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철학자나 사상가가 "말하자면 이런 거야"라고 직접적이고도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소설가는 "너 잠깐 이리 와봐. 나랑 같이 어디 좀 다녀오지 않을래? 다녀와보면 알게 될 거야"라고 하며 누군가의 팔짱을 끼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어딘지 모를 곳으로 사람들을 데려가서 찬찬히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거죠.
기록을 남기는 데 나름의 집착이 있습니다.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제 생각을 더 정교하게 정돈하고 싶어서죠. 형체가 드러나지 않은 어떤 소재를 깎아서 구체적인 형상을 드러내는 조각처럼요. 그래서인지 누군가 스스로의 생각을 글로 정의하지 않으면 저는 그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편입니다.
- 조수용, Opener, 《JOBS - 소설가》, 《JOBS - 소설가》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웃기로 했습니다.
- 요나스 요나손 인터뷰,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웃기로 했습니다>, 《JOBS - 소설가》
네, 멈추지 말고 계속해도 됩니다. (웃음)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네요. 독자들은 제게 "질리도록 들었겠지만, 책 매우 재밌게 읽었어요"라고 말하곤 해요. 저는 속으로 이렇게 대답하죠. "네, 질리도록 들은 건 맞지만, 당신에게는 이제야 듣는 걸요."
- 요나스 요나손 인터뷰,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웃기로 했습니다>, 《JOBS - 소설가》
나라별 출판사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그런 건 제 에이전트에게 맡깁니다. 그 역시 저처럼 관계와 의리를 중요하게 여겨요. 예를 들어 한국의 출판사 열린책들이 제 첫 소설을 믿고 밀어주었다면, 나아가 두 번째, 세 번째 소설도 잘 만들어주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다른 출판사가 더 많은 계약금과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고 친구를 저버릴 순 없잖아요?
- 요나스 요나손 인터뷰,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웃기로 했습니다>, 《JOBS - 소설가》
곧 다음 소설이 출시될 예정이에요. 한국 사정은 잘 모르지만, 스웨덴에서는 눈보다 귀로 읽는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60퍼센트는 오디오북으로 소비할 거란 이야기죠. 사람들이 언제까지 종이책을 읽을지, 오디오북은 어떻게 변모할지, 얼마 전 아마존이 스웨덴에 상륙했는데 이는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일투성이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소설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든 '좋은 이야기'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할 거라는 것.
당신은 저를 '소설가(novelist)'라고 부르고 그건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어쩌면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네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요나스고, 직업은 이야기꾼(storyteller)입니다." TV 시리즈 대본, 영화 각본을 집필할 수도 있겠죠. 뭐든 좋습니다. 이야기꾼을 위한 자리는 언제나 열려있을 테니까요. 제 소명은 어쩌면 제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끊임없이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말이에요. (웃음)
- 요나스 요나손 인터뷰,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웃기로 했습니다>, 《JOBS - 소설가》
지금은 소설로 얻는 수입과 각본으로 얻는 수입이 딱 반씩이에요. 그 비율대로 독자와 시청자를 생각하면 되겠죠. (웃음) 드라마 쪽은 아직 공개가 안 되었지만요. 여러모로 저는 그냥 '이야기 프리랜서' 같아요. 제 문장은 짧게 치고 나가는 문장이고, 대화가 많아요. 꼭 소설이 아니어도 괜찮은, 그때그때 매체에 걸맞은 걸 제공할 수 있는 작가인 셈이죠. 매체가 격변하는 시기니까 계속해서 적응해야 할 테지만요. 모든 작가가 비슷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소설에만 집중하는 작가도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소설만 쓰고, 소설의 영역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작가들요. 다만 제가 그런 작가가 아닌 거죠. 창작자라면 자신의 포지션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 '이 분야를 지금까지 없던 경지로 끌어올리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형식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파도를 타고 멀리멀리 가겠다' 마음먹을 수도 있어요. 꼭 출판이 아니어도 괜찮은 표현력을 갖고 있다면 웹이나 영상 쪽으로 가보아도 좋은 거죠. 주변 작가들을 보면 유사한 경우가 많거든요. 소설가이면서 웹툰 스토리나 게임 시나리오, 애니메이션 대본, 영화·드라마·연극 대본을 쓰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 정세랑 인터뷰,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JOBS - 소설가》
뭘 하든 한 사람의 시민이잖아요. 그 전제에서 벗어난, 어떤 초월적 존재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20세기까지의 예술인이었던 것 같아요. 21세기 사람들은 그렇게 잘 행동하지 않지만요. (웃음) 20세기까지는 너무나 모든 게 용인되었어요.
Q 동등한 계약 관계임에도 불구하고요.
자기 파괴적이거나 또는 주변을 파괴하거나, 유해한 성향을 가져도 '예술가라서 저렇지 뭐' 하고 허락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길게 보면 좋지 않더라고요. 작가들 수명이 짧은 게 다 이유가 있어요. 자기 파괴를 하기 때문이에요. 아무도 해치지 않는, 시민으로 제대로 기능하는 예술가들이 늘면 좋겠어요.
