파트너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듯 출판사에서는 성공적인 저자를 데려오는 편집가들에게 빠른 승진과 급여 인상을 제공한다.

- p. 36


- 최신 학술지를 훑어보면서 전도유망한 젊은 학자를 찾아보고 있다.
- 길 건너편에서는 편집가 몇 명이 마케팅 회의를 열어서 다음 시즌의 책에 관한 판매와 홍보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 이 칸막이 안에서는 편집 보조가 책날개 문구를 2백 자에 맞춰 쓰느라 끙끙거리고 있다.
- 이 칸막이 안에서는 교정 편집가가 60쪽에 <초록색>으로 묘사된 등장인물의 눈동자가 14쪽에서 <파란색>으로 묘사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있다.
- 길모퉁이의 교과서 출판사에서는 편집가가 새로운 환경 연구 입문서를 검토해 줄 만한 교수를 물색하고 있다.
- 고층 건물 뒤편의 모퉁이 사무실에서는 편집장이...... 알고 보니 편집장은 점심을 먹으러 나간 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점심 식사 역시 그의 업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편집가가 말하는 편집>은 배테랑 편집가인 제럴드 그로스가 여러 편집가로부터 해당 분야의 여러 측면에 관한 기고문을 받아 엮은 책이다. 1962년에 처음 발행되어 여전히 판매 중인 탁월한 자료이다. 나도 1980년대에 출판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 책을 열심히 읽었고, 최근에도 여전히 귀중한 내용임을 깨닫고 있다.


8998614375_toc1.jpg <편집가가 말하는 편집>의 한국어 번역판 <편집의 정석>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처음에는 (중략) 독서로 생계를 유지할 기회, 창의적인 사람들이 각자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도울 수 있는 기회, 문학에 기여할 기회를 열어 준다고 보았다. 다행히도 나는 편집가로서 이 모두를 발견했다. 그리고 편집의 기법을 배우는 일이 즐겁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너그러운 멘토들에게서 일부를 배웠고, 상당수는 내 호기심과 때로는 고통스러웠던 경험에서 얻었다. 그 출처가 어디든지 간에 실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누렸다. 출판 기법은 어렵고 복잡해서 학습 곡선을 따라 올라가는 여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일단 충분히 멀리까지 오고 나자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속도 자체는 감소했지만 이 기법을 남들에게 가르치는 데에서 만족감을 얻게 되었다.

- p. 18


내가 출판이라는 사업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영구적인 도전을 만끽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처럼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이런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출판사의 장비를 어떻게 활용해야 저자의 비전을 최대한 실현시키는 동시에 책을 많은 독자들의 손에 전달할 수 있을까?


정해진 근무 시간 동안 편집가는 적게는 몇 개에서 많게는 스무여 개의 원고에 <손댈> 것이며, 아울러 우리가 <출판사 거리>의 창문을 들여다보면서 확인했던 중요하거나 단순한 활동 가운데 열두어 가지를 수행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편집 과정은 중첩된 세 국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업무는 그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예외도 있어서 교정 편집가나 프리랜서 북닥터는 한 가지 국면에만 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레이드 출판에서는 대개 세 국면에 모두 관여한다.


확보는 <판매> 업무이기도 하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사내 동료들을 설득하고, 어쩌면 다른 출판사를 고려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저자에게 우리 출판사를 판매하는 중대한 업무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널리 사용되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확보는 큐레이션의 기술이다. 편집가가 자신의 회사와 우리의 문화에 모두 기여하는 방법은 바로 대중이 읽을 만한 책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텍스트 개발은 편집가와 저자가 점심 식사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책의 개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큰 그림의 개념 수준에서 시작해 구절과 단어와 구두법에 관해 논의하는 수준까지 이어지는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가장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간섭을 <개념 편집>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업계 용어는 아니다. 실제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는 편집처럼 보이지 않고, 연필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가 주제에 대한 접근법을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잡도록 도와주거나, 서투르게 선택한 주제에서 멀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편집가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여가 된다.


로버트 고틀리브는 <탐독가>에서 사이먼앤드슈스터와 크노프 출판사와 <뉴요커>에서 보낸 화려한 시절을 회고하면서 농담조로 편집가가 각자의 업무를 설명할 때는 다음과 같은 형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가 그에게 말했죠. "톨스토이 씨! 단순히 전쟁만 다루지는 말아요! 평화도 같이 다루라고요!"> 이것이 바로 개념 편집이다. 정의상으로는 창작 과정에서도 초기에 일어난다.

