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4일 월요일
1.
제주에 사는 지인이 어머니와 춤을 추고 있었다. 지인과 어머니는 외모가 똑 닮아서 누가 봐도 그들이 모녀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의 춤이 끝난 뒤 나는 지인에게 다가가 춤을 잘 보았다고 인사를 했다. 지인의 어머니의 웃음이 참으로 아름다웠노라고 말해 주었다. 지인은 놀라며 자신의 춤 상대가 자신의 어머니인 걸 어찌 알았냐고 했다. 나는 둘이 너무나도 닮았다고, 그래서 알아보지 못하는 게 오히려 더 놀라운 일인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지인 역시 기쁘게 웃었다.
2.
3.
무수히 많은 꿈들을 꾸었으나 깨고 난 뒤 소리 내어 꿈을 말하지 않으면 잊히는 것이 꿈의 운명이다.
2020년 8월 25일 화요일
나는 고등학교에 있었다. 쉬는 시간에 나는 앞자리에 앉은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친구가 계속 내 쪽을 뒤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중2 시절 함께 어울려 놀던 친구였다. 수업을 듣다가 화장실에 갔다. 회색빛의 복도는 조용했고 나의 구두 소리만이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 화장실에 거의 다다랐을 때 실제 고등학생을 함께 보낸 남자아이를 만났다. 얼굴이 하얗고 공룡상인 아이였는데 같은 반이었을 뿐,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눠본 기억이 없는 친구였다. 꿈에서는 그 아이가 내게 말을 건네서 나도 화답했다. 그 아이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내 기억 속의 친구들은 모두 교복을 입은 채였다.
2020년 8월 26일 수요일
회사가 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주택을 개조한 곳이었는데 창고 같은 방에서 우리는 떡볶이를 먹고자 했다. 배달 오토바이가 도착했고 동료가 떡볶이를 받아 들었다. 후배는 꽃무늬 패턴의 머릿수건과 같은 패턴의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왜 이런 복장을 하고 있냐고 물었다. 후배는 요새 이 룩에 꽂혀 있다며 배시시 웃었다. 모두 작은 방에 모여 떡볶이를 먹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다는 다급한 전보를 받았다. 한 동료는 떡볶이를 숨겼고 우리들은 다시 사무실 방으로 돌아왔다. 불이 꺼져 있던 터였는데 급한 나머지 불을 다시 켜지도 못했다. 나는 내 책상의 스탠드를 켜고 일서를 검토했다.
술에 취한 남자가 들어와 웃으면서 "잠깐 얘기 좀 해" 하고 말을 걸었다. 나는 지친 표정으로 따라나섰다. 다른 팀 팀장님이 보다 못해 함께 가겠다고 했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술냄새가 났다.
2020년 8월 27일 목요일
1.
꿈을 꾸었다. 그 꿈은 굉장히 디테일해서 몇 부로 나눌 수도 있을 정도였다. 꿈에서 깬 나는 꿈을 기록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메모를 시작했다. 꿈에서 깬 직후라 일일이 세심하게 다 적긴 힘들어서 다음에 다시 봐도 그 꿈을 상세히 기록할 수 있도록 키워드들만 빠르게 스케치했다.
아.
그마저도 꿈이었다. 꿈에서처럼 키워드들만이라도 빠르게 스케치하려 했으나 잠에서 막 깬 직후라 온몸에 힘이 없었다. 손가락에도 힘이 없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자, 생각하자, 그럼 꿈을 기록하려고 할 때 모두 기억 날 거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최'라는 단어만 기억에 있다. 나는 대체 무슨 꿈을 꾸었던 걸까.
2.
알고 지내던 50대 남성이 볼에 입을 맞췄다. 이건 성추행 아닌가. 사람들도 많았는데. 불쾌했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그 일을 얘기했다.
3.
대학 후배와 그 아이의 가족을 만났다. 후배는 인스타그램 속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메세나폴리스처럼 주상복합건물의 상점가를 걷던 우리는 이상한 가게를 발견했다. 유흥업소 같기도 하고 모텔 같기도 하고 호텔델루나 같기도 했다.
우리는 작은 빵집엘 갔다. 아주 작은 빵집이라 밀폐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었다. 밖에선 태풍으로 인한 비바람이 거셌다. 나는 모든 게 걱정되어 쉬이 미간을 펼 수 없었다.
2020년 8월 28일 금요일
1.
꽃도 사랑도 시들면 추한 거라고
또 한 번 너를 버리며 너와 함께 죽은 사랑
퍼붓던 니 고백도
날 재운 너의 가슴도
다 잊었다 모두 잊어버렸다 잊고 싶다
2.
잘 가
그래
노력해 볼게
글쎄
잘 될진 모르겠지만
미안하다
술만 취하면
자꾸 널 찾는
내 못된 습관이
널 더욱 멀어지게 해도
날 더욱 비참하게 해도
너무 맘이 아픈 걸
너무 보고 싶은 걸
천 번의 달이 뜨고 지면
혹시 그때쯤이면 돌아올까
3.
꿈은 명멸한다. 별처럼 떴다 진다. 무수한 꿈들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길을 잃는다.
2020년 8월 29일 토요일
1.
엄마 볼을 만지는 꿈을 꾼다. 엄마 볼을 쓰다듬고 당겼다가 놓아 보기도 한다. 그러다 엄마 품에 안긴다. 꿈마다 대개 내가 엄마 품에 안긴다. 엄마가 내 품에 안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사실이 떠올라 놀라 깨었다.
2.
친구네 부부가 운영하는 공간에 있었다. 친구네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3.
제주에 사는 지인이 또 꿈에 등장했다. 지인과 지인의 친구가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있었다. 지인이 행복해 보여 다행이었다.
4.
나는 어떤 집에 있었다. 그 집의 구조는 매우 특이했다. 방 만한 베란다가 있었던 것이다. 남자 혼자 사는 그 집은 모던하면서도 어두운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나는 베란다를 뛰어다녔다. 베란다는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데크는 짙은 먹색이었다. 바깥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베란다의 조명은 보랏빛이었다. 테이블에는 칵테일과 핑거 푸드가 놓여 있어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집어 먹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땐 방 주인이 있었다. 그 사람은 실제 나의 파트너였다. 그러나 꿈속에서 그는 나의 파트너가 아니었다. 내 파트너는 따로 있었다. 꿈속의 파트너가 문을 두드리고 그 집엘 찾아왔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였다. 검붉은 피부에 무성하게 자라 있는 턱수염이 인상적인 남자였지만 전혀 호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차라리 현실의 파트너를 닮은 이 남자의 집에 머물고 싶다, 고 생각했다.
5.
앞서 꾼 꿈과 비슷한 류의 꿈을 꾸었다.
2020년 8월 30일 일요일
1.
전 회사 대표가 말했다. 사실 출판은 제가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들의 영업 이익에 비하면 거의 제가 포기하고 운영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우리 출판 영업 이익이 연 130억 원입니다, 130억 원. 그 정도면 제가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하고 있다고 봐야죠.
2.
어제 꿈에 등장했던 친구에게서 실제로 연락이 왔다.
3.
엄마와 식당엘 갔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맛있게 밥을 먹었다. 엄마 기분이 좋아 보였다. 밥이 맛있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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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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