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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l 17. 2020

결국은 인터랙티브다

의미는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것이다. Pharrell Williams의 <Happy> 뮤직비디오, 비몽의 ITZY 잠실야구장 4K 직캠, <불후의 명곡>에서 <나 가거든>을 열창한 송소희의 영상, <슈가맨>에 출연한 양준일의 <리베카> 퍼포먼스를 보며 ‘결국은 인터랙티브’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먼저 Pharrell Williams의 <Happy>는 노래 자체로도 즐길 요소가 많지만 전 세계의 시민 300명이 춤추는 모습을 싱글 샷으로 촬영한 뮤직비디오가 더욱 관심을 끈다. 여기까지만 해도 흔하지는 않지만 타 뮤직비디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Happy> 뮤직비디오의 인터랙티브성을 더 잘 살필 수 있는 부분은 24시간 행복을 전해준다는 콘셉트로 24시간 길이의 뮤직비디오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사이트 24hoursofhappy.com에 있었다. 당시 향유자가 접속한 시간에 맞춰 그 시각에 춤을 춘 사람의 영상을 볼 수 있었으며 2020년 4월 3일 현재 유튜브에 업로드된 <Happy>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6억 뷰가 넘는다. 24hours of happy 프로젝트는 단순히 Pharrell Williams의 음반 판매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전 세계의 향유자들이 다양한 24hours of happy 홈메이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게끔 만들었다. 결국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이 뮤직비디오 프로젝트를 통해 인터렉티브한 방식을 활용한 소통과 참여의 중요성, 새로운 비주얼 콘텐츠의 형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 Pharrell Williams, Happy : https://www.youtube.com/watch?v=ZbZSe6N_BXs


비몽의 ITZY 잠실야구장 4K 직캠은 Pharrell Williams의 <Happy>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비몽은 우리나라의 주요 직캠러로, 유튜브 구독자 수 117만 명을 자랑한다. 그는 2019년 9월 8일 잠실야구장에서 걸그룹 ITZY가 5분 내외의 시간 동안 주요 곡인 <ICY> 와 <DALLA DALLA>를 편집해 퍼포먼스하는 걸 보여준다. 이 영상에서는 ITZY의 노래, 안무뿐만 아니라 객석의 소리까지 여과 없이 전달된다. 이날 ITZY는 5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두 곡을 편집해 퍼포먼스함으로써 눈에 띄는 실수를 했는데, 비몽의 이 단체 직캠에서는 그런 실수들도 여과 없이 볼 수 있어 이 영상이 향유자들이 그에 대해 유튜브 댓글로 활발한 토론을 하는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정형화된 무대가 아닌 야구장이라는 야외무대에서 ITZY의 색다른 퍼포먼스를 감상하며 향유자들끼리 쌍방향 소통을 즐기는 것이다.      


▪ ITZY, 달라달라: https://www.youtube.com/watch?v=CF41wN_Jvy0



<불후의 명곡>에서 <나 가거든>을 열창한 송소희의 영상과 <슈가맨>에 출연한 양준일의 <리베카> 퍼포먼스 영상을 보면서는 숏폼에 대해 생각해봤다. 두 영상 모두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사에서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했다. 방송사에서는 단순히 방영분을 업로드하는 것을 넘어 향유자들의 댓글을 유심히 살필 가능성이 높다. 방송에 대한 향유자들의 피드백을 보며 다음 편은 어떻게 편집할지, 어떤 콘텐츠를 향유자들이 좋아하는지 감을 잡는 것이다. 특히 해당 영상들은 4분 내외의 길이로 대부분 모바일로 출퇴근 시 유튜브를 즐기는 향유자들이 짧은 시간 내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분량이다. 이러한 향유자들의 시청 패턴이 더욱 숏폼 콘텐츠를 생산하게 만든다. 젊은 유튜브 향유자들은 평균 시청 시간이 3분에서 4분 내외다. 따라서 짧은 시간 내에 그들을 집중시켜야 다음 추천 영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불후의 명곡>에서 <나 가거든>을 열창한 송소희의 영상은 <미스 트롯>이나 <미스터 트롯>이 트롯의 20대, 30대 젊은 향유자들에게 어필했듯 국악에 크게 관심 없는 젊은 향유자들에게도 어필할 만한 요소가 있다.   


▪ 송소희- 나가거든: https://www.youtube.com/watch?v=PpzsPwyhOXo


   

한편 <슈가맨>에 출연한 양준일의 <리베카> 퍼포먼스 영상은 숏폼인 탑골 콘텐츠의 맥락에 닿아 있다. SBS가 2019년 8월부터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을 통해 업로드한 <SBS 인기가요>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에 방영된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틀어주면서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그중 양준일은 세월이 흘러도 세련된 음악과 힙한 패션, 귀여운 외모로 ‘탑골 GD'라 불리게 되었다. 이렇게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양준일은 <슈가맨>을 통해 19년 만에 귀환, 서러운 지난날을 보상받듯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 양준일- 리베카: https://www.youtube.com/watch?v=8h3JPJjjbjQ


탑골 콘텐츠는 방송 프로그램을 유튜브 플랫폼에 맞게 재가공하는 매시업(mashup)을 통해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했다. 이 콘텐츠의 경우, 특히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용자 간의 활발한 소통이 인기비결이다.      


결국 인터랙티브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소통 문법으로, 비단 콘텐츠 제작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콘텐츠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수적이다. 이제 더 이상 콘텐츠는 내용물만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콘텐츠를 리터러시할 때 필요한 것은 해당 내용물 그 자체만이 아니라 향유자의 댓글, 채팅, 반응 그리고 삶의 맥락과 행간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콘텐츠는 진화하고 플랫폼도 진화한다. 그러나 콘텐츠 기획자와 제작자가 포커싱을 맞춰야 하는 것은 콘텐츠 그 자체도, 플랫폼도 아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고 거기에 포커싱을 맞춘 콘텐츠는 인터랙티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결국, 인터랙티브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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