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에 직업의 정의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데요. 대부분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직업은 돈을 버는 일과 연결되어 있잖아요? 물론 돈도 벌어야 하지만 제 생각에 직업이란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 즉 말 그대로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지 하는 정체성에 가깝다고 봅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인정이라는 사회적 효용의 관점에서 직업을 볼 수도 있고, 누군가가 세운 룰에 따라 직업이 규정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나 자신의 존재 의미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해요.
- 사람들에게 어떻게 내게 잘 맞는 직업을 찾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주로 어떻게 대답하나요?
(전략)
좋아하기 때문에 잘한다는 말도 일견 맞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하려고 애를 쓰는 것도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하거나 '왜 나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지?'라고 하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물어봐요. "무엇을 좋아하려고 얼마나 노력해봤느냐고"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제 발로 걸어오는 게 아니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더 많이 더 세심하게 보려고 애써야 생기는 겁니다.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많이 보이게 되는 게 있어요. 남들과 똑같은 걸 봤는데 다른 게 보이는 거죠. 돌이켜 보면 제가 만났던 사람들 중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자기 일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좋아하려고 애쓰는 일의 시작은 흉내 내는 것이라고도 말하잖아요.
(전략)
왜 미술 입시 공부하는 학생들이 석고를 앞에 두고 연필로 따라 그리잖아요? 왜 지루하게 그걸 보고 똑같이 그리는 일을 할까? 그 의미가 곧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전부일 수 있는데, 대상을 정확하게 보고 그걸 똑같이 복제하는 작업이 실제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복제한다는 것은 보는 능력에 대한 끝이기도 하거든요. 복제하는 과정에서 눈이 약간 크다, 귀가 약간 작다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안 보여요.
(하략)
-이 시대 직업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뭘까요?
글쎄요. 소명의식 아닐까요. 무엇 때문에 내가 이것을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라고 하면, 보통은 돈을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니까라고 대답할 것 같은데요. 세상 속에서 내 역할은 이거다라고 존재의 의미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건강한 삶이 가능하고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그렇게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잘돼요.
(중략)
왜냐하면 그건 살아 있느냐, 죽어 있느냐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 pp. 19-22, Opener, 2, 조수용 JOH 대표와의 인터뷰 중에서
- (전략) 에디터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에디팅이 곧 크리에이티브와 같은 레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보통 창조한다, create라는 것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걸로 많이 생각을 하는데 진짜 크리에이티브는 에디팅이라는 행위를 통해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 관점에서는 에디터=크리에이터라고 볼 수도 있어요.
- 덕목은 무엇일까요?
에디팅을 크리에이팅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일단 무언가를 알아야 거기서 끌어올 수가 있는 거잖아요. 무언가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 즐거움이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걸 호기심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죠. 가령 내가 세 가지 정보를 들고 에디팅을 하는 것과 300가지 정보를 들고 에디팅을 하는 것은 다를 텐데요. 그 300가지 정보에 겨우겨우 끌려간다면 너무나 힘든 일이 될 거고, 내버려둬도 호기심 있게 알아가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쉬운 일이 될 겁니다.
저는 여기서 에디터십의 유무가 갈린다고 생각해요.
- 결국 많은 기회가 생겨나면서 직업에 접근하는 방식까지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 일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일을 벌릴 무대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전략) 오늘날에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나'를 괜찮게 보는 이들을 확보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어쩌면 (콘텐츠가) 안 괜찮아도 되는 거예요. 결국 개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이슈로 귀결되는 거고,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만 명확하게 전달하면 모든 것이 풀리는 거죠. 모든 일의 언점인 '나는 어떤 사람이냐'라는 것. 그것이 성패를 가르는 것 같아요.
- pp. 27-30, Opener, 3, 조수용 JOH 대표와의 인터뷰 중에서
문장의 뜻뿐만 아니라 기사의 전체 구성을 보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해서 말을 간결하게 만드는 법을 익혔습니다.
- pp. 40-41, 거의 모든 것에 '노'라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재러미 랭미드와의 인터뷰 중에서
에디터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공유하며, 그것이 사실에 근거한 정보인지 확인하고, 독자와 팔로워에게 해당 정보가 의제(agenda)를 가지는지 여부를 알려야 합니다.
- p. 45, 거의 모든 것에 '노'라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재러미 랭미드와의 인터뷰 중에서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미팅의 연속이에요. (웃음) 데일리, 위클리 콘텐츠를 담당하는 에디터와 함께 일하며 기사가 일정 수준을 만족하는지를 비롯해 상업적 목표 수치에 근접한지, 그것이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지, 흥미로운지, 기발한지 등을 확인합니다. 이야기가 완벽하다면 플랫폼과 포맷의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요. 여러 디자이너 레이블과 파트너십으로 진행하는 브랜드 캠페인이나 이벤트, 커뮤니케이션에도 관여합니다. 이처럼 많은 프로젝트를 감독하기 때문에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은 미팅입니다. 저녁에는 수많은 이메일을 체크하고 답장을 보내고요. 매주 반나절,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되어야 비로소 차분히 앉아 무언가를 쓸 수 있어요. 그 시간을 활용해 전략을 짜고 중요한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미스터포터를 위한 글 등을 씁니다. 개방된 구조의 사무실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건 장점이지만, 역으로 누구든지 아무 때나 와서 말을 걸 수 있거든요.
- pp. 48-49, 거의 모든 것에 '노'라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재러미 랭미드와의 인터뷰 중에서
사람들은 세상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아요. 눈을 뜨고 있지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 p. 67, 거의 모든 것에 '노'라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재러미 랭미드와의 인터뷰 중에서
당신 커리어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쉬고 싶어요. (웃음) 은퇴까지는 아니지만요.
그리고 글을 더 많이 쓰고 싶습니다. 요새는 너무 바빠서 뭔가를 쓸 시간이 없거든요. 쓰고 싶은 책이 두 권 정도 있어요.
- p. 68, 거의 모든 것에 '노'라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재러미 랭미드와의 인터뷰 중에서
잡지에서 가장 중요한 특집, 그 기획은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요. 니시다 편집장은 그것을 '답답한 감정'과 '단어 하나'라고 말합니다. "특집을 만든다는 건 '시대를 읽는다'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게 아닙니다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습니다. 특집을 만드는 건 세상에 어떤 답답한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을 붙들어 맬 만한 하나의 단어를 고르는 작업입니다." (중략)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이 잡지다움을 만듭니다. 그것이 잡지의 재미로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한 답답함을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단어로 지칭하는 것, 잡지의 시선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 정재혁, PUBLY 리포트 '팔리는 기획을 배운다 - 잡지 BRUTUS & POPEYE 중 '편집장이 말하는 잡지'
p. 232, 에디터의 일이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중에서
<브루터스>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잡지인가요?
머지않은 미래의 내가 궁금해 할 만한 것을 알려주는 잡지. 뻔뻔한 대답이 될 수도 있는데 "세상은 앞으로 이렇게 될 것입니다!" 하고 예언하는 듯 말하는 잡지가 아니라, "아주 조금만 방향을 틀어보면 어때요?" 또는 "요 며칠 계속해서 찾던 게 혹시 이거 아닌가요? 맞죠?" 하는 잡지가 바로 <브루터스>입니다.
- p. 233, 에디터의 일이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니시다 젠타와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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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