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찾아서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물론 내 몸을 움직여 펜을 잡고 슥슥 써 내려가는 글이기에 내 의지에 달렸지만,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장에 감수성이 풍부해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내는 글을 쓰는 실력도 부족하다. 에세이의 탈을 쓴 영혼 없이 그럴듯한 표현의 나열일 뿐인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진정을 담아 꾹꾹 눌러쓴 에세이를 쓰면 모를까.
책을 한권 쓰긴 했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진 글이고 처음 기획 단계에서 타겟을 따로 정하지 않고 시작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독자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수요가 없다.)
내가 홀로서기를 하며 정말 힘들어할 때에 나를 지탱해준 글을 모아 엮어낸 책이기에 누가 뭐래도 나에게 있어 소중한 책이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고통스러운 기억들, 행복한 기억들, 그렇게 만들어진 ‘글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잘 뭉쳐놓은 결과물이 ‘계약직 백수의 자기소개서’인 것이다.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글이고 소중한 추억.
그러니 더욱 애정을 갖고 ‘내 생에 첫 에세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나는.
이제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하는 걸까.
전처럼 문화예술을 즐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즐길 수도 없고, 백수에서 벗어나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월급을 받고 있는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고 당신의 인생에 이정표가 되는 한 문장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러니 더욱 고민되는 주제,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