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소, 그 시간에 당신이 있었기에

by 김뭉치

기시미 이치로의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읽다가 불현듯 어린 시절에 엄마와 함께 동네 서점에 갔던 기억이 났다. 그 당시의 나는 책을 정말 좋아해서 엄마와 외출하고 나면 마지막 코스로 늘 책방엘 갔다. 엄마는 못 이기는 척 따라 주었다. 엄마도 책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서점엘 가면 꼭 책 한 권을 사고는 했다. 그럴 때 그 한 권의 책은 내가 고른 책이었다. 서점지기가 추천해준 책이 아니라 내가 한 권 한 권 직접 손에 들고 페이지를 사라락 넘겨가며 한 줄 한 줄 읽어보고 골랐다. 어떤 날은 전혜린의 책들을 한 자 한 자 손으로 짚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그 작업은 아주 신중하고 오랜 시간이 걸려서 지루해진 엄마는 서점지기와 수다 삼매경에 빠지곤 했다.


대개 서점지기가 내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는 아이가 책을 참 좋아하나 봐요, 하고 말하면 엄마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진저리 난다는 듯 하루 종일 책만 봐요, 말하는 것이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책도 좋고 유리창 사이로 우거진 녹음이 보이는 동네서점의 풍경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엄마와 함께 들른 서점의 추억이다. 그 장소, 그 시간에 엄마와 함께했기에, 내가 고르고 산 책의 갈피 갈피마다 엄마가 있는 것이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나는 오늘도 이렇게 엄마에 대해 쓴다. 이미 너무나도 늦어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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