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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민진 Sep 02. 2023

한지, 백 번의 손길

드로잉- 원주 한지역사실

아득한 문명은 기록을 남겼다.

점토와 파피루스

다라수 잎과 양피지를 새기며

종이에 이르렀다.  


원주의 들과 산에 닥나무가 자란다.

닥이 좋아하는 호저면이라

옛적에 한지마을을 이루었다.

농사철 보내고 겨울날

여린 닥 거두어 가마솥에 증기 올렸다.

벗겨낸 백피 잿물에 삶아

흐르는 냇물에서 빛 쪼이고

두들겨 찧으니

돌판 앞에 앉아 온몸이 고되었다.

닥풀 저어 엉킴 풀어

발 흘려 종이 뜨고 켜켜이 물 빼어

널어 다듬이질하였다.


반드럽게 고른 한 장      

백 번의 손길로 이룬 백지라

추운 날의 찰진 한지라 일컬었다.




(한지 다듬이질, 원주 한지역사실 자료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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