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을 발휘할 시간
5pm.
오후 다섯 시, 창의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머니레터를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 인사말이 있다. 인사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늘 기사를 설명하거나, 날씨를 알려주거나, 뉴스레터의 이벤트를 알려주기도 한다. 경제 기사로 바로 들어가기 전에 친근한 목소리로 구독자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대화할 때 기분 좋은 사람의 인사
인사말은 '대화할 때 기분 좋은 사람은 어떻게 말할까?'라는 질문을 갖고 쓴다. 인사말을 작성할 때, 내가 떠올리는 화자의 이미지가 있다. 20~30대, 위트 있고 다정하며 자신의 일에 진심인 직장인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소식보다는 긍정적인 뉴스에 집중하고, 불평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화자로 정했다.
생각보다 '대화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되는 게 쉽지 않다. 인사말을 쓰기 위해서는 딱딱한 보고서나 기사보다 수필이나 문학의 어투를 닮으려고 노력한다. 한자어보다는 몽글몽글한 우리말을 쓰고,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인사말은 2~3줄에 불과하지만, 꽤 신경을 많이 쓴다. 인사말은 첫인상과도 같아서, 최대한 청량하고 산뜻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기사를, 다정한 화자가 쉽게 말해준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쓴다.
아래는 특히 구독자님들이 좋아했던 인사말의 예시다.
독자님, 인플레이션의 약어인 '인플레'를 들으면 수플레가 생각나서 군침이 도시나요? 아니면, 수플레를 보면 인플레가 떠올라서 경제 마인드가 생기시나요?
독자님, 오늘은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기사가 있어요. '파운드'하면 파운드케이크가 생각나는데요. 파운드케이크도 영국에서 유래된 디저트랍니다. 밀가루, 계란, 버터, 설탕을 1파운드(453g)씩 넣어서 파운드케이크라고 부르기 시작했대요.
독자님, 좋은 아침이에요! 월요일을 기다리는 이유를 하나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월요일마다 오는 요플레가 될 수도 있고 주말에 사무실에 도착했던 택배가 될 수도 있겠어요. 어쩌면 머니레터가 그 이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목이 다다?
물론, 제목을 짓는데도 정말 머리를 짜낸다. 확실히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제목을 넣은 날 오픈율이 빠르게 올라가기도 한다. 요즘 뉴스레터 시장이 레드오션이라 할 정도로 그 종류가 많은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제목은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제목이 다는 아니다. 화려한 제목에 이끌려서 열어보니까 막상 알맹이를 보고 실망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단순한 실망이 아니라, 나를 속였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괘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머니레터를 만들면서 탄탄한 내용에, 그 매력을 더하는 제목을 지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발행하는 제목을 1년 넘게 짓다 보니까 어느 정도 아이디어를 갖는 요령이 생겼다. 이 요령은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하나의 글을 쓸 생각이다. 가끔 피드백을 보다 보면 '제목이 재밌어서 클릭했어요'라는 식의 의견이 꽤 들어온다.
얼마 전부터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제목을 지을까, 로 고민하다가 시스템을 바꾸었다. 여러 명이서 의견을 내고 그중에서 투표로 짓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바꾼 후에는 다른 사람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역시 머리를 맞대면 더 다채로운 결과가 나온다.
이제 인사말에 제목까지 지었다면 마지막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