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의 화룡정점, 예약
8pm.
머니레터에 환율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마지막 업무다. 외환거래가 완전히 끝난 후에, 오후 8시가 되어서야 그날 환율이 결정된다. 이 환율을 업데이트해서 예약을 해놓으면 끝이다!
문제는 가끔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다. 최대한 평일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약속이 있어도 술을 마시는 경우는 적지만 분명히 살다 보면 친구를 만나 술도 한 잔 하는 자리가 있다. 이럴 때면 노트북을 들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 8시 정각이 되자마자 환율을 업데이트하고 마음 놓고 마시는 것이다.
너무할 정도로 긍정적인 면을 보기
처음이 뉴스레터 예약 업무를 했을 때는 혹시 까먹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기도 했고 부담도 됐다. 아무리 일을 끝나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도 저녁 8시만 되면 다시 회사 계정에 들어가 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심적인 부담이 되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거 마음 가짐을 바꾸기로 했다. 단순히 정신 승리를 하는 게 아니라 내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트북을 켜고 나서, 회사일이 끝나면 내 일을 하기로 했다. 환율을 업데이트하고, 자기 계발을 하기로 말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 브런치다.
자꾸 토하는 악몽
딱 한 번, 예약을 못 할 뻔했던 적이 있다. 그날은 몸이 안 좋았기도 하고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극도로 몸이 피곤했던 날이다. 잠시 쉬려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다가, 그렇게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자꾸 토하는 꿈을 꿨다. 그런 꿈이 있지 않은가. 자꾸 불쾌한 기분을 주어서 잠에서 깨도록 하는 꿈 말이다. 그날은 너무 불쾌한 기분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까 새벽 5시 30분이었다. 그때, 등에서 식은땀이 쭉 흐르는 것 같았다.
'아. 나 예약 안 했지?'
부랴부랴 침대에서 나와서 노트북을 켰다. 당시 발송 시각은 오전 6시였다. 그러니까 내게는 30분의 시간이 있던 것이다. 나는 빠르게 예약을 하고 노트북을 닫았다. 지금 생각해도 심장에 썰렁한 기분이 든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회사에 또다시 제안했다. "이건 나의 실수가 맞고, 앞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런 개인의 실수로 뉴스레터 미발송이라는 중대 실수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날 이후로 내가 예약을 하지 못할 경우, 확인하는 절차를 세웠다. 특정 시간 이후에도 예약이 되지 않으면 다른 멤버가 예약을 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오늘도 환율을 업데이트하고 회사 계정을 나간다. 그리고 내 개인 계정으로 로그인한다. 이제는 나의 시간을 가질 때다. 이제 에디터 '에디뜨'가 아닌, 나로서 출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