- 정세랑 인터뷰,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JOBS - 소설가》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 프로 의식과 실력이 가장 중요했다. (…) 직접 칠 일은 없어도 플레이어의 스윙 자세가 흐트러졌을 때 말해줄 수는 있어야 했다. 좋은 조언자, 거슬리지 않는 조언가가 되는 게 중요했다. 사람마다의 특성을 재빠르게 파악해서 조력하는 것. 세심하게 눈여겨보고 채를 건네고, 방향을 이야기해주고, 라이를 잡아주고…… 경력이 쌓일수록 확실히 느는 부분이 느껴졌다. 덕분에 잘 풀렸습니다, 같은 인사를 들을 때가 가장 좋았다. 어떤 디테일들에 공을 들였는데 상대가 그것을 알아차려주면 역시 좋은 것이다. 체력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더 나아져서 라운딩을 거듭 돌 때에도 끄떡없었다.
- 정세랑 인터뷰,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JOBS - 소설가》
어릴 때 아팠던 적이 있어서 10대, 20대를 그리 활발히 보내지 못했습니다. 호흡 관련 발작 때문에 약을 3~4년 먹었어요. 그렇게 초, 중학교 때 계속 치료받으면서 '내가 그렇게 건강한 편은 아니구나'라고 느꼈죠. 아무래도 신체 활동에 제약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아픈 사람, 아팠던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만의 친절함 같은 게 있거든요. 위염 있는 친구는 늘 부드러운 음식을 주고, 허리 아픈 친구는 항상 좋은 의자를 권하듯이요. (웃음) 지금은 발작이 나았지만 언제든 증세가 돌아올 수 있으니 무리하지 않아요. 사실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애매한 병이거든요.
Q 아팠던 경험이 세상을 더 섬세하게 볼 수 있도록 했군요.
한편으로는 저의 한계를 인식하고 계속 안고 가는 거죠. '롤러코스터를 연달아 미친 듯이 타는 사람'은 못 된다는 것? 말씀드리고 나니 별 건 아니네요.
- 정세랑 인터뷰,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JOBS - 소설가》
작가로 자리 잡는 데 문학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요즘은 어떤 특정한 경로를 밟아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가 무너진 게 좋은 것 같아요. 이제는 꼭 어느 지면으로 데뷔하지 않아도, 특정 상을 받지 않아도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인정과 사랑을 받더라고요. 불과 몇 년 사이에 분위기가 달라진 거죠. 여러 경로로 재미있는 작가들이 많이 등장해서 기쁩니다.
지금은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단독 '앱'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몇 년 전에 박완서 선생님의 전집이 앱으로 나왔는데 근사했거든요. '21세기의 존경받고 사랑받는 작가들은 사후에 앱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수십 년 뒤 매체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멋진 일이에요. 요 몇 년 동안, 출판사를 직접 차려 친환경 인쇄나 전자책으로 이런저런 실험도 해보고 싶었는데요. 여기서 일을 더 늘이면 큰일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미루고 있습니다.
- 정세랑 인터뷰,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JOBS - 소설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아무래도 그 글을 닮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 방법으로는 프로페셔널이 되기 어려워요. 그보다는 다소 거칠더라도 기존에 없던 자신만의 색깔을 진하게 만드는 쪽이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업계 바깥의 개인으로서, 스스로를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가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거예요. 그래도 진입하고 싶은 세계가 있으면 꼼꼼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내 글을 어느 위치에 둘까.' 바둑과 비슷하려나요? 어디에 돌을 두느냐의 문제입니다. 모두가 글을 쓰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미 있는 걸 피하는 게 쉽진 않지만, 어쨌든 자신만의 무언가로 뾰족하게 뚫고 나가야 합니다.
Q 마치 계보를 파악하듯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잡지를 만드는 편집자였던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요새는 종종 작품 심사에 참여하는데요. 완성도가 높아도 기존 작품을 과하게 연상시키면 다른 쪽을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원고지 1000매를 쓰는 것도 좋지만 그게 선택되지 않으면 아깝잖아요. 주제나 소재는 사실 겹쳐도 괜찮은데, 스타일까지 같으면 안 되겠죠. 어떤 글을 읽었을 때, 곧바로 떠오르는 작가 고유의 톤은 큰 강점이 됩니다.
- 정세랑 인터뷰,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JOBS - 소설가》
박준기, '한국 문학 희망편: 정세랑' 중
(작가 덕질 아카이빙 《글리프》 1호, 2019.9.28)
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지루한 풍경 속에서도 또렷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문학을 더 이상 '숭배'하지 않고,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장르별 위계 따위에 갇히지 않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골라낼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작가의 등단 이력이나 수상 이력에 가치를 두지도 않는다. 좋은 작품을 좋다고 말하며 읽을 뿐이다.