- p. 24


우리가 이제 막 출판계에 입문한 재능 있는 지원자라고 가정해 보자.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잡지나 텔레비전 같은 다른 매체에서 온 사람이 편집 관련 직책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을 되짚자면 출판계에서는 누구나 도제식으로 일을 배운다. 따라서 편집가가 되기 위한 최상의 첫걸음은 뛰어난 편집 보조가 되는 것이다.


과정

입수 편집가의 업무는 대부분 유사한데, 그 시작은 흥미진진한 책이나 그런 책을 쓸 만한 저자를 물색하는 것이다.

1단계는 한마디로 <잡담과 정찰>이라고 부를 만하다. 편집가는 작가와 관계를 쌓거나, 자신을 작가와 연결해 줄 사람들과 - 트레이드 편집가는 에이전트와 - 관계를 쌓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을 소비한다. 분명히 밝혀 두지만 맨해튼의 편집가라고 해서 항상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호화판 점심 식사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에이전트와의 식사는 - 아울러 반주는 - 편집가의 업무 가운데 일부이다.


- p. 39


법칙 6 : 냉소적으로 굴지 말라

일부나마 항상 독자가 마련된 책이 있다. 예를 들어 즉각적인 체중 감소, 황홀한 성행위, 대통령 탄핵의 근거 등을 약속한다면 책은 배포 면에서 더 나은 기회를 얻게 된다. 매스마켓 페이퍼백을 전문으로 하는 업계 경쟁자는 언젠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때로는 아예 생각을 하지 말고 만들어야 한다니까요.>


학술 편집가는 두 가지 기준선을 가진다. 하나는 프로젝트의 학술적 가치 - 그 책이 서평을 잘 받았는지, 그 분야에 끼친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 이고, 또 하나는 상업적 생존력 - 그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 이다. 학술 출판사는 상당수가 비영리 조직이지만, 거기서 발행하는 책은 판매를 통해 일정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물론 비용 전부라면 더 좋다. 노골적인 상업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 학술 출판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은 없으니까 - 제아무리 비영리 출판사라 하더라도 활동을 유지할 만큼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술 편집가의 사명은 다음과 같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탁월한 작품을 발행한다.>

- p. 83


학술서는 어디까지나 해당 분야라는 넓은 맥락 안에 존재하게 된다. 그 안에서 다른 책들과 대화를 나누며, 논쟁을 진전시키며, 아이디어를 검증하거나 전복하며 이전까지 공인된 사실에 다른 시각을 가져온다. 학술서는 다른 책들과 대화를 나누며 존재하는 셈이다.


편집가와 학자는 한 권의 책으로 가능한 한 최대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함께 일한다. 만약 제대로 일했다면 이들이 촉발한 학술적 대화는 열과 빛을 생성하는 뭔가로 불타오를 것이다.


편집은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작업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교양 교육이 될 수 있으며 또한 되어야 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 이를테면 저자, 교육자,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 세계를 뒤흔드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특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편집가는 기꺼이 수업료를 내고도 남을 법한 평생 강의를 들으면서 보수를 받는데, 이때 보수에는 현금만이 아니라 측정이 불가능할 만큼 지적이고 영적인 만족도 포함된다.


요즘에는 편집가가 더 이상 편집을 하지 않는다는 탄식이 흔히 들려온다. 그럼에도 편집가는 마음과 영혼과 주말과 저녁을 그 임무에 쏟아붓는다. 편집은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고, 노동 집약적인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사무실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낮 동안에는 갖가지 회의와 이메일 작성과 판매 및 마케팅 회의에 제출할 자료 준비와 다른 부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으로 체력이 소진될 지경이니 말이다. 편집 과정은 초벌 원고가 인도된 날로부터 1년, 혹은 그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편집이야말로 업무 가운데 핵심이며, 대부분의 편집가는 이 일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책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만족스럽게 지켜볼 수 있고, 또한 저자와의 공동 작업에서 충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편집가는 책의 제목과 부제에도 주목한다. 이 제목은 책의 본질을 잘 담아내고 있는가? 이 부제는 제목을 강조하고 명료하게 만들어 주는가?

