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

by 김뭉치
"사람은 언젠가 다 집을 떠나야 돼. 더 이르든 더 늦든 모두 떠나야 한단다."



스무 살의 실비아 플라스는 자신에게 이렇게 단언한다. "아무튼 너는 한마디로 정의될 수 있는 하나의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1950년 가을) 그는 여자아이들에게 주어진 인생,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코를 막고 눈을 꽉 감은 후 어떤 남자의 내면의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의 목적이 내 목적이 되고, 그의 삶이 내 삶이 되"는 인생에서 벗어나 다른 생을 살고 싶어 한다.




나는 상한 달결처럼, 누워 있다
내가 만질 수 없는
전 세계 위에서,
새하얗고, 단단한

- 「중풍 환자」 부분




스무 살의 실비아 플라스는 (중략) "버지니아 울프는 왜 자살했을까?"라고 천진하게 묻는다.




"지금 나는 나의 메리 벤투라보다 얼마나 더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가! (…) 철학적 태도, 끝까지 술 마시고 끝까지 살아볼 것. 제발, 생각을 멈추고 맹목적으로 겁에 질려 순응하는 일을 시작하지 않기를! (…) 아무 느낌도 없는 마비된 핵 속에 자신을 가두어두거나, 삶에 대해 회의를 품고 비판하기를 멈추고 쉬운 길을 찾아가는 일이 없기를 원한다. 배우고 사유하고, 사유하고 살고, 살고 배우고, 항상 이렇게,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이해와, 새로운 사랑으로."(1953년 1월)



자신이 버려졌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계속 찾아왔다. 신경쇠약과 세 번의 자살 시도. 결국 그는 1963년 2월, 원치 않는 목적지로 가는 기차에서 스스로 내렸다. 가장 과격한 방식으로 비상 정차를 감행한 이 여성 작가를 우리는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해서는 죽거나 미쳐야만 했던 그의 곁에는 다른 방식으로 탈출을 도와줄 친구가 없었다. 실비아 플라스는 버지니아 울프와 세라 티즈데일이 그랬던 것처럼 자살에 성공했다.


"그러자 내 갈비뼈를 에워싸고, 내 간장을 움켜쥐고 있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렸다."(1952년 11월) 일기에 적힌 대로 그에게 마샤 브라운은 슬픔의 중요한 '출구'였다. 실비아 플라스는 그런 마샤와 따로 살게 된 이후 커다란 외로움을 느꼈다. 그해 12월에 탈고한 이 소설에서 우리는 불길한 기차 여향에 대해 묻고 자신의 불안을 말하며 커피와 초콜릿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지혜로운 여성적 존재에 대한 그의 갈망을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은 곁에 없는 두 명의 친구를 떠올리며 새로운 친구를 상상해보는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이다.


생생하게 살아서 고통 받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진실의 틈들을, 문들을 계속 두드려보면 참 좋을 것이다.


모든 문들 중 마지막 문


그렇지만 아직 한 번도
모든 문을 다 두드려본 적 없다

- 라이너 쿤체, 「자살」 전문


2020년 5월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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