- 정세랑 인터뷰,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JOBS - 소설가》
앤 매카시(Anne McCarthy), 마르크 레비 인터뷰(An Interview with Marc Levy, France's Widest Read Author)(《France Today》, 2017.7.7)
"나는 경계를 믿지 않는다. 특히 문학에서는 더더욱. 어떤 사람들은 벽을 쌓지만, 작가들은 지평선을 그린다. 근시안적인 정치인들이 피부색이나 믿음, 또는 국적으로 인류를 나누려 하는 곳에서 작가는 세계의 다양성을 포용한다."
- 마르크 레비 인터뷰 <글 쓰는 일은 항해와 같아요>, 《JOBS - 소설가》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 속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일 때가 많은데요. 대개 이들은 박식하고, 얼마나 자신이 커다란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며 숭고하게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지 세세하게 밝히곤 합니다. 저는 정반대의 상황을 그리고 싶었어요. 폴은 사고처럼 우연히 작가가 되고, 자신의 재능을 부정합니다. 저는 그러한 상황이 그를 한결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본디 남을 조롱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조롱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죠. 주인공을, 다시 말해 저 자신을 비웃으면서 작가가 어떻게 (진짜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 또한 실감나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가볍고, 심각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심각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면서 사람들을 가르칠 필요는 없습니다.
Q 아침에 일어나면 무슨 일부터 하나요?
샤워요! 아주 실용적인 행동이지만, 저한테는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 일상생활로 들어가기 위해 물과 접촉하는, 이 특별한 '이행 과정'이 정말 경이로워요. 어렸을 때 프랑스 남부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살았는데요. 당시에는 잠에서 깨면 말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어 첨벙첨벙 수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특권이었고, 가끔 그 시절이 그리워요. 그 기억 때문인지 잠에서 깨면 먼저 차가운 물에 제 살갗이 닿아야 하나 봅니다. 샤워 이후엔 하루 세끼 중 제일 좋아하는 아침을 먹으면서 직접 간 원두로 커피를 내리죠.
- 마르크 레비 인터뷰 <글 쓰는 일은 항해와 같아요>, 《JOBS - 소설가》
저는 다수의 종교 지도자 혹은 신자들이 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가 잘 안돼요. 어떻게 신을 믿는다고 하면서 차별을 할 수가 있죠? 신을 믿는다면, 신이 창조한 세상과 인류 또한 마땅히 신뢰해야 하지 않나요.
- 마르크 레비 인터뷰 <글 쓰는 일은 항해와 같아요>, 《JOBS - 소설가》
제게는 소년 시절부터 항상 뭔가에 깊이 매료되고 감탄하는 재능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삶의 불완전성 앞에서 매순간 살아 있다는 데 감사를 표하죠.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저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살아 숨쉬고 있다는 데 감사합니다. 우리가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침이면 눈을 뜨는 풍경이 경이롭지 않나요? 저는 특히 모든 걸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아침의 마법을 사랑하고, 되도록 길게 그 시간을 음미하려고 합니다. (웃음)
- 마르크 레비 인터뷰 <글 쓰는 일은 항해와 같아요>, 《JOBS - 소설가》
박소영, 마르크 레비 인터뷰(아홉 번째 작품 《낮》과 함께 서울을 찾은 마르크 레비) 중(《엘르 코리아》, 2010년 7월호)
"삶을 즐긴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거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이 있다. 오늘 촬영장에 오기 전 저녁 모임에서 겨우 이틀 머무르려고 여기까지 왔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지. 이틀이라도 머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그런 생각으로 나는 기쁘게 10시간이 넘도록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왔다. 스케줄을 보고 내가 '고작 이틀이야? 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면 그런 식으로 순간을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니까. (…) 아마 10년 후에도 나는 계속 아이처럼 주변 여기저기를 들여다보며 살 것 같다. 나의 삶이 계속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으면 좋겠다."
- 마르크 레비 인터뷰 <글 쓰는 일은 항해와 같아요>, 《JOBS - 소설가》
제가 어릴 땐 소설가가 되겠다는 말은 헤밍웨이가 되겠다는 말과 같아서, 굉장한 허세로 들릴 수 있었죠. 그만큼 신성한 일이었어요. 아버지는 저와 제 형제자매에게 언제나 겸손이 제일 중요한 미덕이라고 가르치셨고, 저희에겐 이 가치가 중요한 판단의 잣대였습니다. 소설가는 제 분수를 넘는 일이었어요. 가족 중에는 영화감독이나 배우, 화가도 있었고 심지어 제 아버지는 아트북의 발행인이었지만, 제게는 너무 먼 어른들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어요. 다만 뭘 하든지 간에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그것이 제 유일한 목표였죠. 여기에서 말하는 자유는 감옥에서 벗어나 탈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작정 바닷가를 달리는 아이 같은 것이에요. 저는 몽상가였고, 홀로 즐기는 법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저는 피아노를 쳤는데, 10살 무렵에 곡을 썼죠. 음악은 저 자신을 표현하는 최초의 수단이었어요. 글을 쓰는 것은 아주 시간이 흐른 뒤에나 가능한 이야기였죠. 그런데 재미있게도 얼마 전 제가 그 무렵에 쓴 60쪽 분량의 이야기를 발견했지 뭐예요.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기억이 났습니다. 오래 전부터 소설가가 되는 걸 꿈꾸긴 했으나 너무 큰 꿈이라 중도 포기 했나봅니다. (웃음)
- 마르크 레비 인터뷰 <우리를 둘러싼 삶이 가장 위대한 예술이다>, 《JOBS - 소설가》
저처럼 천재가 아닌 사람이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에요.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겁니다.