편집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개발 편집 단계에는 편집 과정에서 가장 지적인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과제가 개입한다. 원고를 편집할 때마다 편집가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드잡이를 벌여야 한다. <무엇이 좋은 책을 만드는가?>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물론 빼어난 글솜씨와 뛰어난 착상이 좋은 출발점이 되는 것은 맞지만 말이다. 소설이라면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어야 하고, 그럴싸하면서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이 있어야 하고, 설득력 있는 서사 구조가 있어야 한다. 비소설이라면 매력적인 핵심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이치에 맞는 틀이 있어야 하고, 잘 형성된 논증이 있어야 한다.

- p. 114


엉망진창인 경우에도 마지막에 가서 최종 작품이 빛을 발하게 되면 훌륭한 편집가는 이것을 저자의 위업이라고 느낀다.

때로는 원고가 두 번, 세 번, 네 번, 심지어 다섯 번이나 저자에게 다녀와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거의 손대지 않은 상태에서 딱 한 번 가볍게 편집만 하면 그만일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지 간에 결과적으로 끝내주는 책이 될 수 있다.


편집가는 교열 단계에서 다음과 같은 일을 한다.

- 단어, 문장, 문단의 삭제나 이동을 제안한다.
- 시간 순서, 스타일, 어조, 내용 그리고 소설이라면 대화에서 드러난 진실성과 일관성의 오류를 점검한다.
- 혼란을 일으키는 내용을 명료히 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가하라고 저자에게 요청한다.
- 작업이 필요한 전환부를 적어 둔다.
- 문장 단위로 개고를 제안한다.
- 구두법, 맞춤법, 문법을 수정하고 시제를 통일한다.

- p. 116


저자와 의사소통하기

개고 때마다 편집가는 전반적인 생각, 제안, 코멘트, 질문 등을 담은 서한을 저자에게 보낸다. 편집가 서한에서는 저자의 목표와 현재 원고의 장점에 대한 칭찬으로부터 시작해서 개발 쟁점을 제기하게 된다. 또한 교열 관련 쟁점을 언급할 수도 있다.


개고 때마다 저자가 처리해야 할 작업 분량에 따라서 편집가 서한을 함께 보낼 수도 있고, 안 보낼 수도 있다. 이때 편집된 원고에는 페이지마다 개작과 삭제 제안이 적혀 있고, 여백에는 코멘트와 질문이 적혀 있으며, 어쩌면 교열도 이루어졌을 수 있다. 여기서도 편집가는 자기 역할이 비평가일 뿐만 아니라 치어리더이기도 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몇 마디 긍정적인 언급이 긴 작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 p. 117


편집가라고 해서 항상 전화나 이메일에 곧바로 응답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원고를 읽고 코멘트를 적느라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이때 도움이 되거나 예리하거나 - 또는 더 손쉽게 - 단호하거나 짜증스러운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한다. 어떤 편집가는 저자에게 환대받는 느낌, 즉 여관에 방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편집가는 동요에 나오는 <신발 속에 사는 작은 노부인>과도 비슷한 느낌, 즉 더는 들어갈 방이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편집가는 서두르고 괴롭히고 산만하게 군다. 반면에 어떤 편집가는 워낙 이야기를 잘 들어 주어서 상담료를 지불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떤 책을 확보하고 나면 다음 책으로 넘어가 버린다. 급기야 작가들이 편집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저자가 졸지에 담당 편집가의 선수 명단에 오르기 위해서 동료 작가들과 형제자매처럼 경쟁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자녀는 누구일까? 이 계획에서 내가 얼마나 중요한 걸가? 작가들은 무척이나 태연하게 이런 질문을 편집가에게 던진다. <저 말고 또 어떤 작가와 일하고 계십니까?> 이 질문의 참뜻은 다음과 같다. <저는 우선순위에서 어디쯤 있는 겁니까?> <마케팅 예산을 가장 많이 얻은 저자는 누구입니까?> <누구의 글솜씨가 최고인 겁니까?> <설마 제가 경쟁력이 없다는 건 아니겠지요?>


최상의 경우에 저자와 편집가의 관계의 핵심은 지면을 통한 의견 교환이다. 비유하자면 양쪽 선수가 상대에게서 최고의 실력을 끌어내는 완벽한 테니스 경기이다. <머리를 낮추고, 눈으로는 공을 주시하고, 폴로 스루 하라>고 말하는 골프 코치와도 유사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나 볼룸 댄서처럼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이쪽이 이끌면 저쪽이 따르는 것이다. 편집가는 저자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내용을 고칠 때, 문장이나 문단을 낫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탁월하게 수정할 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누린다. 저자와 편집가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저자는 영감을 얻으면서 동시에 상대에게 영감을 제공한다. 이메일로 주고받는 연락은 멋지고, 히스테릭할 정도로 재미있다.



