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모 Jan 28. 2022

'참고도서'란 일종의 등대다

《우주 쓰레기가 온다》 편집 후기


여섯 번째 편집 후기를 쓸 책은 '우주 쓰레기' 문제를 전면에 다루며, 우주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과학 교양서, 《우주 쓰레기가 온다》입니다. 벌써 여섯 번째라니…… 이렇게 편집 후기를 쓰니 한 권씩 쌓이는 권수를 셀 수 있어서 좋네요. 숫자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 안에 무엇이 쌓였나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기록을 남긴다는 건 이래서 좋은 것 같아요.


'우주 쓰레기'를 다룬 성인 대상 과학 교양서는 한국 출판시장에서는 《우주 쓰레기가 온다》 이전에는 (제가 알기로는) 없었습니다. 어린이·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나 천문학·우주과학을 다루는 과학 교양서에서 한 챕터를 할애해 다루는 경우는 있었지만요. 기존 시장에 없는 차별화된 소재와 이를 풀어낼 수 있는 저자의 전문성이 뒷받침된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 쓰레기를 소재로 한 영화 〈그래비티〉 〈승리호〉가 개봉해 인기를 끌었고,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1호, 창정 로켓 추락 등의 뉴스가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우주 쓰레기'의 존재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었기에 시의성도 있었고, 우주 공간에 '환경'이라는 관점을 접목했다는 점에서도 신선함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출간 이후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온라인서점에서도 노출을 꽤 해준 편이었고요. 이러한 주목도가 얼마나 실판매량으로 이어질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역시 알아봐주는 곳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주 쓰레기가 온다》 의 저자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최은정 박사님입니다. 최은정 박사님은 우주 쓰레기를 20여 년간 연구하며, 우주감시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우주과학자입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우주 쓰레기' 전문가이자 여성 우주과학자이시지요. '특수한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여성 과학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언론의 주목을 더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소개는 '저자 소개' 글을 참고해주세요!



지은이|최은정

우주과학자.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

연세대학교 천문대기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천문우주학과에서 인공위성 충돌 위험 연구로 석사학위를, 인공위성의 궤도 결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는 아리랑 2호 등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를, 쎄트렉아이㈜에서는 두바이위성 등 해외로 수출하는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우주공학자로 일했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추락과 충돌 등 위험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우주과학자로 일하고 있다. 2014년부터 매년 유엔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에 한국 대표단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논문에서 분석한 이리듐 인공위성의 충돌 상황이 10년 뒤 실제로 일어나 인공위성 간의 충돌을 예견한 사례가 되기도 했으며, 2018년에는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1호의 추락 궤도를 예측하며 한국 정부가 위험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데 기여했다.

영화 〈그래비티〉나 〈승리호〉같이 우주 쓰레기로 인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주를 감시하는 일을 한다는 데 자부심이 크다. 지구와 우주의 평화를 지키며 지속 가능한 우주 활동을 해나가는 데 더 많은 이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최은정 선생님은 편집자로서는 정말 감사한 저자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제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 팩트 체크를 꼼꼼하게 해주셨어요. 그 외에도 표지와 카피, 추천사 등 여러 면에서 의견을 활발히 주고받았습니다. 제가 해본 국내서 편집 작업 중에 가장 연락을 많이 주고받았던 저자였어요. 저자와 호흡을 맞추며 함께 책을 만들어가는 기쁨을 새롭게 느꼈습니다.



▣ 참고도서


이번엔 편집을 하면서 제게 많은 영감(?)을 준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아주 많이 애정하고 선망하는 출판사 플레이타임에서 출간한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의 두번째 책, 《쓰레기》입니다. '오브젝트 레슨스Object Lessons' 시리즈는 영국 블룸스버리Bloomsbury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시리즈로, 우리가 당연시하며 지나치는 일상적인 사물 뒤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드러내며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는 독창적인 시리즈입니다. 한 권에 하나의 오브젝트를 다루며, 플레이타임에서는 총 네 권의 책을 한국어판으로 출간했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걸었던 판돈의 대가로 이 쓰레기들을 돌려받았다. 15


우리가 그토록 다른 별에 가고자 하는 건 우리의 야망과 호기심만큼이나 우리 자신의 더러움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도 모른다. 60


마냥 작게만 보이지만 엄청난 속도로 궤도를 도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잔해들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으나 글자 그대로 영겁회귀의 위협을 드러내는 쓰레기의 한 유형이다. 지구의 사물들은 우주 궤도에서와 달리 완전히 부메랑이 될 순 없다. 우주가 지닌 힘은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사물들조차도 경악할 만한 힘과 무심함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변모시킨다. 우리 시대가 어떤 교훈을 주기 시작했다면, 그 교훈이란 이 지구에서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버린 물체가 무엇이건 언제고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 때로는 앙심을 품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60


《쓰레기》에 담긴 우주 쓰레기에 대한 통찰이 너무나 인상 깊었고, 《우주 쓰레기가 온다》를 기획·편집하는 내내 위의 문장들을 생각했습니다. 우주 쓰레기를 환경문제로 바라보고자 하는 책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설정할 때, 그리고 카피와 보도자료를 쓸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편집자는 책 하나를 편집할 때 여러 권의 다른 책들을 참고합니다. 책에 담긴 주제와 내용을 좀 더 폭넓게 파악하기 위해서, 편집과 디자인 면에서 참고하기 위해서, 유사경쟁도서로 시장에서의 성공을 점쳐보기 위해서 등등 여러 이유로 여러 책을 참고하게 되지요. 이번처럼 좋은 참고도서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이란 건 무수한 선택의 연속인 과정이고, 좋은 참고도서란 그 선택의 바다 위에 등대처럼 불빛을 비추는 든든한 존재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바란 그 미래는 겨우 누군가의 위층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