- 마르크 레비 인터뷰 <우리를 둘러싼 삶이 가장 위대한 예술이다>, 《JOBS - 소설가》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L'Étrange Voyage de monsieur Daldry)》의 달드리요. 원제가 수정되어 '알리스의 이상한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는데요. 내용을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은 달드리가 아니라 알리스의 여행 이야기입니다. 제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고 벌써 몇 번이나 말씀드렸죠? 조금 더 정확히는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우면서 신중한 동시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파티에서 제 옆 사람이 제게 "뭐 하는 사람이냐"라고 묻기만해도 얼굴이 붉어지거든요. (웃음) 달드리는 그런 저의 페르소나입니다.
- 마르크 레비 인터뷰 <소설가는 철저히 무대 뒤에 숨어 있어야 한다>, 《JOBS - 소설가》
소설가 자신보다 소설의 캐릭터를 무대 위로 올리는 겸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를 좇는 대신 자신이 쓰고 있는 글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요. 그리고 이건 굉장히 섬세한 지점인데, 예를 들어 음식을 만들 때는 굉장히 까다로운 단계를 여러 번 거쳐야 합니다. 후덥지근한 주방에 서서 반복해서 재료를 다듬어야 하고, 뜨거운 팬에 실수로 손을 데기도 하죠. 공을 들였는데도 한순간의 실수로 음식을 망쳐버릴 수도 있죠. 누가 요리하는 일이 즐겁다고 한다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글쓰기를 즐긴다는 소설가의 말도 마찬가지로 거짓말입니다. (웃음) 훌륭한 요리사라면 자신이 만든 요리의 냄새나 맛, 아주 작은 디테일 등 모든 요소까지 애정을 갖고 살펴봐야 성장할 수 있어요.
- 마르크 레비 인터뷰 <소설가는 철저히 무대 뒤에 숨어 있어야 한다>, 《JOBS - 소설가》
필 트리거스-에반스(Phil Treagus-Evans), 마르크 레비 인터뷰(Marc Levy: Reading is a Source of Freedom) (The Reading Lists, 2017. 1. 29)
"나는 내 과거에서 엄청난 양의 희망을 보고, 정교한 방정식처럼 상상력이 이토록 강력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데, 큰 기쁨을 느껴. 물론 쥘 베른(Jules Verne)이 로켓을 우주로 보내진 못했지만, 그의 상상력은 인류가 달에 착륙할 수 있는 꿈을 발명했거든."
- 마르크 레비 인터뷰 <소설가는 철저히 무대 뒤에 숨어 있어야 한다>, 《JOBS - 소설가》
많이 내성적입니다.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나면 집에 가서 끙끙 앓아요. 제 아내가 저 보고 "네가 그런 걸 하다니 신기하다"라고 합니다. 돈 벌어야 해서요. (웃음)
- 장강명 인터뷰 <그저 쓰려는 걸 써야겠다는 마음이다>, 《JOBS - 소설가》
Q. 챕터별로 스토리를 만든 뒤 합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전체적으로 얼개를 미리 구상한 뒤 써나가는 작가가 있습니다. 당신의 집필 스타일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저는 양쪽 다 합니다. 단편도 대강은 구상하고 쓰는데, 아예 구상 없이 쓴 적도 있고요. 이 질문이 생각보다 심오한 질문 같아요. 단순히 테크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설이라는 장르가 여러 요소에서 실험하고 전개하는 형태라는 이야기와 맥이 맞닿아 있죠. 소설의 세 가지 요소가 주제, 문체, 구성인데요. 구성의 세 가지 요소가 인물, 사건, 배경이고요. 작가가 어느 면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쓰는 스타일도 달라져야겠죠. 만일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 같으면 얼개를 써야 하고요. 인물이나 문체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그 작업을 생략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신 인물이 이야기를 장악할 수 있을 만큼 입체적으로 뼈대를 세워야겠죠. 소설의 분량과 약간은 관계가 있는 문제입니다. 분량이 길면 아무래도 길잡이가 필요할 테니까요.
