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몽상록

8월 넷째 주

by 김뭉치

2020년 8월 17일 월요일

'집시'라는 가사의 노래가 들려왔다.


2020년 8월 18일 화요일

1.

동생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검은 고양이가 동생에게 안겨 재롱을 피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던 나는 갑자기 목이 막혀왔다. 참을 수가 없어 구토하고 보니 검은 고양이의 헤어볼이 내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고양이이고 고양이가 나인가.


아니면?


세계가 뒤집혔다.


2.

낙낙한 하늘색 셔츠에 몸에 감기는 소재의 회색 바지를 파자마로 입은 내가 복도를 걷고 있었다. 우리 집 복도였는데, 통유리로 된 창을 통해 바깥에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집은 한옥의 담담함을 살린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초록의 정원에 놓인, 뚜껑 없는 거대한 돌항아리는 빗물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미술관 같은 이 공간에 나는 엄마와 둘이 있었다. 엄마가 비가 오셨다며 따끈한 수제비를 끓여 주었다. 좌식 테이블에 앉아 도자 그릇에 담긴 엄마의 수제비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숟가락으로 한 입 떠 입 안으로 넣자 뜨끈하고 맛난 기운이 온몸으로 퍼졌다. 나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3.

서로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립스틱 컬러로 예상 나이를 맞춰보는 게임이 있었다. 엄마는 55세, 동생은 25세, 난 50세가 나왔다 ;ㅅ; 엄마와 동생 모두 동안으로 나왔는데 나만 엄청난 노안이었다.


2020년 8월 19일 수요일

1.

아는 필자님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주 회의 때 이야기가 나온 필자님이었다.


2.

동생이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나는 논문을 써야 해서 그들이 노는 문 밖에서 논문 개요를 생각하고 있었다. 동생과 동생 친구들이 들어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술집으로 들어갔다. 튀김을 먹었다. 파사삭, 소리가 났다.


3.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다. 버스에 사람이 많아서 나는 앉질 못했다 친구들이 카톡을 보내왔다.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 육성으로는 대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따 친구의 친구(다른 지역에 산다)가 놀러 오는데 그 자리에 같이 가자는 카톡이었다.


2020년 8월 20일 목요일

1.

동생이 사는 집으로 놀러가는 여정이었다. 밤이었고, 우리는 기다란 길을 따라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었다. 드디어 도착한 그곳엔 동생이 혼자 살고 있었다. 동생과 한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 직전에는 동생이 침대에, 나는 바닥에 요를 깔고 누워 있었다. 침대에 누운 동생이 과자를 줘서 받아 먹었다. 나중에는 찐 감자도 줘서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2.

나는 아직 열네 살이었다. 이미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어낸 것 같은데 내 나이가 아직도 열넷, 이렇게나 어리다니. 나이가 어려서 싫다기보단 어쩐지 안심이 됐다. 그래도 이상해서 엄마에게 내 나이가 몇 살인지 물었다. 정말 열넷이 맞는지. 열다섯이어도 상관없으니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 엄마, 정말 내가 아직 십 대인 게 맞아?


엄마는 웃으며 맞다고 했다.


3.

EBS PD가 다큐멘터리 출연자를 구하고 있었는데 찾는 사람이 딱 남편이었다. 갑자기 꿈에서 깨어 남편에게 당신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웅얼거림이 심한 나의 말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2020년 8월 21일 금요일

1.

냉면집 같은 식당에서 나는 TV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 달력 뒷편에 적은 사업계획서가 내 테이블에 놓여 있어 그것도 읽었다. TV에선 신화 멤버들이 춤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상의를 탈의한 에릭, 앤디, 민우가 있었다. 동완은 왜 없지, 의아했다.


2.

설아 들깨칼국수 지하철역 옷가게 하얀 제킷 은지 전화해도 안 옴 경원 여행 갔는데 사진에 찍혀 있던 일행 김명석 교수님께 찾아 뵙겠다 연락


2020년 8월 22일 토요일

자고 있는 동생 곁에 다가갔더니 한 입 크기의 동그란 아이스크림들이 봉지에 담겨져 있었다. 나는 그중 초코맛을 먹었다. 바닐라맛은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초코맛을 먹을 때 함께 달려와 어쩔 수 없이 초코와 바닐라맛을 다 먹게 됐다. 동생이 자고 있는데 그가 다 먹어야 할 것을 한 입이라도 뺏은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엄마가 웃으며 먹어도 된다고 했다. 혹시 동생이 내게 뭐라 하면 엄마가 다시 동생에게 사 주겠다고. 엄마를 보니 안심이 됐다.


2020년 8월 23일 일요일

동해 천곡의 길을 걸었다. 꿈 속에 등장한 그곳의 풍경은 실제로는 한번도 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아기자기한 소품숍, 깔끔한 서점, 블랙의 인테리어로 세련되게 꾸며진 떡볶이집이 있었다. 나는 상점들의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걸었다. 이 길을 지나면 집이 나오니까. 그곳엔 엄마와 동생이 있으니까.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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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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