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 애호가

진짜 풍요를 찾아서

by 이디뜨

나라는 사람은 무엇이든 하나로 만족을 못한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랬을까?

욕심 많은 사람으로 태어난 걸까, 아니면 '하나'를 가지고 있다가 놓쳐버려 0이 되는 기억이라도 있어서 그것이 강박이 된 걸까?

그것도 아니면, '다다익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는 말을 인지하고부터일까?


잠옷으로 입는 줄무늬 티셔츠가 흰 바탕에 줄무늬 컬러만 다른 걸로 4장이다.

얼마 전에는 호피 가디건 두 장을 샀다.

브라운과 그레이 둘 다 포기할 수 없어서 두 장 다 사버렸다. 스스로 배송비 핑계를 댔지만, 내 안에 답은 정해져 있었다.

청바지도 한 장 가격에 3세트인 제품을 사서 돌려 입는 것을 좋아한다.

화장품도 생필품도 1+1에 눈이 간다.

기능성 제품은 최소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인 것만 고른다.

도서관에서 책도 대출 한도 권수를 꽉 채워 빌려온다.

음식을 먹다가 양이 부족한 것도 참지 못해서, 넉넉하게 한다.

디자인이 들어간 제품을 고를 땐 심플하지만 포인트 하나는 꼭 들어간 걸로 고른다.

커튼이라면 망사가 덧대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주얼리를 살 땐 세트가 좋다.

붕어빵은 팥과 슈크림을 꼭 섞어서 사 먹고, 국수를 삶아도 비빔국수와 잔칫국수를 동시에 할 때가 많다.

시계는 숫자와 눈금이 다 있어야 한다.

소파는 리클라이너 기능이 탑재된 것이 좋고, 인테리어를 해도 벽지색 한 가지, 타일 한 종류로 만족을 못한다.

붙박이장 구성엔 선반, 이불장, 서랍이 다 있어야 하고 거울까지 달려 있어야 한다.

꽃다발을 고를 땐, 꽃 종류가 많을수록 좋고, 파프리카는 빨강과 노랑을 꼭 같이 산다.

아이들 책가방을 사줄 때도 속주머니 하나라도 더 달려야 내 선택을 받았다.

모아서 따져 보니, 나에겐 특이한 집착이 있었던 것 같다.


'다다익선'이 좋아서였을까?

전공도 두 개였고, 아이도 넷을 낳아 다자녀맘으로 살고 있다.

그토록 다다익선을 부르짖는다면, 요즘 유행하는 N잡러로 살고 있어야 하는데 당최 어떻게 된 일일까?

살다 보니, 주부로 긴 세월을 지냈고, 다다익선 애호가로서 가정생활에서 내가 손쉽게 선택하고 추구하는 것에서만 다다익선을 실천하고 있었다.

미니멀라이프 책을 수도 없이 읽으면서 맥시멀라이프를 포기하지 못했고, 글을 써도 간결하게 쓰기가 제일 어렵다.


내가 이렇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이 최근이다.

단순히 취향인 줄 알았던 그 특성은 우유부단함이자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둘 중 한 가지만 선택해서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거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을 피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다.


무조건 다다익선을 추구하는 그 마음을 이제는 비우고 싶다.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을 충분히 음미해야겠다.

선택한 것은 그것대로 소중히 여기고, 선택하지 못한 것은 나중을 위한 여지로 남겨두거나 잊어버리자.


나에게 다다익선은 이제, 물건이나 디자인 같은 외형적인 것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한다.

손쉽게 얻고 과하게 표현하는 다다익선이 아닌 소중한 가치와 선한 마음, 아름다운 말, 그리고 사회에 이로운 행동, 그런 것들로 다다익선을 실천해 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진짜배기 풍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피어나는 법이니까.

탁 트인 하늘을 보며 마음을 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그런 다다익선은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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