- 장강명 인터뷰 <그저 쓰려는 걸 써야겠다는 마음이다>, 《JOBS - 소설가》
1970~1980년대 독재 정권 시절에 사람들이 한국 문학에 요구하는 바가 있었을 겁니다. 사람들이 말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시와 소설이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청년 문학, 민중 문학, 운동권 문학이라고 해도 좋을 것들을 쓰는 작가들이 있었고,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위로도 받았죠.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형식적으로 민주화가 됐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민주화도 좋고, 투쟁도 좋은데, 낮에 열심히 일하고 들어오는 퇴근길에 가로등 불빛 보면 왠지 공허한 거예요. 이 기분이 대체 뭔지 말해주는 시와 소설들. 그때 무라카미 하루키와 왕자웨이가 등장해서 수많은 젊은이를 강타했죠. 그런 내면을 이야기하는 소설들이 한 세대를 풍미한 것 같고, 지금의 독자들은 다른 걸 궁금해하지 않나 싶어요. 예전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 예컨대 페미니즘이나 부조리가 쌓일 대로 쌓인 한국의 노동 현실 같은 문제들이요. 《미생》이나 《송곳》 같은 웹툰이 순발력 있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이제 소설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죠. 그런 와중에 저 또한 이전엔 소재로 잘 다루지 않았던 당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었고요. 제가 기자 출신이라 센스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 장난스럽게 '월급 사실주의 작가(월급 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을 월급 받아본 적 있는 작가들이 정확하게 포착해서 현주소를 알려주는 일)'라고 이름 붙여본 적도 있죠. 저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도대체 월급을 어디에서 받는지, 뭘 먹고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웃음)
- 장강명 인터뷰 <영감은 늘 쏟아져내리고 있다>, 《JOBS - 소설가》
저는 작가 지망생들이 제게 사인해달라고 하면 '써야 할 사람은 써야 한다'는 구절을 함께 적습니다. 저 자신도 그랬었는데요. 아마 예비 소설가를 제일 힘들게 하는 건 내가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일 거예요. 바늘구멍처럼 좁은 길을 통과해서 소설가가 된다고 해도 다들 밥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니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죠. 솔직한 말로 요즘 시대에 소설가가 되겠다고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한 사람이, 애초에 소설을 써서 부자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그곳에 가진 않았을 것 같아요. 소설에 대한 애정 때문이겠죠. 그러면 죽을 때까지 그 애정을 버릴 순 없어요. 그럴 바에야 그냥 써버리는 게 낫죠. 저를 보러 강연에 오고, 사인해달라고 하고, 그리고 이 책의 인터뷰를 찾아볼 사람이라면 이미 써야 하는 사람이에요. 써야 하는 사람이면 출구를 찾지 말고 써야죠.
- 장강명 인터뷰 <써야 할 사람은 써야 한다>, 《JOBS - 소설가》
김유태, 장강명 인터뷰 "'을'이 되어 헐뜯는 세상 … 모두 '죽은 자들'이죠'"
(《매일경제》, 2019. 6. 25)
"기자 명함을 처음 팠을 때 사회부 선배가 말씀하셨어요. '텍스트(text)'가 전혀 없는 자리에서 텍스트를 만드는 사람이 기자라고요. 이번 소설 《산 자들》을 쓰며 그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글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는 풍경에서 글을 생산하는 작업이랄까요. 다만 기사와 소설은 달라요. 기사는 파도 높이가 높아졌는지를 다룬다면, 저는 해수면 위가 아니라 해류가 바뀌는 지점과 이유를 포착하고 싶어요. (…)
제임스 M. 케인(James M. Cain)은 그랬어요. 어느 날 행인의 대화를 듣고 노동자 계층이 쓰는 단어로만 글을 쓰겠다고요. 꾸밈이 없고 부사가 없는, 마치 케인의 전보(電報)체와 같은 문장을 추구하려고 해요."
- 장강명 인터뷰 <써야 할 사람은 써야 한다>, 《JOBS - 소설가》
문장을 수정하고, 문단을 다시 나누고, 전체 틀을 흔들고 비틀면서 원고를 다듬었다. 공모 마감 당일 점심때까지 그 일을 반복하다가 마지막으로 제목을 정하고 표지와 본문을 인쇄했다. 원고를 우편으로 보낸 후 석 달 뒤쯤 연락을 받았다. "작가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제목이 뭐예요?" 표지를 빼놓고 보낸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첫 소설 《모나코》가 책으로 나왔다. 신문사 인터뷰를 서너 번 했고, 방송 출연도 했다. 호평 가득한 리뷰가 올라오고, 주변에서도 재밌게 읽었다며 연락이 왔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만 남은 듯했다. 그런데, 이게 뭐지?
그해 베스트셀러와 화제의 소설 속 주인공은 《모나코》와 '노인'이 아니라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알란'이었다. (아, 저놈의 노인네… 근 2년 동안 맨 앞줄에 섰다!) 《모나코》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자리 잡지 못한 채 대형 서점 벽면 서가에 외로이 꽂히는 신세로 전락했다. 슬픈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세웠던 기준조차 부서져 있었다. 뒤늦게 《모나코》를 읽은 지인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 노인, 딱 너던데?", "말투가 너랑 똑같던데?" 부인했지만 한 가지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나는 《모나코》 속 '노인'처럼 고독해졌다. 소설 판매량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구두 수준의 이야기만 있었을 뿐 다음 작품을 계약하자고 선뜻 나서는 출판사도, 영상화를 위한 판권을 사겠다는 제작사의 연락도 없었다.
