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의 존엄
당분간 저의 화두는 '나이먹음에 대하여'일 것 같습니다.
불혹이 되고나서부터 간헐적으로 생각해오긴 했는데, 올해 불혹도 중반이 되고나니,
지천명이 되려면 내내 이 화두를 붙잡고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노력해야할 것 같더군요.
갈수록 나이먹는다는 것이 두렵고 어렵습니다. 단순히 늙는 게 무서운 것 아니라, 늙기만 하는 것이 무서워요.
늙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어떻게 몸과 마음이 쇠잔해지는지 알지 못하니, 멍하니 일하고 먹고 살면서 시간만 어영부영 보내다 보면 어느 한순간, 내가 늙었구나, 깨닫고 현실에 부딪혔을 때는, 저물어가는 시간들에 대해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중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젊어서부터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체중관리도 하고 노력을 하지만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아가를 키워보니까 더욱더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정말 갓난 녀석, 아무것도 모르는 꼬물거리는 요 생명체가 하루하루 시간이 가면서 무언가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인간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그저 나이만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다시 이 아무것도 모르는 꼬물거리는 생명체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절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라는 사실을 3-40대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성찰과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정말 한순간이더군요. 인간이 짐승이 되는 것은 말입니다. 그리고 일단 짐승이 되고나면 다시 인간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더라고요.
왜냐하면 짐승으로 사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괴리감, 도덕적 딜레마, 죄책감과 양심들에 의해 괴롭힘 당하지 않으니까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늙기만 하면서,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조건들은 희미해지고, 욕망과 본능만 남아서 자칫하다간 짐승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옛날에야, 짐승이 되도 끽해야 십 년 정도 짐승노릇하다가 죽었지만... 이제는 백세시대, 짐승이 되면 짐승으로 너무 오래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간으로 산 시간보다 짐승으로 사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요.
죽을때까지, 인간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인간으로, 존엄을 지키며 죽고 싶어요.
지금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쉽지 않은 일 같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정말이지 무서운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