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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모 Feb 25. 2022

수포자는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편집 후기

1) 수학사를 빛낸 다양한 수학자들의 생애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수학자가 되는 것’(혹은 수학을 공부해 그와 관련한 진로를 가는 것)이 흥미진진하면서도 의미 있는 길임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

2) 수학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으나 비교적 조명되지 못했던 여성 수학자들을 소개함으로써 남성 중심적 학문으로만 여겨져 왔던 수학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여성 청소년에게 롤모델이 될 만한 여성 수학자들의 스토리를 제시하여 진로의 가능성을 넓힌다.

3) 수학자들의 천재성보다는 그들의 생생한 삶과 학문적 성취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소수의 천재가 재능으로만 이뤄낼 수 있는 것이라는 기존의 수학에 대한 이미지를 걷어낸다.

*십대 수학사(가제)_기획제안서.hwp 중에서

일곱 번째 편집 후기는 SF소설가 전혜진 작가님이 쓰신 청소년 수학 교양서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입니다. 만화가 다드래기 님께서 본문과 표지에 실린 삽화를 그려주셨고, 아주대 수학과의 이기정 교수님께서 감수를 봐주셨습니다. 추천사는 듀나, 고호관 작가님께서 써주셨고요. 본문 디자인은 제작 대행을 겸하는 디자인원에서, 표지 디자인은 조성미 실장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나열하니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사람의 적극적인 협조와 협업을 받아야만 한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는 제가 맡은 책 중 특히 더 그랬습니다. 책 안에 담긴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집니다. 뛰어난 개인의 재능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없다는 걸, 개인을 제약하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인들의 우정 어린 연대가 꼭 필요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수학 책이지만, 수학 지식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둔 책은 아닙니다. 수학 앞에서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공부할 동기와 용기, 영감을 주고자 노력하는 책이지요. 여기서 "수학"은 "꿈"으로 바꿔도 무방합니다. 자신의 꿈을 사랑하고 좇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영감이 되어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자신의 의지나 능력 때문이 아니라 환경과 구조에 의해 꿈을 포기하길 강요당하는 이들에게 더욱이요.



표지에 후가공으로 홀로그램박을 썼습니다. 반짝반짝하는 게 아주 예뻐서 마음에 들어요. 오랜만에 듬직해 보이는 두께를 내주는 분량의 책을 내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이 '수포자'들에게도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수학의 난해함 앞에서 좌절하여 자신을 수포자라고, 문송하다고 자책합니다. 하지만 수학을 포기했다고 해서, 모든 걸 포기한 건 아니잖아요? 수포자는 사실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 아니라 수학이 아닌 다른 것을 택한 사람이 된 것이 아닐까요? 모든 이의 꿈이 '수학'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을 사랑한 이유"에서 ○○엔 무엇이든 들어가도 됩니다. 그야말로 자신이 좇는 꿈이라면 뭐든지. 저는 그 모든 꿈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이 땅의 모든 수포자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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