- 김기창 인터뷰 '위기', <"이게 뭐지?"의 날들>, 《JOBS - 소설가》
소설을 쓰는 것이 삶을 무너뜨리는 꽤나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삶이 실존적 의미로 충만하고 경제적으로도 불만이 없으려면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더해서 수명마저 단축되는 듯했다. (목 디스크, 손목 통증, 주기적인 두통!)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하나는 이미 써놓은 소설의 함량을 끌어올리는 것. 다른 하나는 새로운 소설에 착수하는 것. 두 갈래라고는 했지만 길 떠나는 방식은 같았다. 무엇이든 쓰는 것. '써보고 싶은 이야기'에 먼저 매달렸으니 이번에는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싶었다.
- 김기창 인터뷰 '또 위기', <"이게 뭐지?"의 날들>, 《JOBS - 소설가》
좋은 소설가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궁극적으로 읽는 사람에게 '사랑'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쓰는 이가 아닐까? 글은 패션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자신의 은밀한 내면과 욕망을 드러내면서도 감출 건 감추는. 소설가들은 자기애와 인류애, 지구 생명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균형을 계속 잡아나가며 어쨌거나 계속 쓰고, 좌절하고, 고치고, 또 고치면서 이게 뭐지? 하는 감정과 맞닥뜨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말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말은, 일단 뭐든 쓰고 고쳐나가는 것이 시작이자 거의 전부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 김기창 인터뷰 '다시 발단', <"이게 뭐지?"의 날들>, 《JOBS - 소설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거였죠. 제가 알던 것을 다시 찾는 것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일깨웁니다.
- 로셀라 포스토리노 인터뷰, '내 안에서 소설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기다린다', <소설가란 평범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죠>, 《JOBS - 소설가》
편집자로서 저는 '전쟁 무기'예요. 끊임없이 일 처리를 하는, 무척이나 건설적인 사람이죠. 반면 소설을 쓸 때의 저는 글을 쓰려는 의지에 저항해요. 만일 제게 아이디어가 생기면 적어도 1년은 이 아이디어와 싸워요. 만일 쓰고 싶은 생각이 그것을 억누르려는 제 의지를 이기면, 그제야 써야 하는구나 받아들이고 쓰기 시작하죠. 참고 누르고 계속 저항해도 쓰려는 의지가 생긴다면 써야 해요. 필요에 의해 말 그대로 절실해서 쓰는 거죠. 제 안에서 소설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기다려요.
Q. 아이가 성숙해서 산달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 결국 낳지 않을 수 없을 때 출산하는 것처럼 말이죠.
맞아요. 제게 제 글은 고통을 주고, 쓰면서도 전혀 행복하지가 않아요. 특히나 제 소설의 주제가 그리 행복감을 줄 만한 것이 아니기도 하죠. 전쟁, 감옥, 마피아, 병…. (최종적으로)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까지 제 머릿속엔 이토록 무거운 주제들이 저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힙니다. 은연중에 제가 소설가의 땅에 발 들이는 걸 거부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그리로 가면 힘들다는 걸 아니까.
- 로셀라 포스토리노 인터뷰, '내 안에서 소설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기다린다', <소설가란 평범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죠>, 《JOBS - 소설가》
시간으로만 따져보면, 편집자로서 산 시간이 제 인생에 더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즉, 다른 사람의 글을 다루는 일에 제시간의 대부분을 썼죠. 이탈로 칼비노나 체사레 파베세처럼요. 특히 저와 이탈로 칼비노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그의 노트에 적힌 "더 못 해 먹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책을 세상에 내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라는 구절을 읽었거든요. 시간과 관련해서 좌절감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주말엔 글을 쓰고 싶은데, 일 때문에 페스티벌에 가거나 급히 다른 작가의 책을 읽어야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편집자로 일하는 것의 또 다른 문제는 더는 저를 순수하지 않게 만드는 겁니다. 출판사가 원하는 편집자의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저는 꿈을 꾸지 않아요. 상당수 작가가 자신이 창조한 이상 세계에 살면서 혹독한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와 달리 저는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들보다 더 고통스럽죠. 제가 원하는 글을 쓰지만, 출판사가 모든 책이나 작가를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걸 동시에 아는 거예요. 자기 검열의 위험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도움이 된 건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제게 확실히 글 쓰는 훈련을 하게 해줬다는 겁니다. 거부할 때까지 거부하다가 글을 쓰기 때문에 더욱 확신하고 쓸 수 있게 되었고요. 지금까지는 운 좋게 이 두 가지 자아를 잘 분리해서 운용할 수 있었어요.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저 또한 제 글을 위한 편집자가 필요합니다. 대개의 작가처럼 저도 제 작품을 대할 때 두렵고 감정적이 되죠. 제가 그러하듯 제 편집자도 제게 용기를 불어넣고 위로하며 에너지를 줘요. 제 생각에 편집자는 작가의 심리치료사나 '베이비시터' 같은,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 로셀라 포스토리노 인터뷰, '내 안에서 소설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기다린다', <소설가란 평범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죠>, 《JOBS - 소설가》
저는 작가들이 에고이스트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중략)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들은 자기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더 좋아했을 겁니다. 매일 8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 가상 세계를 만드는 일은 밖에 나가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는 것보다 훨씬 비정상적인 일이죠. 작가들은 이상한 존재들이에요. (중략) 저는 생(生)을 자연이나 운명, 신, 혹은 그 무엇으로 불리든, 다른 존재(힘)가 결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소설을 쓸 땐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할 수 있어서 좋았죠.
