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0호 특집 '2020: 이미 와 버린 미래'에서는 2020년이라는 이 문제적 시간을 집중적으로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과연 무엇이 변화하고, 무엇이 변화하지 않았는지, 어떤 모순과 문제들이 팬데믹 속에서 심화되고 있는지 다각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김준혁은 마크 해리슨의 저서를 중심으로 감염병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공포'를 통해 과연 누가 이득을 얻는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홍성욱은 그간 출판된 코로나19 관련 서적들을 리뷰하면서, 팬데믹 사회에 대한 다층적성찰을 시도합니다. 렘 콜하스와 리처드 세넷의 저서를 통해 강예린은 팬데믹과 공간의 문제를 다룹니다. 접촉이 소멸한 시대에 빈곤의 의미를 질문하면서 조문영은 대런 맥가비의 책을 리뷰합니다. 권보드래는 권헌익의 저서를 통해 전염병이 아닌 전쟁이라는 재난을 겪었던 70년 전의 한국 사회를 불러냅니다. 송지우는 국내외 관련 저서 다수를 가로지르며 우리 시대 불평등의 테마를 심층적으로 조망합니다. 박상현은 쇼샤나 주보프의 감시자본주의 개념과 그 함의를 집중적으로 탐구합니다.-
- 홍성욱, 새로운 서평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0호를 내며
제니퍼 모튼Jennifer Morton의 『상향 이동의 윤리학Moving Up without Losing Yout Way』은 이와 반대의 경우에 대학 진학이 어떻게 전혀 당연하지 않은 선택이 되는지를 생생하게 그린다. 집안에서 대학에 처음 진학한 '1세대 대학생'의 사례연구에 기반한 이 책은 상향 계층이동의 "윤리적 비용"『상향 이동의 윤리학Moving Up without Losing Yout Way』8쪽을 상술한다. 모튼의 인터뷰 대상은 '노력파strivers'들이다. 가족의 지원을 전혀 기대할 수 없고 방학 때면 무급 인턴 활동 대신 유급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이들은, 부족한 지식을 동원해 혼자 대학 원서를 준비하고 낮은 확률을 뚫고 대학에 진학하는 희귀 사례들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졸업 후 전문직에 안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평등하고 분절화된 사회에서 이와 같은 성공은 또한, 본래 공동체를 떠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공하기 위해 '노력파'들은 자신의 진로를 중요한 관계들, 가족에 대한 의무들, 그리고 본래 공동체와의 연줄보다 우선시해야" 하며, 그로써 "자기 인생과 정체성의 의미 있고 중요한 요소를 희생하는 위험을 감수"같은 책 150쪽해야 한다. 상향 계층이동에 따르는 윤리적 비용은 노력의 비용이기도 하다. 하위 계층에서 출발하는 이들에게 노력은 단지 성실한 습관 형성과 꾸준한 집중력 발휘의 문제가 아니다. 노력한다는 것은, 자칫 나고 자란 공동체와의 단절, 그곳에서 맺은 관계의 상실을 수반하는 행위인 셈이다.
- 송지우, 기회의 평등은 불가능한가?
이들의 주장을 가장 쉽게 요약해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넷플릭스가 지난 9월에 공개한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보는 거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트리스탄 해리스를 필두로 위에서 말한 사람들이 인터뷰이로 등장해서 실리콘밸리를 고발한다. 게다가 다큐멘터리이지만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액자 구성으로 삽입되어 인터뷰이들이 경고한 내용이 실제 생활에 일어나는 모습을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 스타일의 픽션으로 흥미롭고도 섬뜩하게 보여 준다. <소셜 딜레마>의 제작진은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가 쓴 책 『감시자본주의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를 읽었던 것 같다. 주보프가 인터뷰이로 등장할 뿐 아니라, 액자 속 드라마에 등장하는 가정에서 이 문제에 가장 '깨어 있는' 고등학생 딸아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중략)
<소셜 딜레마>에 등장한 인터뷰이 대부분은 자신이 일했던 대기업에서의 직책 앞에 '전직'이라는 단어를 붙인 채 등장해서 그 기업들을 비판한다. 즉, 이들은 자신이 일했던 기업에서 자신이 만들어 낸 알고리듬의 폐해를 비판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초기에 그 기업에 참여하거나 투자해서 큰돈을 번(가령 페이스북에 투자한 냅스터 창업자 숀 파커 같은)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았어도 그들이 비판하는 바로 그 시스템을 만들어 낸 사람들도 있다.
- 박상현, 실리콘밸리가 만든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
그래도 아침이 오면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오늘 하루도 살아 보겠다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이다.
- [김영민의 먹물누아르] 이것은 필멸자의 죽음일 뿐이다
토니는 알코올 중독자이고 소설 속 나 역시 그러하다. 술을 마시지 않은 토니가 손이 떨려 세탁기에 동전을 넣지 못하는 것을 나는 알아차린다. 단편집의 시작인 이 소설(「에인절 빨래방」)에서처럼 술을 마시는 사람 너무 많이 마시는 사람 술과 문제가 있는 사람 술과의 관계가 문제인 사람들이 매 단편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어느 순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을 때, 그 결단의 순간에도 어딘가 불가항력적인 절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느껴지거나 술과의 시간 속에서만 충만한 관계의 순간적인 반짝임이 보이는 때에는 잠시 읽던 것을 멈추고 어딘가를 걷고 싶어진다.
헤어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어딘가에 있다. 여러 번 삼켜서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든 것일 뿐이지 자신의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이다.
- [에세이] 소설에 관한 끝없는 이야기 - 박솔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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