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먹고 산지 5년 차입니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문송’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문과를 다녀서 죄송’하다는 말의 준말로, 취업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문대생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였다. 지금은 문송이라는 단어가 쏙 사라진 것 같다. 아무래도, 전공 대학 할 것 없이 취업이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추측해본다.
문송할만도 한 것이, 영문학을 전공한 내가 대학교에서 4년 동안 배운 것은 소설과 시, 희곡을 읽고 인물과 배경을 분석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시절에도 순순히 ‘문학’이라는 학문을 가지고 돈을 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처럼 보였다.
그런데 아무리 문송해도 살 길은 있었다. 주재료인 ‘문학’에 양념처럼 다른 능력을 더했더니 어째 밥 먹고 살만한 일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어렸을 때 꿈꾸던 장래희망과 다르다. 내 장래희망은 작가였다. 나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써서, 그것으로 사랑받는 사람. 그것이 내 꿈이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소설 쓰기가 아니지만 비슷한 점은 있다. 글로 밥 벌어먹고 산다는 것이다.
올해로 번역가와 에디터로 밥 먹어 벌고 산 지 5년 차다.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글로 밥 먹고 사는지, 문송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써보려고 한다.
사진: Aaron Bu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