- 로셀라 포스토리노 인터뷰,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헌신이다', <소설가란 평범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죠>, 《JOBS - 소설가》
저 또한 모든 이탈리아인처럼 가톨릭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불가지론자(agnostic)라고 볼 수 있죠.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인데, 저는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알지 못하니까요. 결정을 잠시 미루고 싶어요.
- 로셀라 포스토리노 인터뷰,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헌신이다', <소설가란 평범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죠>, 《JOBS - 소설가》
Q 자유를 갈망하는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 있어요. 아이를 낳고 싶나요?
제가 한참 생각했던 주제이기도 한데요. 모정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고민했지만 결국엔 낳지 않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를 이 세상의 고통 속으로 데려오는 게 두려워요. 하지만 그 결정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인생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서요. 체사레 파베세가 말했죠. "나는 글 쓰는 것을 배웠지만, 사는 것을 배우지는 못했다." 산다는 건 글 쓰는 일보다 더 어렵죠.
- 로셀라 포스토리노 인터뷰,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헌신이다', <소설가란 평범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죠>, 《JOBS - 소설가》
문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만남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예요.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베트남에서 태어난 프랑스 작가죠. 다른 한 사람은 마르그리트 뒤라스 덕분에 만나게 된 이탈리아 작가 시모나 빈치인데요, 이탈리아 작가들이 쓴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 평론집 《지식의 병(Malati di Intelligenza)》에 수록된 그의 인터뷰를 읽고 마음에 들어서 직접 편지를 썼고 제 글도 보내드렸어요. 시모나 빈치 또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에 대한 제 에세이를 마음에 들어 했더라고요. 그가 저를 기억했다가 에이나우디에 추천했고 그 인연을 통해 제 첫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죠.
- 로셀라 포스토리노 인터뷰,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헌신이다', <소설가란 평범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죠>, 《JOBS - 소설가》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는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문장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런 면에서 소설가에게 중요한 건 우연성과 즉흥성을 어떻게 끌어안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글을 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공식처럼 습관화된 이야기 전개 방식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그 공식을 무너뜨리는 문장을 보는 순간에 느껴지는 저릿한 쾌감이 좋습니다. 《이민자들》, 《토성의 고리》를 쓴 독일 작가 W. G. 제발트나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을 쓴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을 읽을 때 그런 느낌을 받곤 해요.
- 정지돈 인터뷰 〈생각이 옳다면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JOBS - 소설가》
전 축구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의 유명한 말인 "SNS는 인생의 낭비다"에 대한 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생에는 낭비가 필요하다. 저축은 금융자본주의의 기만적인 책략이다."
- 정지돈 인터뷰 〈생각이 옳다면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JOBS - 소설가》
지금도 종종 다 읽은 책을 펼치고 밑줄 그은 부분 중 중요한 부분을 노트북에 옮겨 적는 걸 반복하고 있어요. 그런 글들이 모여서 새로운 영감을 줘요. 사실 이건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좋아서 한 일인데 어느 순간 쌓이게 되고, 그걸 또 다시 보다 보니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 정지돈 인터뷰 〈생각이 옳다면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JOBS - 소설가》
구체적인 타깃은 없지만, 이 세상과 사회에 위화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기쁨이나 즐거움보다 슬픔과 불안이 많은 사람이 제 소설을 읽어주고 있다고 추측할 뿐이에요. 실제로 사인회나 토크 이벤트 등을 열면 상처투성이지만 힘을 내 살아가는 독자들이 찾아와 그동안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눈물 흘릴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면 저도 가슴이 벅차올라서 함께 울어버리고 맙니다. 각자의 고통마다 형태와 무게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이렇게 하면 그 고통이 사라질 거야'라던가 '이렇게 하면 구원받을 수 있어' 같은 말을 할 수는 없어요. 대신 모두가 고독하고, 서로를 알 수 없다는 것만큼은 저확히 알고자 해요. 지금 힘들고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제 작품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후에 나이가 들면서 그것을 잊거나 극복하거나, 조금이나마 편해지길 바랍니다. "아, 미에코 말이지? 그 사람 책 예전에 많이 읽었지. 그리운 시절이네. 하지만 이젠 필요 없어"라고 웃으며 말해주면 좋겠네요.
- 가와카미 미에코 인터뷰, '이제는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상에는 아직도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JOBS - 소설가》
처음부터 제 머릿속에는 여성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여성'과 '쓰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그동안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짧은 글밖에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특정 역할을 강요받으면서 은연중에 쌓인 중압감이 굉장했고, 또 거기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빼앗겨버린 결과죠. 여성이 글을 쓰려면 우선 몇 겹씩 둘러싸인 차별 구조부터 뛰어넘어야 하는 현실이 암담했습니다.