편집자의 의견과 교열을 통해 원고는 변경된다.


이를테면 줄거리의 재구성, 등장인물 없애기, 시점 변화,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기, 결말 바꾸기 등을 말이다. 하퍼 리가 사망 직전에 밝힌 바에 따르면 <앵무새 죽이기>를 어린 소녀인 스카우트의 시점으로 개작하게 된 것은 편집가의 제안 때문이었다. 맞는 말이다. 편집가는 출판사 내부에서 저자를 대신해 싸우고, 책의 물리적인 측면을 돌본다. 비록 그 책이 편집가의 아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자와 함께 만든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혼자 있고도 싶어 하고, 모두에게 사랑받고도 싶어 한다. 이들은 편집가를 구석으로 몰아가고, 심지어 극단으로도 몰아간다. 이들은 꾸물거리기를 좋아한다. 이들은 이메일을 한밤중에 즐겨 보낸다. 이들은 편집가가 자기를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곧잘 울고, 불평하고, 노발대발한다. 또한 괴짜 기질을 드러낸다. 이들은 불안정한 삶만큼이나 불안정하다. 글쓰기로 생계를 유지한다? 필생의 역작을 출판사에 넘겨준다? 가장 성공한 작가조차도 힘겹게 살아간다. 이것이야말로 매우 위험하고 불안한 삶의 방식이다.


편집가의 역할

효율적으로 일하는 편집가라면 세 가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주제에 관한 전문성이다. 그 덕분에 저자의 출신 배경을 알아볼 수 있다. 둘째는 시장에 관한 지식이다. 그 덕분에 표적 독자의 관심과 필요를 이해할 수 있다. 셋째는 끈기와 재치이다. 그 덕분에 저자의 선호와 시장의 필요가 충돌할 때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


주제에 관한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상당수의 입수 편집가가 주제 영역에서 학위를 취득한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효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식 기반을 대학원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수십 년 전의 치료법을 고수하는 치과 의사에게 의치를 맞추고 싶어 하는 환자가 드문 것처럼 저자도 그 분야의 최신 동향을 따라잡는 편집가를 찾게 마련이다.

- p. 161


상투적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제아무리 최고의 작가라도 오래되고 친숙한 것에 의존할 때가 있다. 예리한 편집가는 이런 부분을 지적해 책을 신선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람처럼 빠르게 읽고, 천사처럼 유려하게 쓰고, 새처럼 후다닥 날아가고, 돼지처럼 시끄럽게 꽥꽥거리는 - 물론 <구조>에서 제임스 디키는 의도적으로 이런 상투적 표현을 무시무시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예외로 한다 - 원고가 있을 때, 편집가는 문처럼 삐거덕거리는 신음을 내면서 삭제를 지시해야 마땅하다.

- p. 185


젊은 산문 작가들은 문장이 층층이 쌓이면서 최면 효과를 발휘하는 구조에 습관적으로 넘어가곤 한다. 이때는 문장을 위한 주어, 동사, 술어가 거듭해서 나온다.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단은 원래 극적 고조나 주장 형성이나 계시를 선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남용하다 보니 일종의 책략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로 시작되는 문장은 본래 문단 끝에서 가속도를 만들어 독자를 그다음 문단으로 내보내려는 의도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워낙 자주 사용되다 보니 그 효과를 상실하고 말았다. 다수의 종속절을 거느린 탓에 과도하게 복잡한 문장은 읽는 속도를 늦추고 정보를 모호하게 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소설보다 비소설을 작업할 때 더 강도 높은 교열이 필요했다. 아마도 전형적인 소설 저자에 비하면 비소설 저자는 상당수가 글쓰기 훈련을 덜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 p. 186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http://bitly.kr/PH2QwV

http://bitly.kr/tU8tzB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글 잘 쓰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