Q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기획 당시 소수 남성들이 보인 반응이 인상적이었어요. '문예'라는 장르에서 일하고 있는, 예를 들어 비평가나 편집자로 일하는 남성의 일부는 기본적으로 자기 머리가 매우 좋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들은 여성호가 어떤 목적을 가지는지, 어떤 특집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그동안 그들이 살아온 세계에서 그들과 동등한 입장으로 일하는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죠. 스스로 변화의 흐름을 모른다는 사실이 무섭다 보니 기획 자체를 무시하거나 "여자들이 모여 있으면 무서워" 등 핵심에서 완전히 벗어난 감상을 말할 수밖에 없더군요. 이 점에 대해서는 기가 차고 질려버린 동시에, 제가 하는 일에 확신이 생기면서 내심 후련해졌어요.
Q 당시 일본에서 "여성을 특집으로 삼는 것은 너무 편협하다"라는 거부 반응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여성 특집이라니, 여성만 특별한 대접을 받는 거 아니야'라는 의견도 있었죠. 그럼 늘 이렇게 대응했어요. "아니, 저기요? 저명한 문예지, 비평지의 평소 목차는 보셨나요? 전부 남성 호잖아요?" 본인들의 활동이 비대칭성 위에 겨우 성립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더라고요. 콕 집어서 지적을 해도 몰라요. "남성도 차별당하고 있어" 같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죠. 자, 그럼 여성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평소에 시정하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내면 될 텐데, 아무래도 남성들은 그럴 필요를 못 느끼나 봅니다. 여성의 목소리를 무효화하고 싶어서 그 순간에 돌을 던지는 것뿐이죠. 이중적인 차별이고 정말 한심한 태도입니다. 남성을 향한 차별이나 삶의 고통, 힘든 상황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남성 스스로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그걸 바꿔야겠죠. 이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사흘은 족히 걸릴 것 같아 오늘은 이 정도만 해둘게요. (웃음)
- 가와카미 미에코 인터뷰, '이제는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상에는 아직도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JOBS - 소설가》
Q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나요?
오사카에서 태어나서 자랐어요. 저는 밝고 적극적인 부분과 죽을 만큼 어두운 부분이 뒤섞여 있는,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였어요. 감정이입형 인간이라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무거운' 아이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 사람은 왜 태어나는지, 눈앞에 펼쳐진 이 세계는 대체 무엇인지, 그런 밑도 끝도 없는 것을 언제나 생각했어요. 모래알에서 우주를 보고, 된장국 안에서 보편을 느끼는, 그러다가 방구석에 구겨져서 우는 아이였죠. 어떻게 보면 다소 과장되어 보일 수도 있을, 쉽게 감격하는 기질은 지금 제 창작의 뿌리와 완벽히 일치합니다.
- 가와카미 미에코 인터뷰, '천천히, 편안하게 소설만 마주하고 싶다', <세상에는 아직도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JOBS - 소설가》
"엄마가 여자라서 이렇게 네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야. 가사를 비롯해 어떤 일에도 성별은 관계없어. 우연히 내게 요리하는 기술이 있는 편이라 개인적 호의를 가지고 담당하는 것일 뿐이야"
- 가와카미 미에코 인터뷰, '천천히, 편안하게 소설만 마주하고 싶다', <세상에는 아직도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JOBS - 소설가》
가장 즐거운 시간은 언제인가요?
잘 때, 그리고 아이와 함께할 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아이와 같이 웃고 있을 때가 역시 행복해요. 아들은 익살스러운 성격이라서 일단 긍정적 긴장감이 있어요. 함께 있다 보면 숨 쉬기 힘들 만큼 몸을 꼬며 웃을 때도 많거든요.
- 가와카미 미에코 인터뷰, '천천히, 편안하게 소설만 마주하고 싶다', <세상에는 아직도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JOBS - 소설가》
패션과 클래식을 매우 좋아해요. 코스메틱 관련 정보도 챙겨서 보는 편이고요. 패션에 관해서는 칼럼이나 간단한 비평을 수록한 책을 만들고 있기도 해요. 사실 패션을 통해 정말 다채롭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요.
- 가와카미 미에코 인터뷰, '천천히, 편안하게 소설만 마주하고 싶다', <세상에는 아직도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JOBS - 소설가》
저 또한 고기를 먹지만, 매년 떳떳하지 않은 기분을 지울 수 없어요. 주어진 생활 습관을 의심하면서도 그대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 습관이 정말 필요한지도 고민하게 되고요. 실제로 육식에 혐오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육식을 통해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고요. 여러 영상을 찾아보면서 동물의 생명과 권리, 인간의 윤리와 선택에 대해, 함께 생각합니다.
- 가와카미 미에코 인터뷰, '천천히, 편안하게 소설만 마주하고 싶다', <세상에는 아직도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JOBS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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